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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20년 9월 18일 -추억-

윾짱
2020-09-19 02:34:04 357 1 1

유나컴으로 써서 유나아이디로 올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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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 평탄화 작업과 매트리스로 올려놓아서 차박을 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천장에 핀으로 고정시킨 앵두전구의 영롱한 빛을 보면서 누워있으니 행복하기도 했지만 혼자 있으니 센치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적막하여 마치 이 세상에 혼자 있는 느낌이었다. 새벽 2시 감성 터지는 방카(내가 타고 다니는 차)였다.

 아침부터 부산스러운 소리에 예정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캠핑을 하려고 온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있는 소리였다. 땅에다 핀을 박는 소리가 아주 휘모리장단 뺨쳤다. 쿵.캉.쾅.캉.캉.쾅 주말 아침도 아니었는데 캠핑러들의 열정이 대단해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이해가 갔다. 나도 어제 차박과 캠핑을 하면서 진정한 캠핑의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밤에 구름이 끼지 않아서 별까지 보였다면 더 완벽한 캠핑이었을 것이다.

 엊저녁 늦은 시간 이곳에 도착했을땐 칠흑 같은 어둠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침이 되니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은 아름다운 호수가 보였다. 평화롭게 날아다니는 두루미처럼 보이는 큰 새들과 맑은 물 속 물고기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 주변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낚시 삼매경중이었는데, 바로 옆에 불법어업행위금지라고 써진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었다. 시민의식 클라스~

 여기는 애기 집 주변이었기 때문에 지역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방송을 켜고 음식점이나 까페를 가기도 힘들었고 딱히 갈 데도 없어서 트루먼쇼 계획표대로 움직이기로 했었다. 아침 유산소는 하기 어려웠고 독서를 하기로 했다. 레이는 다른 차들과 달리 오른쪽 조수석과 뒷좌석 문을 열면 중간을 지지해주는 뼈대가 없어서 넓은 뷰를 볼 수 있었다. 뒷 트렁크와 옆문을 다 열고 있으니 탁 트인 호수와 마치 수채화를 그려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하늘이 보였다. 방송에 보이는 화면은 정말 ‘힐링’ 그 자체였다.

 누워서 일기를 읽다 보니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물침대 같은 매트리스의 편안함 때문에 잠이 오기 시작했다. 책 내용은 분명히 재밌고 계속 읽고 싶었는데 스스로 감기는 눈꺼풀에 나도 모르게 잠에 들어버렸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깨버렸다. 주변에 무슨 큰일이 난 줄 알고 허겁지겁 밖을 쳐다봤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 알고 보니 소리의 정체는 내가 트윕 2400원에 설정해 높은 5초 프리즈 사이렌 소리였다. 순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책을 읽으라고 사비까지 털어 후원을 해주는 시청자의 깊은 생각도 모르고 헛웃음을 친 나를 반성해본다. 사랑해요 여러분.

 점심시간이 지나니 캠핑을 하려고 오는 차들로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다른 차들은 마치 약속을 한 것 마냥 한 줄로 예쁘게 주차를 해놨었다. 내차는 애매하게 모서리 중간쯤 세워놔서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있다간 욕먹을 것 같아서 캠핑 도구들을 정리하고 평탄화해 놓은 차량을 원상복귀 시키고 일단을 여기서 나가기로 했다. 오늘은 애기와 같이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애기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어서 오후 4시쯤에 만나기로 해서 이 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야만 했다. 그러나 막상 밖에 나오니 근처에 카페도 없었고 뭘 하든 간에 결국 시내로 갔어야만 했다. 하지만 시내로 가면 지역 노출 위험이 있어서 방송을 진행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방종을 하고 오늘 새벽에 후원 리액션으로 바닥에서 굴러진 더러움 몸을 씻기 위해서 목욕탕으로 갔다. 오래간만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고 있으니 며칠 동안의 피로가 날라 갔다. 마치 절정에 외치는 탄식소리가 나왔다. 사..싸...ㄴ 다!! 으어~ 지렸다.

 멀끔한 모습으로 목욕탕에서 나왔고 특히 향긋한 비누냄새는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포인트였다. 아님 말고. 그녀와 만나기까지 한 시간 체 남이 않았었다. 굳이 카페를 갈 중요성을 느끼지 못 해서 애기 집 앞에서 편의점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고 저 멀리서 애기가 총총총 걸어오고 있었다. 하루 종일 만나기 위해서 기다리다 보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방송을 켜지않은 상태로.애기 집에서 같이 샐러드와 닭가슴살을 먹고 수다를 떨었다. 어제부터 같이 시간을 많이 지냈더니 정말 많이 친해진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오묘하고도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 알 수 없는 긴장감 오래간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마치 어렸을 때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연애금지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차를 타고 같이 스튜디오로 가서 방송을 좀 더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던 길 중에 방송을 켜기로 했었다. 그런데 불금과 퇴근시간이 겹치면서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복이한테 전화가 왔었다. 지복이가 딱히 준비해 놓은 콘텐츠가 없으면 냉철하게 생각해서 방송을 켜지 않는 것을 추천해줬다.

 나는 졸음이 몰려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운전을 하고 있었고 애기도 수업 때문에 일찍 일어나 피곤한 상태였다. 우리는 텐션이 오르지 않을 것 같았고 스튜디오에서 할 것도 없어서 재미없는 방송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애기를 집으로 바로 데려다주고 방송을 켜지 않기로 했다. 자연스레 애기를 데려다주면서 서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이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친한 오빠 동생 사이로^^.

 정말 즐거운 차박 방송이었다. 물론 지역 노출을 하면 안 되는 문제와 코로나 문제로 인해 자유롭게 방송을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한 장소에서 차박을 하며 캠핑도하고 게스트와 진솔한 얘기도 나누고 여러 가지로 정말 소중하고 재밌는 추억은 만든 것 같다.

 그리고 어제 갑작스럽게 장소를 구하다 보니깐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인터넷에서는 사람들이 장소가 알려지면 그 장소에 사람이 몰려서 장소를 쉽게 알려주지 않은 편이었다. 그리고 오늘 만약 갔는데 취사가 되지 않으면 정말 좆망했을 것이다. 미리미리 차박으로 갈만한 괜찮은 장소들을 추려놔야겠다. 특히 오늘처럼 무료 인 곳으로!

 내일은 나의 귀빠진 날이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았고 또 이렇게 이루어낸 것 없이 한 살을 먹는다니 기분이 썩 좋지 많은 않았다. 내년 생일은 이런 생각은 안들었으면 좋겠다. 파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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