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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시 [이 주의 시]1회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2019-10-22 16:23:14 251 2 0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10월 3주차가 되겠군요.. 10월 3주차에는 두 개의 시가 올라왔습니다.


1.캡틴두부둡-[관찰, 벽난로]

참고자료:내면 탐구와 서사 지향의 시정신-최근 시의 두 가지 경향(유성호, 2002년 4월 문화예술지 기고)[이하 [서사의 시정신]]


가을밤

그 춥고 어둡던 밤

웅크려 피하던 추위를

따뜻한 벽난로에 녹일때

장작을 바라보다 생각했다


자신을 희생시켜

불타오르는 그 누군가를

내 평생 생각한 적 없단것을


지금의 당신은 어떠한가 

또 오늘의 나는 어떠했는가

그저 벽난로에 기대어

누군가의 잔불에 의지하며

그렇게 살아가지 않았던가


세상을 견뎌내느라

말라 비틀어진 당신과 나

그 어떤 장작보다

더욱 불타오를 수 있기에

한번 희생해보자

주위의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보자

나로인해 누군가 또

불타오를 수 있도록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도록


유성호 씨는 [서사의 시정신]에서 "서정시가 구현하는 '시적인 것'의 함의는 풍경과 내면의 유비적 관계를 노래하는 것 이상의 어떤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유비적'이라는 말은 '유추적'이라는 것으로, 즉 서정시가 노래하는 바는 우리가 단순히 생각 속에서 '어떤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이 어떻게 어울리는구나'라는 단편적인 해석을 뛰어넘는 힘을 가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유성호 씨는 이어서 "주체와 대상이 하나의 정황(context)에서 만나고 있는 '관계'를 언어적으로 재구성한 하나의 구성물일 뿐만 아니라, 거기에 하나의 배타적인 세계를 담은 '소우주(microcosmos)'이기도 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즉, 맥락 속의 구성에서 주체와 대상이 이루는 관계를 언어적으로 재구성하며 그 과정에서 시 내부의 새로운 세계를 구현한 것과도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관찰, 벽난로]에서 화자는 벽난로를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벽난로는 '불타오르는 장작'이라는, 현상의 주체가 되는 대상과 '말라 비틀어진 장작'이라는 현상의 주체가 되지 못한 대상의 대비를 통해, 화자는 자신을 벽난로라는 '현상'의 '주체'에대한 동경을 드러내면서, 화자 자신은 정작 의존적인 '대상'이 되어 있음을 반성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벽난로라는 하나의 현상은, 화자의 따뜻한 세상에 대한 염원과 그러한 세계라는 새로운 소우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웅크려 피하던 추위를

따뜻한 벽난로에 녹일때

장작을 바라보다 생각했다


우선 '웅크려 피하던 추위'를 '따뜻한 벽난로'에 녹인다는 것은 화자의 체험이고, 이것이 내면 성찰의 동기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웅크려 피하던' 추위라는 것은 단순히 추위를 피하는 것을 넘어 화자의 극한 상황을 해소하는 도구로 벽난로가 사용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자신을 희생시켜

불타오르는 그 누군가를

내 평생 생각한 적 없단것을


즉 벽난로와 장작 사이에서 화자는 자신이 살아온 세상을 대입하게 되면서, 불타오르는 누군가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체화된 이미지는 이전에 화자가 생각해온 것이 아니었고 불꽃 속에서 처음으로 구체화되어 이에 대한 반성을 드러내게 됩니다.


지금의 당신은 어떠한가 

또 오늘의 나는 어떠했는가

그저 벽난로에 기대어

누군가의 잔불에 의지하며

그렇게 살아가지 않았던가


화자의 이러한 구체화된 이미지는 단순히 화자 자신의 생각으로 끝나지 않고, 화자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시도에까지 미치게 됩니다. '지금의 당신'은 어떠한가라는 것은, 글을 읽는 화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또한 이 이미지 속에 있음을 의미하게 되며, 한편 다시 '오늘의 나'는 어떠했냐는 질문을 통해 화자 자신이 이 질문에 골몰해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결국 벽난로와 같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냐는 질문이 세상의 이미지를 입으며 드디어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게 되는 것이죠.


