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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카우보이 비밥 (드라마) ★☆

Broadcaster 어스키
2021-11-23 16:49:49 18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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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비밥(드라마)은 선라이즈에서 제작한 시리즈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실사 드라마다. 뛰어난 작품을 리메이크 할때는 신중해야 한다. 해당 원작의 이야기를 곧이 그대로 따라가면 원작 그대로를 재현했다는 이야기 밖에 못 듣게 되고 재해석에 실패하게 될 경우, 원작의 반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아냥을 듣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성배와도 같다고나 할까. 물론 성배에 어떤 짓을 하는지는 성배를 찾은 사람 마음이긴 할 것이다. 단맛 가득한 싸구려 와인을 채우거나 폭탄주, 고량주를 붓든 간에 성배를 차지한 사람에게 모든 결정권이 있지 않겠는가. 물론 진정한 성배를 원하는 종교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성배 그대로 남아 있기를 원하길 바라며 설사 현대에서 다시금 성배에 잔을 채운다 하더라도 예수가 미사에 직접 사용했던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카우보이 비밥 드라마는 성배에 독을 중화하지도, 예를 올린 미사를 드리지도 않는다. 그저 싸구려 와인을 실컷 부은 다음 우리가 이 보물을 차지 했으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라는 식으로 던져 놓은, 넷플릭스라는 허깨비 파티장 한켠에 던져진 깨진 유리잔 파편에 불과하다. 작중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것들을 연구하지도, 고민하지도 않았다. 일말의 흔적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작품의 결말과 메시지를 완전히 뒤바꿔,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원작을 제대로 보기나 했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하는 부분은 작품에 전반적으로 깔린 분위기다. 카우보이 비밥 원작은 다양한 장르적 특색을 포함하고 있다. 어떤때는 제목처럼 현상금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서부극 냄새가 물씬 풍긴다. 우주 개척시대 한가운데에 무법자들이 들끓고 그들을 사냥하기 위해 황야 한가운데에 서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비밥호 선원들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한편의 서부극이 눈 앞을 아른거리게 만든다. 이런 분위기 속에 겉표면으로 떠오르는 액션의 주 된 느낌은 80년대 홍콩 느와르와 매우 흡사하게 흘러간다. 그 사이에는 끓어오르는 하드보일드한 인물의 감정선 표현까지 더해 작품의 가치를 한껏 더 끌어올리게 만든다. 진지한 분위기로 흘러가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낄때 즈음에는 나름의 유머러스한 감각을 살려 보는이로 하여금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여유로움까지 보여준다. 잘 조합되지 않을 것 같은 고유의 조형들이 하나로 뭉쳐져 카우보이 비밥이라는 작품을 일궈내는 것이다.


하지만 리메이크 된 드라마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 뱁새의 느낌도 나지 않는다. 시도 자체를 아예 하지 않는다. 화려한 액션씬과 그저 카우보이라는 제목만 듣고 만든 분위기, 거기에 약간의 재즈풍 음악을 곁들여 CG 뒤에 숨어버린 질 낮은 작품에 불과하다. 원작에 대한 예우도 없으며 어디서도 재해석이 성공했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을 찾을 수 없다. 원작을 떼어놓고 본다 하더라도 작품의 가치는 절대 평가에서 합격선을 넘지 못한다. 그 어느 하나도 자신있게 이야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물상의 붕괴와 메시지 역시 작품의 큰 문제점이다. 주인공 스파이크는 현실을 바라보고 싶지 않은 뛰어난 암살자이다. 그는 연인 줄리아와 함께하기 위해 몸담고 있는 조직 레드 드래곤과 의형제 비셔스를 배신하고 죽음을 위장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잠적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의형제 비셔스의 간계로 줄리아와 이어지지 못하게 되고 그의 현실은 그곳에서 멈추고 만다. 그 후 그는 3년간 현상금 사냥꾼이 된다. 실력도 있고 나름 먹고 살 만큼 돈도 번다. 현상금 사냥꾼으로서 살아온 그의 나날들은 줄리아와 비셔스, 레드 드래곤이 없는 곳에서 그려진 환상속 평화이자 동시에 피하고 싶은 현실에서 도망쳐온 도피처인 것이다. 작품의 제목인 카우보이 비밥이란 것 자체가 비밥호에서 카우보이가 된, 스파이크의 안정된 삶을 치환한 환영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리메이크 된 드라마에서는 도피처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 비밥호가 가지는 추상적인 이미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으며 단순한 생활 공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환영속에서 마주하는,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들인 경박한 여자, 어린 아이, 동물과 함께하지만 그들과 어울릴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모습도 전혀 비춰지지 않는다. 제작진들은 스파이크의 내면 표현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건드리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페이 발렌타인의 캐릭터성 역시 동성애적 코드를 집어 넣음으로서 완전히 바뀌어버리고 만다. 작품의 실질적 히로인격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페이는 은연중에 스파이크를 마음에 두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봐, 스파이크 내에 잠재되어 있는 줄리아를 밀어 낼 자신이 없어서 솔직해 지지 못한다. 페이라는 캐릭터 전반에 걸쳐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깔려 있으며 스파이크 역시 이를 알고 있지만 그녀에게 내색하지 않고 오직 줄리아만 바라본다. 이뤄질 수 없는 절실한 분위기가 더욱 페이를 아련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 마저도 드라마에서는 그냥 현대적 감성을 살린답시고 동성애자로 만들어 버림으로서 저 멀리 밖으로 날려버리고 만다. 그녀가 비밥호의 선원들을 도와주는 이유는 같은 배에 타고 있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어딜가도 그녀가 스파이크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런 문제점들은 이 작품의 세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무언가 내가 알고 있었던 추억거리에 오물을 끼얹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카우보이 비밥 드라마는 그 어떤 부분에서도 원작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며 절대적인 기준에서도 함량 미달인 작품이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어디가 문제일까.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기만을 당해야 할까. 누가 꿈이라고 말 해 줬으면 좋겠다. 스파이크가 3년간 꿈을 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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