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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가 빛나는 밤에 발리: 처음이자 마지막 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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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1 20:39:14 273 1 0

한창 인도네시아에 화산폭발이다 지진이다 하며 난리일 때 부모님의 걱정을 뒤로하고 발리로 떠났어요.

저도 당연히 걱정도 되고 겁도 났지만, 이런 저런 취소수수료들이 아까워 '에이 괜찮겠지!'하고 그냥 갔습니다.

친한 동생과 함께였는데(이 친구가 그 제주도에서 노래시켰던 새낍니다.)

동생은 한창 서핑에 빠져있어서, 평소에도 같이 서핑하러가자고 꾸준히 영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서퍼들의 천국이라는 발리로 영업을 당해서 같이 가게 됐습니다.

발리해변은 바다도 그렇게 깊지 않고, 파도도 크지 않아 초보서퍼들이 서핑을 배우기에 굉장히 좋은 조건이라 합니다.

저도 현지 강사에게 레슨을 받았습니다. 동생은 탈줄 알아서 보드만 빌려서 탔구요.

2시간은 강사가 가르쳐주고, 그 후 2시간은 저 혼자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처음 배우는지라 파도를 따라잡기 위해 서핑보드위에서 팔을 젓는 것과, 파도를 거슬러 바다 안쪽으로 보드를 들고 가는 것만으로도

저는 진이 다 빠져서 기진맥진해졌습니다. 서핑보드는 생각보다 크고 굉장히 무겁더군요.

그런데 제가 혼자 레슨을 받는동안 동생놈이 심심했는지, 레슨이 끝나자 같이 타자고 하더군요.

제가 배우던 곳은 물이 얕아서 재미가 없다고, 조금만 더 깊은 곳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한 번만 그 맛을 보라면서요.

깊은 곳으로 가는동안 파도가 덮쳐오면 보드 밑으로 잠수를 해야합니다. 파도에 휩쓸려 보드에 부딫혀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렇게 몇번의 파도를 피해 보드 밑으로 잠수를 했었습니다.

그리고나서 고개를 물밖으로 내밀어보니, 바다 한가운데 혼자가 되어있었습니다. 그 많던 서퍼들도 한명도 안보였어요.

사방을 둘러봐도 육지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곳은 파도도 치지 않았고, 바다는 잔잔했어요.

바닷물이 출렁이면서 수면이 아래로 내려갔을 때, 저~~ 멀리 육지가 보이더군요...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아 진짜로 이렇게 죽을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드에 누워 팔을 저어도, 이미 힘이 빠질대로 빠진 상태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어요. 사실 팔을 저을 힘도 없었어요.

그렇게 보드에 엎드려 팔을 젓는둥 마는둥 탈진해 있었어요. 

얼마가 지났는진 모르겠지만 얼마동안 있으니 동생새끼가 오더군요.

동생은 제가 계속해서 파도를 피해 잠수하는 사이에, 이미 파도를 잡아 타고 갔었다고 하더군요.

저도 파도를 잡아서 보드를 탔어야하는데, 허접이다 보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거기까지 휩쓸려 갔던 겁니다.

동생도 설마설마 하다가 제가 안보여서 바다로 들어가다보니, 저~~~ 멀리 점이 하나 있어서 혹시나 하고 와봤는데 저였다더군요ㅋㅋ

아무튼 온갖 쌍욕을 다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어요. 티는 안 냈지만 히어로에게 직접 구출받는 기분이 이럴까요.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는게 없었어요. 

뭍으로 나가려면 어쨌든 제가 팔을 저어야 하는데 힘이 다 빠진 상태였고, 그런 저를 보고 동생도 멘붕상태였거든요.

그렇게 보드위에서 쉬었다 팔을 저었다 조금씩 앞으로 나갔어요. 

그러다가 저희 쪽까지 나와있는 서양인 서퍼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 친구도 별 수는 없었지만, 옆에서 정신적으로 케어해주면서 팔을 저어야할 때와 쉬어야할 때를 알려주었어요.

그렇게 기적적!!으로 생환했습니다. 

그 서양인 친구에게 맥주를 사주고, 셋이서 짠- 하고 한모금 마시는데 

'아...ㅅ발 살았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그 친구는 러시아인이었고, 대학에서 교수(아마 시간제강사)를 하고있다고 했어요. 나이도 30대 후반이었는데 굉장히 동안이라 20대로도 보였어요.

그런데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좀 권위적이고(학생들을 무시하고 비꼬는 말을 계속함),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계속 하더군요...

그래서 내일 일정을 같이 맞춰보자고 이메일까지 주고받았지만, 손절했습니다.


아자트! 잘살고있지? 그때 구해줘서 너무 고마웠어ㅠㅠ 

근데... 철좀 들어라~~~



3. 스페인에서 렌트카 빌렸다가 조그만한 마을에서 방전된 썰


이건 무리



신청곡은 악동뮤지션-물만난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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