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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가 빛나는 밤에 [이빛밤12화]미뤄진 김에 써보는 가을냄새

뜨끈한 국밥2b632
2019-10-18 00:13:58 344 3 0

가을이 왔다. 


코끝은 간지럽히는 찬공기 냄새, 여기저기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수증기 냄새가 내 마음의 빈공간에 찾아 든다.


가을비를 기다린다. 비온뒤 풍겨오는 낙엽냄새를 올해에도 맡고 싶을 뿐이다.


가을 냄새는 신기하다. 가을냄새가 내 가슴에 들어오면 왜인지 모를 그리움 비슷한 감정도 같이 따라 들어온다.


가을 냄새를 따라 책장 밑에 넣어 두고 오랜만에 들여다 보지않았던 가방하나를 찾아 열어보았다. 가방안에는 몇개의 오래된 카매라들이 들어있다. 그중에 하나를 꺼냈다.


모델명은 '롤라이35'. 60년대 독일에서 만들어진 카매라다. 크기가 내 손바닥 반만한 조그만 35mm필름 카메라. 투박한거 같으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에 반해서 대학생때 샀었다. 


스읍, 코를 가까이 대지 않아도 강하게 풍겨오는 오래된 카메라 냄새를 한번 맡아본다. 낙엽 냄새가 다시 떠오른다. 오래된 카메라 냄새는 눅눅하게 습기를 머금은 낙엽냄새랑 많이 닮았다.


카메라를 손에 쥐어 본다. 손바닥에 닿은 금속제질의 바디가 가을 바람 만큼이나 차갑게 느껴진다. 

차르르르륵, 탁! 틱! 필름을 감고 셔터를 누르는 소리. 틱 하는 셔터소리가 너무나도 연약해서 사진이 재대로 찍혔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래도 나는 이 셔터소리가 매력있고 좋다. 


카메라는 여기저기 긁히고 찍히고 나사는 어디로 갔는지 빈 구멍도 보인다. 이 카메라는 몇명의, 또 어떤 사람들의 손을 거치고 몇번의 계절을 지냈을까? 여러번 깨끗한 카메라로 바꿀까 생각했었지만, 이 흔적들이 저 질문의 답을 간직하고 있는것 같아 이대로 두기로 했다.


빛을 감지하는 노출계 바늘이 움직이지 않는다. 톡톡톡, 손가락으로 두들겨봐도 반응이 없다. 정확한 노출값을 보여주는건 아니지만, 빛을 볼때마다 하얀 바늘이 까딱 까딱 움직이고 있으면 '얘가 아직 살아 있구나' 싶었는데 오랫동안 잊혀져서 풀이 죽었나보다. 


오랜만에 조심조심 나사들을 풀어서 카메라 속안에 감춰진 작지만 복잡한 세계를 들여다 보았다. 먼지도 털어주고, 기름칠도 하고, 노출계 베터리도 갈아 주었다. 다시 노출계의 하얀 바늘이 춤을 춘다. 내 작은 관심에, 카메라의 작은 춤이 다시 시작 되는걸 보고 있자니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가을 밤이다.


가을 냄새가 가져다준 그리움에, 다시 찾게된 가을 냄새를 닮은 카메라,

내일은 이친구와 안개 자욱한 가을 아침을 눈에 담아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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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곡은 이밤 그냥 듣고 싶어진 노래

밤편지 -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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