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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제네시스 느와르 ★★★☆

Broadcaster 어스키
2022-01-12 17:54:01 19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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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느와르는 우주의 시작과 끝이 발생하는 동안 인류의 기원과 발전, 우주의 시작과 멸망, 인류의 다중 우주로의 이주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은 꽤나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우주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우주는 어떻게 창조 되었는가, 우주의 끝은 어떻게 되는가,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와도 같은, 일반적인 작품들이라면 엄두도 못낼만한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풀어내며 나타낸다.


우주의 기원은 어느정도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태초에 극도로 높은 온도의 극점이 있었고 그것이 빅뱅이 되어 퍼져나갔다. 수십억년이 지난 후, 태양계가 형성되고 지구가 대 충돌로 인해 지금과도 같은 환경이 되었으며 생명체가 탄생하게 된다. 생명체들은 시간과 함께 진화를 거듭해 나아가 자신들만의 독창적 발전을 이룩해 내는데 성공한다.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였으며 지구의 형성 역시 시간이란 약속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주의 멸망 또한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는데, 최초의 다시 한 극점으로 모이게 되는 빅 크런치와 팽창이 끊임없이 일어나 결국 우주의 열이 도달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어 냉각되는 빅 프리즈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이 역시 인간의 인지로는 억겁의 시간이 지나야만 이루어지는 단계다. 시간의 약속 아래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게 되는 일종의 작업인 셈이다.


그럼 그 사이에 인류는 무엇을 했을까. 억겁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우주의 찰나라고 부를 수 있는 순간 속에서 인류는 생존, 정치, 문화, 과학의 발전을 이룩하며 우주의 중심에서 살아남아 찬란한 꽃을 피운다. 슬픈 일들도 존재 했지만 모든 것들은 시간과 함께 흘러 극복하고 어떤 생명체도 범접할 수 없는 만물의 영장에 이르게 된다. 제네시스 느와르는 이러한 딱딱하게 보일 수 있는 우주의 탄생과 결말, 방향성, 인간의 미래에 대한 것들을 시간과 인류의 사랑이란 테마를 통해 미술적 상상을 곁들여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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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아래부터는 작품 해설과 스포일러 입니다 ㅡ 


작품은 빅뱅이 일어나기 수 초 전부터 시작된다. 빅뱅이 일어나기 수 초 전, 시계장수 '노 맨'은 어제 자신과 뜨거운 밤을 보낸 재즈 가수'미스 매스' 에게 총구를 겨누는 색소폰 연주자 '골든 보이'를 발견한다. 노 맨은 골든 보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갑작스레 발견한 사건이라 별 다른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골든 보이가 총을 격발할때까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골든 보이의 총구가 불을 뿜는 순간, 극점이 한 군데로 모여 빅뱅이 시작되고 미스 매스로 향하는 총알이 하나의 온전한 우주로 탈바꿈 하게 된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서 어떤 세계의 시작과 탄생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최초의 빅뱅의 순간, 노 맨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스스로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알콜에 찌들어 짧은 순간이었지만 함께 했던 미스 매스를 잊지 못해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그는 곧 미스 매스를 구해야 된다는 다짐을 하게 되고 골든 보이의 총구가 만들어 낸 우주 속으로 들어가 수많은 블랙홀을 만들어 빅 크런치를 이끌어 내어 우주를 멸망 시키기로 결심한다. 우주의 끝이 노 맨이란 인물의 결단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후, 노 맨은 우주 속에서 초신성의 죽음과 블랙홀의 탄생, 그리고 인류의 출현을 목도하게 된다. 노 맨은 다양한 인류와 마주하며 그들을 우연치 않게 도와주게 된다. 처음에는 사냥꾼의 사냥을, 두 번째는 낭인의 정치적 결단을, 세 번째는 음악가의 작곡을, 네 번째는 과학자의 성취를 이룩하게 해준다. 그렇게 노 맨은 우주를 끝내기 위해,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죽이기 위해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다양한 시간에 걸쳐서 우주의 산물인 인간을 이끌어 주게 된다.


마침내 우주의 끝에 도달한 순간, 노 맨은 수많은 블랙홀을 통해 우주를 무너뜨리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중, 인류는 노 맨의 의도를 알아차리게 되고 그를 무한한 블랙홀속 너머로 빠뜨려 억겁의 시간을 보내게 만든다. 억겁의 시간 속에서 노 맨은 분노와 기다림, 미스 매스에 대한 사랑을 불태우며 고통을 참아낸다.


