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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고민/일상 인터넷 방송인은 돈을 쉽게 버나요?

覆水不返盆3ca8b
2018-02-25 01:12:09 980 0 0

요즘 촉망받는 직업 중에 가장 신기한 직업 2가지를 뽑으라면 저는 단연 힙합 가수와 인터넷 방송인인 것 같아요. 예전만 해도 힙합이라는 장르는 다른 장르에 속하면서 마치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한 에피타이저 수준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급부상하여 메인 요리가 되어버리더군요. 사실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가 외국에서는 이미 인정받고 있었으니 그리 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가 이번에 말하고 싶은 직업은 힙합 가수가 아니라 인터넷 방송인이겠죠?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은 제게 특별한 느낌을 줬던 것 같아요.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시장의 구조를 완전히 뒤틀어버리는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자신이 컴퓨터로 하는 것을 영상으로 송출하여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 말로 들었을 때는 그럴싸했는데 직접 느껴보니 대단히 신선하더군요. 세상 어떤 사람이 이런 직업을 생각해냈나, 하는 생각이 크게 들었어요. 아마 그 사람은 저보다 똑똑하지 않을까 싶네요. 새 직업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요.


저는 어떤 것에 대해 글을 남길 때, 혹시 그것이 수필이더라도 대상이 되는 어떤 것에 굉장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껴요. 혹시라도 제 개인적인 감정만으로 글을 남겼다가, 뜻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그 어떤 것 뿐만 아니라 저 스스로에게도 큰 결함일 테니까요. 당연히 인터넷 방송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해 저는 근 한달 하고도 반이나 더 인터넷 방송을 즐겼어요. 아, 물론 별풍선이라던가, 도네이션 같은 것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가끔씩 인터넷 방송이 뉴스에 뜨던 것과는 달리, 인터넷 방송 대부분은 깨끗한 편이었어요. 물론 흔히 말하는 여캠 방송이라는 것은 꽤 많이 선정적이었지만, 아이돌 섹시 컨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분들 역시 그 분들 나름대로 수익 창출 방법을 알아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행한다면, 도의적 책임도 크게 뭐라하고 싶지 않아요. 양심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면 시작부터 비판을 하지 않았을까요? 다만 제가 흥미롭게 봤던 것은, 유튜브에 있는 한 댓글이었어요. 한 인터넷 방송인에 대한 짤막한 영상이었는데, 당시 댓글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BJ나 스트리머나 하나같이 돈 쉽게 벌면서 힘들다 어쩌다 말하는 거 보면 솔직히 역겹다 지들이 평소 버는 만큼 밖에서 벌려면 진짜 몸이 박살날 정도로 일을 해야하는데"


아마 인터넷 방송인 대부분이 하는 방송 내용이 게임, 이야기, 먹방, 춤, 노래 등등이라서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인터넷 방송인은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박살내주지 않았나 싶어요. 게임으로 돈을 벌어야 했다면 게임을 잘해서 프로게이머를 했어야했고, 춤과 노래는 아이돌이나 가수가 되어야했죠. 당연히 실력이 좋아야하고요. 먹는 것? 먹는 것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파워블로거를 제외한다면, 없는 수준입니다. 그나마도 파워블로거는 문제점이 많았었죠.


하지만 인터넷 방송인은 그렇지 않았어요. 게임을 그다지 잘하지 않아도, 노래를 엄청 잘 부르지 않아도, 춤을 엄청 잘 추지 않아도, 먹는 것은 먹음직스럽게 잘 먹어도 성공할 수는 있으니까, 진입장벽도 낮은 것입니다. 거기에 시청자들이 열심히 하라는 차원에서 별풍선, 도네이션 등을 한다면 수익까지 창출해낼 수 있고요. 당연히 지상파 방송국이나 여타 다른 방송국과 다르게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정말 많은 제작비가 들지도 않습니다.


