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포에 감싸진 나의 신부. 결혼을 시작하는 연주가 시작하면서
그리고 하객의 박수를 받으며 나는 그녀에게 장미꽃 부케를 선사한다.
면사포를 걷는 남성.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꿈에서 깨버렸다. 그래도 상관이 없다.
오늘은 그토록 수없이 보낸 편지들의 답을 받는 날이니까.
그리고 반지도 이미 끼워줬으니... 아마 그 꿈은 예지몽이겠지.
나는 정장으로 입고 그녀에게로 간다.
사람들의 박수로 시작되는 결혼식.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웃음을 짓는다.
건너편에 보이는 그녀도 면사포에 가려져 있지만, 나에게는 보인다.
그녀는 깔끔한 드레스를 입었으며 고운 발에 흰 구두를 신었다.
나는 그녀에게 장미꽃 부케를 선사하며 그녀의 손등에 키스한다.
그리고 우리들이 찍었던 사진들. 서로에게 애정이 가득한 사진들이 가득하다.
우리의 옆에 있는 하얀 판. 우리는 사진에 같이 불을 지펴 태운다.
사람들은 활활 타오르는 불에 이유(怡愉)한다.
재가 된 사진들. 이때, 바람이 불며 그녀의 얼굴이 드러난다.
얼굴 전체에 화상자국이 생긴 그녀의 얼굴.
이제는 예전의 얼굴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 그녀의 전 얼굴에 이별한다.
나는 지금의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니....
제목 : 너와의 추억을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