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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자산어보

Broadcaster 어스키
2021-04-05 22:01:33 24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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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는 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마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매번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물론 소수의 현명한 사람들은 이미 살아가야 할 방법을 정해 놓았을 것이다.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꾸준히 밀어붙여 관철한다. 그러나 이를 아는건 소수의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살아갈 길을 따로 찾아야 하며 그때그때 배움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배운 사람이 나은 선택을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많이 배운 사람들이 결정권을 쥐게 되는 사회 계층 구조를 이루게 된다. 보다 더 현명한 사람, 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말이다. 하지만 배운다고 해서 모두가 현명해 지거나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글자로 배우기만 하고 살아갈 방법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이 어떤식으로 도움이 되는지, 실질적 가치가 어떤 것인지, 더 나아가 확실하게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된다. 실리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그 배움은 아무런 쓸모가 없을테니 말이다.


자산어보의 주인공 정약전이 이런 사람이다. 배움에 있어서 끝은 없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다고 믿는다. 더 나아가서 그는 시스템들 마저도 쓸모 없는 것들은 모두 버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취하고 있다. 이미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빛을 누렸지만 본인에게는 한낱 다 부질없는 것이고 세상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을 전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살아가는 법인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급진적 사상은 독이 될 수 있는 법. 조정에서 정치적 견제를 받게 되고 끝내 그는 흑산이라는 먼 곳으로 유배를 가고 만다.


그런 그의 앞에 배우기 좋아하고 글읽기를 잘하는 창대라는 청년이 나타난다. 약전에게는 창대가 이미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디에 어떤 물고기가 있는지, 그들을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는지, 큰 물고기를 상대하는 방법은 어떤것인지, 창대 본인만이 알고 있는 실리적인 방법을 보며 감탄한다. 이 모습을 보며 약전은 그저 농촌 청년에 불과한 창대를 스승으로 모신다. 여기서 약전의 사상이 엿보인다. 약전은 조정에 있으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다 누렸을 것이다. 나라의 병권을 쥐락펴락하는 자리에까지 갔는데 무언들 안해 보았겠는가. 하지만 그는 부귀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지식을 통해 백성들에게, 나라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되묻는다. 창대의 물고기에 대한 지식이 나라를 바꿀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좀 특이한 부분이지만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와도 같은 사상이라고 봐도 된다. 배움의 지식을 사사로이 사용해 자신의 득을 취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그의 행위야 말로 진정한 양반이자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진면목이다. 그는 이를 일찌감찌 알고 있었고 어떤 방법으로 설파해야 할지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가 양반 가문에 태어나 어렸을때부터 배움의 기회를 쉽게 얻어서 그만의 독특한 사상을 발전 시킬 수 있었던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배움의 기회와 여유가 많다면 생각의 폭도 유연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창대의 생각은 다르다. 창대와 같은 사람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오는 것은 흔치 않다. 시골에서 아무리 총명하면 무엇 하겠는가. 이를 이용해서 출세를 할 수도 없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에 적용할 수도 없다. 오랜 세월동안 잔뼈가 굵어진 그의 어부 생활은 마을 사람들도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나지만 '이렇게 물고기 잡는 방법으로는 나라를 바꿀 수 없다.' 고 말한다. 지식을 배운 사람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려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야 된다고 믿는다. 이런 그에게는 어부로 살아가는 것이 아무리 실리적이라 할지라도 이미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대는 자신에게 배움의 기회가 오지 않았는 것에 대해 한탄한다. 총명하지만 자신의 머리를 굴릴 방법을 찾을수도 없고 단순히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멋들어진 비단옷을 입고 갓을 휘날리며 돌아다니는 양반들을 부러워 한다. 그도 그럴것이, 분명 창대의 눈에는 자신과 저 양반들의 차이가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자신보다 어리숙한 사람이 고을의 별장이 되었는데, 화가나지 않겠는가. 배움의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총명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컴플렉스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다. 어쩌면 약전과는 반대로 배움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생각이 폭도 낮을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창대의 생각은 조선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았을때, 약전의 말 처럼 매우 쓸모없고 낡은 사상이다. 배움의 길을 걸은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는게 아니라 모두가 배워버리게 된다면, 그 생각들을 맞댈수 있지 않겠는가. 굳이 소수의 사람이 이끌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결국 창대의 생각이 잘못된 방향이다라는 현대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명분이나 계급 같은 것들을 우선시 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는 실리적인 것들이 가장 최우선이고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이 먼저다.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더 할나위 없이 좋지 않겠는가. 약전은 마치 미래에서 타임머신이라도 탄 사람인 마냥 창대에게 자신의 사상을 설파하면서 그를 설득한다. 영화 자산어보에서 말하는 배움의 길과 삶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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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은 안타깝게도 썩 매끄럽게 만들어졌다고 보긴 힘들다. 심지어 종반부에 등장하는 몇몇 충격적인 장면들 때문에 창대가 진정으로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부분을 깨닫는 중요 장면들 마저도 묻혀버리게 되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물론 조선시대 말기는 백성들이 살아가기에 매우 끔찍한 환경인건 맞지만 영화 내에서의 표현을 꼭 그렇게 해야했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영화의 재밌는 점은 창대와도 같은 배움의 기회를 받지 못해 살아가는 법을 익히지 못하는 사람들은 현대에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돌아가야지만 약전이 원하는 진정으로 평등한 사회가 펼쳐지겠지만 그런 날이 오기에는 아직도 멀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이지만 비슷한 문제들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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