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 살랑 시원한 가을 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밤을 걸으면
가슴 한켠의 빈방이 요란하게 흔들린다.
빈방의 주인은 방에 들어온적 조차없다.
용기의 불꽃에서 불을 빌려와
촛불을 켜고 그대를 초대했지만
그대는 침묵이라는 비수로 대답했다.
칼자국을 메우려 빈방을 들여다 보니
눈물의 습기덕에 곰팡이만 무성했다
살랑 살랑 가을향기 온몸을 적시면
곰팡이 닦던 시절의 비참함이 기억난다.
어째서인지 그때의 비참함을 다시 느끼고픈
이해할 수 없는 욕망에 시달린적이 있는데
그것은 용기의 불꽃이 주는 온기가 그리워서였다
용기가 있어야 비참함도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하지만 흘린 눈물이 가슴을 적셨을때
용기의 불이 타던 자리엔 하얀 재만 남아있었다.
꽃치마를 두른 여인들 가을산책을 나서면
나도 마음에 꽃이 있던때가 기억난다
조그마한 꽃씨하나 힘겹게 찾아내
심을자리를 찾아 가슴속을 헤메지만
젖은자리는 눈물의 늪이고
마른자리는 재만 남은 황무지다
어느새 씨앗은 말라비틀어 지고
꽃치마를 두른 여인은 멀리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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