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문방구에 잠깐 들렀다.
문방구 아저씨는 통화중이셨다. 나는 거의 텅텅 빈 진열대에 드문드문 놓여있는, 먼지가 얕게 내려앉은 물건들을 둘러보며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 그 내용은
임대료 상승, 출산률 저하, 초중고등학교 교과목 변화로 인한 문방구 폐업......
물건을 다 고르고 계산을 하며 내가 먼저 입을 뗐다
문방구 문 닫아요..?
그렇지 뭐. 너 완전 꼬맹이부터 왔었잖니, 그 왜, 다른 동생이랑. 둘이 맨날 자매처럼 붙어 댕겼지? 벌써 십년도 더 됐네
문방구 아저씨는 애써 밝게 웃으시며 다른 사업을 이미 준비중이시라고 하셨다. 계산을 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나와서 집에 가는데 왠지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버렸다.
난 남아있는 물건들 중에서 97년도 다이어리를 샀다.
가장 가까운 추억이 사라져간다.
구래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