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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하나 적어 봤습니다.

jinyl3701
2021-12-01 02:39:42 261 0 0

그는 어렸을 적부터 온갖 칭찬들을 듣고 자랐다. 워낙 영리하기도 하고, 애교도 있었는지라 주변 어른들은 그의 앞에서는 흐뭇한 표정을 짓기 일수였다.

그도 어른들이 자신을 귀여워하는 것을 알고 있었거니와, 그런 연유로 더더욱 어른들 앞에서 재능을 부족함 없이 드러내 보였다.

여타 아이들은 그 모습에 넌더리를 냈다. 그들은 그가 기껍잖았다.

자기들 보다 조금 똑똑하다는 이유로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다니, 이걸 어떻게 참겠는가?

질투와 시기심으로 점철된 곱지 못한 시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나브로 늘어 갔다. 어느덧 악의가 가득한 시선은 그를 둘러 쌌다.

그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위에 여러 적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점으로부터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아이들에게 갖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괴롭힘을 받고, 손가락질 당하며 놀림 받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그때는 저녘으로, 붉은색과 주황색 섞인 노을이 넘어갈까 말까하던 시간때였다.

세상도 노을 빛과 같은 색으로 물들었고, 그것은 곧 세상에게 내리는 휴지의 명령이었다.

그뜻에 따라 사람들은 하던 작업들을 모두 멈추었다. 후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또는 이제 정리할 채비를 하는 시장들이 늘어선 거리로 급히 향했다.

도시는 여러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그 건물들 사이사이에는 어디로 통하는지 모를 골목들이 나있었다.

골목 어귀는 그나마 밝았으나,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차츰차츰 어둠이 짙어져 갔다.

높다란 건물들이 햇빛을 가려서였다.

골목 어귀를 지나 중간에 다다르면 겨우 사물의 윤곽만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워진다.

낮에는 덜하나, 어스름이 내리앉는 저녘 즈음이면 그 정도를 넘기 일쑤였다.

그런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사람 대여섯 명의 무리가 두런두런 떠드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말이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그 무리는 욕짓거리를 거푸 내뱉으며 떠난 것 같았다.

더 이상 그들의 말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둔탁한, 무언가를 때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누군가가 침을 뱉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올 뿐이었다.

"캭, 퉷."

한 아이가 침을 뱉었다. 붉은 선혈이 섞인 침이었다. 선홍색 침은 암흑이 들어찬 골목의 땅바닥에 괴인 진창으로 떨어졌다.

그는 후들거리며 몸을 일으 켜 차다찬 벽에 등을 기대었다. 온몸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그 통증에 그의 얼굴이 와짝 일그러졌다.

"어제도 패놓고..."

그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흠칫 몸을 떨었다. 분명 조용하게 말했는데도 은근히 큰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고요한, 간혹 시궁쥐들이 돌아다니는 소리와 찍찍 짖는 소리들만이 들리는 골목에서는 조용한 중얼거림도 나름 크게 들린다.

다행히 그들은 이 골목을 완전히 떠났는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돌아오는 기색도 없었다.

설령 돌아오더라도 도망치면 되겠지만, 도저히 그의 몸상태로는 뛸 수 있는지는 고사하고, 걸을 수 있는지 조차 의심이다.

그래도 언제까지 더러운 바닥에 나뒹굴고 있을 수는 없었는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에 힘겹게 힘을 넣어 일어 섰다.

아무래도 함든건지 그는 휘청거렸지만, 어찌어찌 벽을 짚으며 몸을 지탱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벽을 더듬으며 악취와 종을 알 수 없는 제반의 벌레들이 짓끓는 골목을 빠져 나왔다.

골목 어귀와 가까워질 수록 골목으로 들어오는 빛들의 양도 그에따라 늘어 갔다.

흐릿흐릿하던 사물들이 황금빛 노을이 내리비추는 빛에 본연의 모습을 완연히 내보인다.

그는 처음으로 빛을 본 것 마냥 손그늘을 만들어 노을을 올려다 보았다.

한 낮도 아닌, 인제 거미가 내려 앉는 시간 때인데 이렇게도 눈이 부시다니, 자신도 모르는 동안 그 어두운 골목길에 그리 오랫동안 있었나 하고, 그는 불현듯 생각했다.

문득 그가 손그늘을 풀었다.

바른손은 힘없이, 물에 젖은 종이가 축 늘어지는 것처럼 힘없이 늘어지더니, 몇 번을 앞뒤로 움직이다 금방 허리께에 자리를 잡았다.

고개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있었다. 해는 지평선 너머를 거의 다 넘어가고 있었고, 주위는 텅 비어 있었다.

"집에 가야지..."

그가 고개를 내리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노을빛이 그의 얼굴 비춘다.

얼굴은 온통 멍투성이로 시퍼랬거니와 울긋불긋한 상처들도 함께 뒤엉겨, 그의 낯을 뒤덮는 상처를 더욱이 심각히 보이게 끔 하였다.

거기다 불그스름한 빛은 단지 그의 얼굴 뿐만 아니라, 그가 입고 있는 옷 또한 밝게 비추고 있었다.

옷은 본래의 색을 거의 잃다시피 했다. 골목길 흙바닥에 괴인 진창과 썩은, 악취가 풍기는 물이 그가 입은 옷에 흑회색 얼룩을 더러 만들었다.

그는 말없이 잠시 걷다가, 별안간 발걸음 멈추었다. 그리고 시선을 내렸다.

더러운 옷이 눈에 들어왔다. 손을 들자, 그 바닥은 오물과 상처가 한가득이다.

얼굴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만져보니, 상처가 났는지 아려 왔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그는 알 수 있었다. 분명 얼굴도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하아..."

그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몰골로 어떻게 집으로 가겠는가. 부모님이 보시면, 단언컨대 금일 있어던 일글을 미주알고주알 캐물으리라.

그는 부모님의 걱정에서 비롯된 행동이 싫었다.

당연히 제 아들이 상처투성이로, 누군가에게 맞고 온 것이 명백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걱정하는 게 부모의 사세고연한 마음이지마는, 그에게 있어서 그런 언행은 독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부모님을 싫어 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그저 걱정 끼치기가 싫을 뿐이다.

거기에 더하여 그는 그 무리(자신을 때리는)들 보다는, 훨씬 성숙하고, 조숙하다 생각하며 자긍하고 있었다. 기실 골목에서 흠씬 두들겨 맞을 때에도 이를 악물고 눈물 흘리는 것을 참기도 했다.

이렇듯, 부모님에게의 반항은 스스로가 조숙하다는 긍지와 어른에 가깝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을은 숫제 넘어갔고, 저녘 어스름의 냉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었다.

바람으로 인한 것인지,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괴였다.

그는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고는,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에게 무어라 말해야 할까, 라며 이런저런 변명거리를 생각하면서 다시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었다.

- 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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