미리 답을 말해드리고 싶네요. 저는 저 말에 동의합니다. 인터넷 방송인은 돈을 쉽게 벌어요. 하지만 위에 썼던 이유 때문에 쉽게 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댓글 양상을 보아하니, 보통 인터넷 방송인이 돈을 쉽게 벌지 못한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주로 내세우는 주장이 "돈을 쉽게 벌 때까지의 자리는 얻기 쉬운 줄 아나?" 였습니다. 더 찾아보고 싶었지만, 그 외 다른 주장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실은, 제가 생각해봐도 저런 주장 말고는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인터넷 방송인이 하는 활동이 다른 직업에 비해 그닥 많지 않다는 점을 떠올리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저 주장에도 충분히 반박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분들이 말씀하셨던, '돈을 쉽게 버는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인터넷 방송을 해도 돈은 벌지 못하고, 시청자도 없고, 방송이라고 해도 혼자서 말하고 혼자 떠드는, 어찌 보면 참 외로운 싸움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몇 년을 방송해도 시청자 수가 많지 않던 인터넷 방송인도 봤고, 본인이 원하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인터넷 방송을 접는 인터넷 방송인도 봤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회에서 취업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업하기가 쉬운가요? 매우 어렵습니다. 당장 우리가 흔히 아는 노량진만 가도 얼마나 많은 취업 준비생이 있는지 상상이 가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취직하기 전까지 취준생이 돈을 벌 수는 있을까요? 없죠. 알바를 하면 된다고요? 그건 인터넷 방송을 막 시작한 분들도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인이 '잘 버는 자리'까지 가기 어렵다면, 취준생들은 '취업'하는 자리까지 가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그건 취업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라고 반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한민국이 취업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 이보다는 취업하기 쉬워져야 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회 문제이지, 인터넷 방송인이 돈을 쉽게 버나, 안 버나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취업이 지금보단 쉬워져야하긴 하지만 누구나 마구잡이로 취업을 할 수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언급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터넷 방송인이 잘 버는 자리까지 가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사실 개개인마다 다 달라서 기간이 어느 정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회사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을 합격한 사람이 잘 버는 인터넷 방송인이 노력했던 그 같은 기간동안 같은 직장에서 단 한 번도 문제 한 번 일으키지 않고, 꾸준히 일을 하며, 항상 똑같은 스케쥴로 생활하고, 때로는 상사 기분을 맞쳐주기 위해 몸까지 버려가며 살아도 잘 버는 인터넷 방송인의 수익의 반이나 될까요? 글쎄요. 그렇다고 다른 직업을 구한 사람들이, 인터넷 방송인보다 더 열심히 안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인터넷 방송인 중에는 수익 창출이 잘 되지 않아서 활동을 그만둔 인터넷 방송인도 있다." 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저는 그 분들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누구도 인터넷 방송인을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누구도 인터넷 방송인을 하지 말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인터넷 방송인을 선택한 것은 본인입니다. 당연히 그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져야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방송인이 잘 버는 자리까지 가는데 무조건 성공하지 않듯이, 취업도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죠.


물론 인터넷 방송인이 수익을 무작정 쉽게 낼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인이 하는 활동에 비하면 그 수익은 지나치게 큽니다. 아마 "인터넷 방송인이 돈을 쉽게 번다." 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대부분은 '인터넷 방송인이 하는 활동에 비하면' 이라는 전제 조건이 들어가있을 것입니다. 정말 나쁘게 표현하시는 분께서는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더군요.


"사회에 내놓으면 빈 쭉정이마냥 도태되서 버려질 얘들이 인터넷 방송으로 떴다고 남들 무시하네"


결국, 인터넷 방송인은 하는 활동에 비하면 정말 벌어들이는 수익이 엄청나게 큽니다. 당장 길거리에 나가서 똑같은 행동을 해도 똑같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요. 하지만 전 수익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 않아요. 인터넷 방송을 통한 수익 창출도 역시 정당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인 분들은 솔직하게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자꾸만 "인터넷 방송해서 돈 벌기 힘들다. 지금도 힘들다." 라고만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솔직하지 못하면, 인터넷 방송인 분들보다 더 힘들게, 열심히, 쉴 틈도 없이 사시는 분들에게 기만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 여러분께서는 저 역시 돈을 쉽게 버니 함부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돈을 벌고, 이런 자리까지 오기까지 정말 제 스스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살아왔던 시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은 필기도구가 없어서 매일 짝에게 연필이나 샤프를 빌려본 적이 있나요? 개인방 하나 없는 작은 컨테이너에서 5명이 산 적이 있나요? 문제집이나 참고서 살 돈도 없어서 쓰레기장에 버려진 책을 주워 일일이 지우개로 지워가며 문제를 푼 적이 있나요? 밥을 먹을 수가 없어서 삼시세끼 굶어도 연필을 잡아본 적이 있습니까? 여러분 역시도 많은 노력을 해가며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압니다. 하지만 전 정말 그 누구라도 '차이가 있다' 고 느낄 만큼 힘들게 살아왔어요. 그래서 전 인터넷 방송인이 말하는 '돈 벌기 힘들다' 는 상황을 못해도 20년은 겪어봤습니다. 이 정도면 제가 조금은 자격이 있다고 느껴지나요?


조금 흥분한 것 같네요. 어린 시절만 생각하면 부아가 치미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트라우마인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저는 거의 모든 제 글 막바지에,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을 담고 있고, 당연히 개인적인 생각이 다분해요. 따라서 여러분이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다해도 전 여러분이 가지는 생각을 존중합니다." 라고 적었었죠. 이번에는 좀 다를거 같아요. 인터넷 방송인은 돈을 어렵게 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솔직히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요. 어쩌면 그 정도 폭이 제 한계일지 모르겠네요.


다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진담 ]

이번 이야기는 제 아내님이 인터넷 방송이라는 매체를 처음 접할 당시 느꼈던 충격을 글로 옮겼던 것입니다. 당시 글은 회사 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신청곡

: Just Music - Carnival 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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