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공기를 잔뜩 들이마시면 생각나는 하루가 있어요.
가만히 있으면 서늘하지만 움직이면 금방 더워지는 그런 가을날.
발과 발목이 약한 저는 집에서 쉬는 걸 제일 좋아하지만,
연인을 만날 때만큼은 아니었어요.
더 많은 경험을 함께하고 싶어서 늘 무리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죠.
5년전 이맘때, 온종일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날도 발이 아파서 주변 벤치에 털썩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참 세심해서 그럴 때면 늘 제 발을 주물러주려고 했어요.
근데 저는 못생긴 발이 컴플렉스인 데다가 땀이라도 났을까봐 거절했어요.
구두도 아닌 운동화를 신고 그렇게 힘들어하는 제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신발을 벗지 않자 신은 채로 꾹꾹 주물러주더라고요. 더러울텐데.
제가 아치 부분을 가장 아파하는 걸 알았던 그 아이는 신발 밑창까지
망설이는 기색 없이 손을 대더라고요.
놀라고 미안해서 계속 말렸는데도 꿈쩍도 안 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너무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그때 그친구가 그렇게 예뻐해주던 덕분에 발에 대한 컴플렉스도 거의 사라졌어요.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지쳐 영영 이별했지만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신청곡 아이유 너의 의미
* 어째 실명제같지만 익명 맞음 추측금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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