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저는 본디 햇빛을 받으면 시들어가는 체질 입니다.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 묻지 마십쇼. 제가 그렇습니다. 암튼 그럼 ^^7
하지만 일정이 생기면 낮에도 외출은 합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죠.
햇빛 아래를 걷는 단무지는 RPG 게임의 레전드 업적 몬스터 마냥 보기 힘듭니다.
고로 외출 기념으로 제가 오늘 어떤 낮을 보냈는지 여러분께 말씀 드립니다.
제비군이 선물해 준 기프티콘을 쓰기 위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웠지만 할 일이 많았기에 부지런히 움직였죠.
팔공티 도착.
응 존맛.
당충전 씨게 하며 다이어트 생각은 잠시 접어둡니다.
그림자가 약간 펭수 같이 나온 건 기분 탓 입니다.
여러분은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대충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며 스크롤을 내리세요.
단 걸 먹어서 기분이 좋아진 전 근처의 문구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전부터 그냥 싸인펜이 사고 싶었기에 천천히 구경합니다.
진짜 누가 봐도 으른들이나 살 것 같은 싸인펜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사가라고 제일 위에 올라온 걸 보며 전 홀려서 집어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 향기나는 싸인펜 살 걸.
'동아 사인펜'은 어른들에게 교훈을 주는 참된 으른의 싸인펜이었던 것.
지나가는 길에 친근한 얼굴이 있길래 인사나 나눴습니다.
그리고 정말 살 게 있었던 저는 동그란 얼굴에 현혹되지 않고 발 길을 돌렸습니다.
팔공티를 들고 있는 저의 그림자가 펭수 같았던 건, X같은 펭수가 제일 무난한 파일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복선이었습니다.
회사에 제출 할 서류가 있어서 그저 투명한 파일집을 원했을 뿐인 제게 큰 시련이 닥쳤습니다.
아무리 봐도 투명한게 없습니다.
출근 첫날부터 상큼한 쌉관종으로 낙인 찍힐 수 없었던 저는 그냥 흰 봉투에 꼬깃꼬깃 접어서 서류를 제출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빽다방에 도착해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 사발 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초코 밀크티(L)은 다 마셨냐고요?
여러분은 'L' 사이즈의 진정한 의미를 아십니까?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뜻 입니다.
진즉 다 먹고 집 가는 길에 아메리카노까지 조졌습니다.
이상 단무지의 낮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