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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소설] 금딱 당하는 단편 소설

Broadcaster 돌콩92
2021-09-17 20:44:56 187 2 3

액자속에 들어있는 딱지를 보고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이게 뭐야?"

"아아, 이건 딱지라고 하는거란다."

"딱지가 뭔데?"

액자의 딱지를 보고 감상에 젖은 할아버지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딱지치기가 굉장히 번성해서 어딜가도 딱지치는 사람들을 볼수 있었고, 딱지 강자들만이 가진 우람한 오른팔의 딱근은 선망의 대상이었단다.

그러나 그런 영광스러운 나날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지.


[각하의 집무실]

"각하, 요즘들어 딱지치기라는 놀이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그래? 그게 뭐하고 노는 놀이인가?"

"종이를 접어 정사각형 모양으로 역어 딱지를 만들고, 서로 번갈아가며 쳐서 뒤집는 놀이입니다."

"뭐? 뒤집어? 이거이거, 이대로 뒀다간 언젠가 이놈들 딱지만 뒤집을게 아니라 나라까지 뒤집어 엎을 꿍꿍이를 품을지도 몰라... 모조리 금지시켜!"


그렇게 어느날 갑자기 딱지치기를 금지당한 우리는 너무 억울했지. 우리는 그저 딱지치기를 즐기고 싶었을 뿐, 나라를 뒤집는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건 아무런 관심도 없었거든.

우리는 딱지치기를 지키기 위해 나섰단다. 당시 딱지치기의 최강자였던 딱지왕이 직점 맨앞에 나서서 저항운동을 이끌어 주셨지.

하지만 우리는 이내 제압당했고, 딱지왕은 본보기로 체포당하고 말았단다.

"그의 탄탄한 딱근으로 딱지를 치는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다니."

우리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저항운동도 힘을 잃었지.


그뒤로 딱지치기는 탄압을 당해 양지에 나설 자리를 뺏기고 말았지. 강한 딱지꾼의 상징이었던 딱근도 탄압의 대상이 되어버렸단다. 

한번은 경찰에게 딱근으로 심문을 당한적도 있었지.

"자네 오른쪽 팔만 두꺼운거 보니 혹시 딱지치는 놈인가?"

"아니오. 이건 딱근이 아니라 딸근이오."

그런식으로 모면할 수 밖에 없었지. 딱지 실력자라는 자부심은 온데간데 없고 자괴감만 남은 치욕스러운 나날이었어.


이제 음지로 들어가버린 딱지계의 질서는 어지러워져만 갔단다.

딱지 속에 철판을 몰래 집어넣고, 속임수딱지가 암시장에서 엄청난 가격에 팔리고, 심지어는 딱지치기에 딱지가 아니라 표창을 접어가지고 오는 놈들까지 있었지.

문제가 발생해도 어차피 딱지는 불법 아니냐며 서로를 헐뜯고, 해결에 공권력의 도움도 받을수 없었지. 정말 혼란스러운 시절이었어.


그렇게 딱지계의 질서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수 없었던 나는 앞으로 나섰단다.

"대체 딱지가 뭘 잘못했는가? 즐겁게 딱지를 칠 생각만 한 우리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이제 더이상 이런 악법에 우리 딱지계가 망가져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딱지를 즐기는 동포들이여 일어나라!"


무너진 딱지계를 지켜보며 분노가 쌓인 우리의 기세는 엄청났지.

모든걸 뒤집어 넘겨버리는 딱지앞에서 우리를 막을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단다.

마침내 딱지금지법이 있는 서류고에까지 도착했지.

"찾았다! 금딱법이 들어있는 금고야."

"큭, 열리지 않아!"

"저리 비켜!"

딱!


...


"그때 이 딱지금지법이 적혀있는 서류를 접어서 만든 딱지로 한 딱지치기는 그 어느때 즐겼던 딱지치기보다도 즐거웠지..."

"와, 그러면 딱지를 마음껏 칠 수 있게 된거야?"

"허허허, 아니. 그게 우리가 즐긴 마지막 딱지치기 였단다"

"왜?"

"왜나햐면 그 난리로 딱지치는 놈들은 역시 나라를 뒤집어 놓을 놈들이라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려버렸거든."

"..."


부제 : 액자 속의 딱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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