고등학교 때 교회에 다니다가 좋아하게 된 오빠가 있다.
잘생기거나 특출나게 노래를 잘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언제나 나를 돌봐주는 배려 깊은 사람이었다.
교회에선 언제나 인망이 두터운 사람이었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언제나 둘러싸였던 사람
내가 좋아하게 된 오빠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그 오빠가 졸업할 때까지 고백 한번 해보지 못한 채 그냥 끝이 났다.
심지어 내가 그 오빠를 좋아했었는지조차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니까
어렸던 내게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한 사람이었고
딱히 그 오빠와 어떻게 해보려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기에...
그저 나는 그 오빠가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좋았다.
따뜻하게 웃어주던 것과 언제나 교회가 끝나고 집에 갈 때면
떡볶이도 사주고 여동생 같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도...
...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도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동아리에 들기 위해 여러 곳을 둘러보던 중
우연히 눈에 띄게힘없이 널브러져 있는 사람이 보였다.
"저기요!"
내 말에 엎어져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아... 아 네!!!"
어마어마하게 내려온 다크서클에...
기력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은 굽은 등...
뭔가 내버려 두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었다.
"여기 동아리는 뭐 하는 곳이에요?"
그 말에 한동안 벙 쪄있던 그 사람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 뒤 나는 그 사람의 동아리에 들어갔고
나중에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니
그냥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토론하는 남자 냄새만 득실득실한 곳이었다.
주위에서도 내게 묻고는 한다.
'그런 곳에는 왜 들어갔어? 거기에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그때마다 내 대답은 언제나 NO였다.
...그저 그때 엎드려있던 사람의 모습이 예전의 나와 겹쳐 보였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그런 그 사람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내 첫사랑이 생각났었고
그때의 그 오빠처럼 돼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작고 자신감도 없었고 평범하기만 했었던
그때의 내게...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었던 그때의 그 오빠처럼 말이다.
지금도 나는 내 결정을 섣불렀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나름 재미도 있고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을 뿐
부정적인 건 아니었으니까
다만...
"로페릭오빠...다 좋은데... 적어도 여자 앞에서 야겜은 안 해주면 안 돼요...?"
"이건 야한 게임이라고 단정 지을 수가 없는 게 만들어진 연도가..."
"하~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이 오빠 이러는 거 알고 있어요?!"
"!!!! 무... 무!!! 무슨 소리야!!!!!"
이 사람은 그때의 나보다 더 솔직하고 순수한 사랑을 품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고 있다.
"그 선배는 로리 싫어하던데~"
"아니 그건 다르지 헤즐리 이건 로리가 아니고 어덜트용 게임으로서..."
"알겠으니까 야겜 그만하고 청소나 도와줘요. 이거 다 끝나고 집에 갈 때 떡볶이 사줄게요"
"진짜?!! 나 김밥 없으면 안 먹는 거 알지?"
인간으로서 이미 글러먹은 사람이긴 하지만...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때의 나보다 첫사랑이 이루어질 확률이 1%라도 많다면
응원하고 싶다고
[로페리드의 연인 5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