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사실 자주일지도?)은 순간적으로 강렬한 감성에 꽂힐 때가 있는데, 기억 한켠에 살짝 밀어두고 있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1994년 7월 더클래식 1집, 김광진 작사/곡의 '마법의 성'. 당시 15세의 젊은 중학생이었던 백동우를 보컬로 출연시켜 보이소프라노가
가진 가창력을 한껏 선보였던 곡이에요.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곡의 배경은 당대 유행하던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2'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며, 김광진 본인은 게임의 내용과 별 상관이 없는 '마법의 성'
이라는 제목에 대해 다른 제목을 쓸까 했다고 해요. 그렇지만 저는, 이런 제목이었기에 곡이 오히려 더 강력한 감성을 가져다주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아... 내 영혼마저 날아가 버릴 것 같아..."
맨 위의 영상은 2009년 pops8090님이 올린 것이었는데, 초등학교 등지에서 선생님들이 굉장히 자주 틀어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당시 영상에서 느꼈던 무서운 기분과, 슬픔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지요. 실제로 해당 영상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2(PS2)
런칭 작품이었던 ICO(이코)의 영상들이에요. 240p(유튜브 최저해상도)에 불과했던, 런칭게임인데도 외양상 많이 부실해보이는
게임이었지만 당대 최고의 게임으로 평가받아 여러 게임상(賞)들을 다수 수상했다고 해요. 사실, 저해상도의 게임이었기에
영상에서도 그런 모습이 여실히 묻어나 흐려진 느낌을 통해 곡 내용에 조화되는 느낌을 부여하게 됐어요. 심지어 이 게임의 씬들을
음악에 입혔던 유튜버 본인은 이 게임의 절망적인 결말에 문의(?)가 상당히 잇따랐는지 2년 전쯤 직접 댓글에 이 영상의 뒷이야기를
실어주셨어요. 물론 유튜버가 업로드한 뒷이야기가 정말 이 게임의 진 엔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영상의 결말이 아무래도 어린이들
입장에서는 충격으로 다가온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은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머리에 양뿔이 있다는 이유로 제물로서 안개의 성에 갇힌 이코라는 주인공(양뿔 달린 소년)이 웬 알 수 없는,
희게 빛나는, 그렇지만 왠지 모를 어둠이 서린 듯한 소녀 요르다를 수많은 그림자들로부터 구출하여 탈출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요르다의 친모인 여왕은 자신의 낡은 육신을 버리고 요르다의 육신을 이용하여 새 삶을 얻고자 했지만, 끝내 이코의 저항에 밀려 실패합니다.
그 상황에서 여왕은 자신의 딸을 돌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럼에도 여러 번의 격전 끝에 이코는 여왕을 소멸시켰는데, 그와 동시에
성이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이 상황에서 이코의 양뿔이 결국 부러졌고 이코는 기절하였으며, 요르다는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친모인 여왕이 죽으면,
그 딸이 그림자의 운명을 물려받기 때문이었습니다. 요르다는 마지막 남은 자신의 이성의 끈을 통해, 이코를 조그만 나룻배에 태워
작별인사와 함께 멀리 떠나보내고, 자신은 무너지는 성에 죽은 여왕과 함께 남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영상에 나온 이야기와 동일합니다.
소개가 많이 길어지게 되었는데, 노랫말과 영상의 내용을 연결해보면 색다른 감정이 생길지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 / /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 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 걸
언제나 너를 향한 몸짓엔
수많은 어려움 뿐이지만
그러나 언제나 굳은 다짐뿐이죠
다시 너를 구하고 말 거라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죠
끝없는 용기와 지혤 달라고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 속 멀리 그대가 보여
이제 나의 손을 잡아 보아요
우리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죠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우리 앞에 펼쳐질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라면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 속 멀리 그대가 보여
이제 나의 손을 잡아 보아요
우리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죠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우리 앞에 펼쳐질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 있다면...
/ / /
이는 영상 유튜버가 언급했던 히든 엔딩입니다. 작품이 내내 그려오던 분위기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그림이지만... 왜 이런 숨겨진 엔딩을
넣었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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