우주의 끝에서 억겁의 시간이 지난 후, 소멸된 블랙홀 속에서 노 맨이 빠져나오게 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며 팔 한쪽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는 인류가 만들어 놓은 한쪽 팔이 없는 자신의 동상을 마주하는데, 인류가 그를 가르켜 '정확한 동상' 이라 지칭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이에 분개한다. 분노한 그는 그동안 발전을 이룩해 온 우주를 누빌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인류와 만나게 된다. 노 맨은 자신을 가두어 놓은 것에 대해 화를 표출하지만 인류는 당신의 무한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노 맨을 설득하고 함께 춤을 추며 어두컴컴한 우주를 형형색깔의 빛으로 물들인다. 자신을 향한 무한한 인류의 사랑에 탐복한 노 맨은 결국 우주의 멸망을 일으키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골든 보이가 만든 우주에서 벗어난다. 새로운 우주로 오게 된 인류는 노 맨에게 물어본다. '태초의 빅뱅이 있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하지만 노 맨은 인류에게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는다. 태초의 빅뱅 이전에는 살인이 있었고, 추악함이 존재했으며 그것을 막을 수 없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 맨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넘어간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을 꽃피울 것이다. 노 맨이란 이름의 시간이 보여준 무한한 사랑의 흔적은 인류에게 언제나 남아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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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 등장하는 미스 매스는 신이다. 미스 매스가 존재했기 때문에 골든 보이가 총구를 발사하게 되었고 우주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는 미스 매스가 인류와 우주에게 한 일은 탄생 시키는 역할 밖에 없었지만 미스 매스라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우주의 기원 조차 발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를 신이라 불러야 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작품에서의 신은 전지하거나 전능하지도 않다. 그저 존재를 하게 해 줬을 뿐인 지극히 '역할'에 해당하는 신에 지나지 않는다. 신의 죽음으로 마침내 인류는 시간과 만남으로서 사랑을 깨닫게 되고 이윽고 초월적인 존재로 거듭나 영원한 존재가 된다.


골든 보이는 분노와 폭발, 빅뱅과 끝, 파괴와 창조를 상징한다. 골든 보이의 분노로부터 미스 매스의 파괴가 일어나게 되었고 그 안의 창조가 이루어 졌으며 그 속의 우주를 통해 수많은 생명이 함께하게 된다. 창조를 하기 위해선 파괴부터 하라는 격언도 있지 않던가. 수많은 인간적 감정의 시발적 촉매가 바로 골든 보이인 것이다.


노 맨은 시간이다. 최후의 노 맨의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가는 것 역시 시침과 분침을 지칭하는 것이다. 인간의 약속인 시간은 언제나 우리의 곁에 있으며 벗어나지도 않는다. 우주의 끝까지 함께 하는 영원한 동반자다. 우리는 시간이란 굴레에 얽매여 있으며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인간은 시간이란 속박에 항상 얽혀 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모든 이들에게는 제한적인 시간만이 존재하며 이 시간 안에 무언가를 이룩하고 성공 시켜야만 한다. 인류가 끝나는 순간까지 말이다.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시간의 제한이라는 축복이 있었기 때문에 발전을 이룩하고 찬란하게 꽃피울 수 있었다. 생존도, 정치도, 문화도, 과학도 모든 것들은 시간 아래에 존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때, 시간은 무한한 사랑을 내뿜는 존재다. 작품의 시작은 시간이 신을 구하기 위해 분노를 억누르려는 것이었지만 종극에 이르러서는 시간과 우주, 인류애적 사랑을 드러내며 막을 내린다.


제네시스 느와르는 철저히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음에도 그 속에 온갖 색채의 미술과 미사어구, 은유를 통해 딱딱하고 따분한 과학을 표현주의적인 미술 방식으로 승화시켜 나타낸다. 작품을 즐기는 데에는 어떠한 과학 상식도 필요 없다. 그저 보이는 것 그대로를 가슴 깊이 느끼면 된다. 먼 미래의 인류는 어쩌면 우주의 멸망까지도 막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경지에 이르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많은 시간의 축복이 지난 후의 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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