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여파로 모든 일정이 취소 되어 술집을 못 간지 어느덧 수 개월.
유난히 춥다지만 집 안에만 있어서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맞이하게 된 크리스마스.
올해엔 같이 보낼 사람이 있어 행복한 성탄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기 전까지는요.
두둥 등장
막내가 케이크의 빵 부분 반죽을 만들거라고 먼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임무.
딸기 씻기
씻다가 하나쯤 주워먹는 건 국룰 입니다.
냠냠굿
딸기를 따뜻한 물에 씻을 순 없어 열심히 시린 손을 달래며 딸기들 샤워를 시켜줍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아찔한 비명이 들립니다.
응 흘림
네, 막내가 저 반죽 가루를 너무 많이 넣었다고 덜어내는 과정에서 후두둑 흘렸습니다.
머리가 지끈 아파오지만 얼른 닦아내고 계속 케이크를 만들어 봅니다.
그리고 한참을 하더니 또 등골이 서늘한 비명이 들립니다.
응 흘림 2트
저땐 제가 끼야아악 ㅇ0ㅇ
하는 비명과 함께 물티슈 나르고 휴지 나르고 난리법석을 떨었습니다.
근처에 우리 봄 몽몽이가 혹시나 먹을까봐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다행히 먹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전 여기서 케이크의 결과를 눈치 챘어야 합니다.
봄이가 거르는 맛...!
딸기 씻기를 완료 했습니다.
머리도 깨끗하게 밀어드렸는데 딸기님들이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그 사이 완성된 케이크 반죽을 밥통에 부을 겁니다.
쪼로록
완성!
이제 밥통이 알아서 우리 케이크 시트를 만들어 줄겁니다.
이거 맛 없으면 밥통 탓임. 암튼 그럼.
저는 이어서 딸기를 찹찹 썰어버립니다.
빵 사이사이에 끼우고, 케이크에 장식으로도 쓸거라서 최대한 얇고 이쁘게 해봅니다.
막내는 이제 지옥같은 생크림 만들기를 준비합니다.
분명 파*바게*에 가면 천원에 파는 생크림인데, 또 우리는 굳이 사서 고생을 합니다.
얼음물 준비
크림치즈가 조금 들어가야 우유 생크림에 더 고소한 맛이 난다나 였었나.
이런 이유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생각은 잘 안나네요.
아무튼 넣습니다.
설탕도
찹찹!!!
이제 오늘의 주인공 생크림이 등장 합니다.
저저저, 생크림 묽은 것 좀 보십시오.
막내 팔뚝 아작나는 소리 두 번 들리네요.
쉐킷쉐킷
막내 팔 분질러지는 동안 저도 딸기를 다 썰었습니다.
얇게 잘 썰었다고 칭찬 받음 ^^
그런 칭찬에도 좀 기분 좋은 28살.
막내의 거친 손짓과, 불안한 얼음물, 그걸 지켜보는 저
삼박자가 어우러져 드디어 생크림이 완성 됐습니다.
막내가 엄청 뿌듯해 함 ㅋㅋㅋㅋㅋ
귀여워라
그리고 때마침 밥통에서 다 됐다는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짜잔
나름 괜찮은 비주얼이라고 막내랑 오오, 거리며 엄청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너무 뜨거워서 생크림을 바를 수 없기에, 잠깐 식히는 동안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돈까스.
집이 이렇게 어두운 건, 넷플*스에서 스위*홈을 보겠다고 커튼을 다 쳐놔서 그렇습니다.
개꿀잼이더군요...
이런 갓작을 왜 이제 봤나.
적당히 한 편을 보면서 밥을 먹으니 시간 뚝딱뚝딱 잘 가더라구요.
이제 이어서 케이크를 만들어 봅니다.
빵을 4층 정도로 잘라서 이제 딸기와 생크림을 사이사이 곱게도 넣어줄겁니다.
짜잔
앙증맞음 그 자체!
따란
생크림도 같이 올려줍니다.
조금 망측해짐
여기서부터 디저트 카페를 꿈꾸던 제 마음이 사그라들기 시작합니다.
위 과정을 세 번 거쳐, 겉에도 생크림을 처발처발
생각보다 조금 흉측하지만 저게 최선이었습니다.
말하고 보니 그게 더 슬프지만, 더더 안타깝게도 리얼임
생크림을 조금 굳히기 위해 잠깐의 이별의 시간을 갖습니다.
절대 눈 앞에서 치워버리고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라고
이제 대망의 꾸미기 시간입니다.
딸기를 자를 때까지만 해도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온갖 이쁜 디자인을 생각해냈지만, 역시 인생은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대충 스위*홈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디자인이 탄생 했습니다.
하얀 생크림 위에 빨간 딸기가 이렇게 그로테스크 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놀랍게도 제가 또 그걸 해냅니다.
킹무지
이런들 저런들.
생김새가 조금 못나면 어떱니까.
막내랑 주방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같이 무언갈 만든 것 자체가 처음이라 그저 신나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마트가서 사온 맥주들과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한 꽃들로 장식해놓고 보니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두기즈 재밌으라고 말은 이렇게 투박하게 해도, 나름 저 케이크에 애정도 있어요.
물론 맛있다고는 안 했습니다.
아무리 추억 보정 했다해도 아닌 건 아닌거임
이제 정말 연말이고 또 2020년이 과거로 지나가고 있네요.
우리 1년 동안 정말 고생 많았고, 다가오는 새해도 물론 힘든 일도 있겠지만 항상 즐겁게 이겨내길 바랍니다.
두기즈, 제가 항상 여러분을 응원하고 또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Happy New Year !
마지막은 예쁜 몽몽,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