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끝내고 나오다 흠칫 놀랐습니다. 비가 사납게 내리더군요.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두명의 사내도 비가 멈추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귀찮아 우산을 집에 놓고 나온
나를 잠시 원망했지만 땀에 젖은 운동복을 입고 있단 사실을 깨닫고는 빗 속을 걷겠단 마음을 먹기 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빗속을 걸었습니다.
운동때문에 데워진 몸을 식혀주어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막 비가 내려 나기 시작하는 향기. 그 향기와 함께 걸으며 꽤 오래전에는 이 냄새를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내가 영영 이 냄새를 잊고 말았다면, 그렇게 살고 있었다면, 형편 없이 살고 있는게 맞을 겁니다.
나는 계속 빗속을 걸었습니다. 무엇인가로의 그리움때문인지 내가 원하는것과 바라는 것들과 내가 잊은 것들과 놓친 것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