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합니다
생활이 불편합니다.
그래도 전 이 집이 좋습니다.
이전에 살던 고시원보다는 말이죠.
2년을 이 곳에서 지냈습니다.
재작년 8월에 이 지역으로 이사와서 11월에 옥탑방에 들어오고
이주하게 된 계기였던 직장은 다음 해 2월에 그만 두었습니다.
6개월 간 실업급여를 받으며 생활 했고
전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분의 권유로 교재와 교지 작업 몇 건 진행하고
올 해 2월쯤 그 분이 다니는 직장에서 2달 간 계약직으로 4월까지 일을 했습니다.
그 후로는...
별 일 없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습니다.
일 얘기가 아니라 제 신상에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그냥 휑한 느낌입니다.
실은 이런 상태가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일에 집중할 때 빼고는 나머지 시간은 멍한...
무기력하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별' 일이 생깁니다.
일을 쉬게 된지 한 달이 되어 가던 5월 마지막 주
해가 아직 남아 있던 저녁
작은 체구에 정말 별을 담은 듯한 눈동자를 가진 그녀가 나타납니다.
옥상으로는 올라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주말 빨래를 널러 올라오는 아랫층 아주머니들 외에는 말이죠.
이 건물에 사는 것 같지는 않고
다니면서 주변에서도 전혀 본 적 없는 예쁜... 예쁩니다.
어려보이지만 많이 예쁩니다.
별 말 없이 그냥 옥상 주변을 둘러보더군요.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다 혹여 나 때문에 불편해 할까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잠시 뒤 친구인 듯한 같은 또래와 몇 마디 나누더니 내려갑니다.
아쉬움... 왠지...
말이나 걸어볼걸
아니면 먹을거라도 건네볼걸 그랬나
자꾸 아쉽습니다.
정말 예뻤는데...
아, 이삿짐 마저 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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