세상을 견뎌내느라

말라 비틀어진 당신과 나

그 어떤 장작보다

더욱 불타오를 수 있기에

한번 희생해보자

주위의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보자

나로인해 누군가 또

불타오를 수 있도록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도록


이제 화자는 자신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던졌던 질문을 완결하게 됩니다. 벽난로라는 세계관 속에서 하나의 장작들로 자리잡고 있는 세상의 사람들, 즉 화자와 독자는 현상의 주체가 될 자격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실천해야 함을 마지막으로 강조해서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서사의 시정신]으로 돌아가봅시다. [서사의 시정신]에서 유성호 씨는 "최근 우리 시단에서 가장 흔하게 목격할 수 있는 주류적 현상은 '자연(풍경)'으로의 침잠과 동화, 그리고 사적인 '기억'과 미시적인 '감각'으로의 현저한 경사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이후 "그러나 이 같은 경향이 우리 시단 전체가 지향해야 할 이념적·방법적 지표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이러한 내성·감각 편향의 시적 기율이 우리 삶의 전체적 차원을 다 포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라는 경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이 시의 경우 화자가 바라보는 풍경으로 동화되어 생각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결국, 풍경으로 동화되는 과정에서 구축되는 새로운 소우주가 시를 구축하는 모토가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단 위에서 언급된 바 있듯 참조 자료가 2002년 자료이기에 최신 경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즉, 여기에서 이야기된 부분의 인용된 '최신'이라는 표현은 2002년을 기준으로 하는 것임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서사의 시정신]의 마지막 문장으로 이 시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우리의 지나온 시간에 대한 근거 없는 '청산'이 아니라, 그것의 '반성'과 '재구축' 그리고 새로운 '시적인 것'의 심화와 확산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이러한 시사적 요청에 말미암는 것이다."


2.김민재_뮤직-A Time Capsule(영시, 일부 수정, 의역이 포함된 번역)

참조:한국 현대시의 아이러니와 시적 내면의 심층화에 관한 연구(김지연, 2004년 12월 한국문학논총 제38집)[이하 [현대시 연구]]

“That is covered with titanium,” a man told me,

"그건 티타늄으로 덮여 있네", 한 남자가 내게 말했다.

“so don’t worry. It won’t break.”

"그러니까 걱정하지는 말게, 그건 부서지지 않아."

But I don’t feel secure.

하지만 난 안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I want this memory to be in there

until it gets the time when it has to be opened.

난 열려야 할 시간이 될 때까지는, 이 기억이 그 안에 있기를 원한다.

Asked the man. “Nothing can make me feel safe,”

그 남자가 물었다. "그 무엇도 날 안전하게 만들진 못 하네."

I said, “no-one, either.”

난 말했다. "아무-것도, 저도 그렇죠."

A man said, “Let me show you this.”

남자가 말하기를, "내가 하나 보여주지."

He softly touched my body.

그는 부드럽게 내 몸을 건드렸다.

I felt uncomfortable. 

나는 불편해졌다.

Suddenly, “I” was out of my “physical” body.

순간, "나"는 "물리적"인 육체로부터 벗어나 있다.

I could look myself.

나는 내 자신을 볼 수 있었다.

Snap! Now there is a metal box.

찰칵! 이제 그곳엔 철제 상자가 있었다.

A man was next to me pointing the box.

남자는 그 상자를 가리키며 내 옆에 있었다.

“Are you curious of this box?”

"이 상자에 대한 게 궁금하나?"

I nodded.

나는 끄덕였다.

A man touched the box.

남자는 상자를 만졌다.

It become transparent.

상자는 투명해졌다.

Inside a box there was…

상자 속에 있는 것은...

“A brain,” man grinned,

"뇌라네." 남자는 활짝 웃었고,

“this is the reality.”

"이게 진실일세."

Feels chilly.

한기가 들었다.

“Now, don’t you feel secure?”

"이제,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나?"

I’m losing control of myself.

나는 나를 제어할 힘을 잃어가고 있다.

Everything is turning around.

모든 것이 빙빙 돈다.

A man’s smile is becoming more and more disgusting.

남자의 웃음은 점점 더 역겹게 느껴진다.

This man, is out of my area of understanding.

이 남자는, 내 이해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

Will it be okay if this man cannot understand me either,

in opposite direction?

반대로, 이 남자가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 해도 괜찮은 걸까?

Hollow sound pass through my consciousness.

공허한 소리가 내 의식을 스쳐 지나간다.


“That is covered with titanium.”

"이건 티타늄으로 덮여 있다네."

김지연 씨는 [현대시 연구]에서 "시적 표현은 그 상상력으로 시의 내면에 이해의 영역을 벗어나는 어떤 심층을 갖게 한다. 그 심층이 아이러니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왜곡 또는 굴절되는 과정을 거친 것일 경우 그 시적 진실은 더 극화된 감동을 수반할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즉, 아이러니가 작위적인 것이 아니라 의도된 방향 속에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벗어난 형식을 왜곡, 혹은 굴절하여 보여주는 것이, 극화된 감동을 수반할 수 있는 표현임을 의미합니다. 이어서, "I. A. 리처즈는 아이러니를 "상반되는 충동들의 균형"으로 규정하고, 모든 훌륭한 시는 구조적으로 아이러니를 내포한다고 정의하면서 아이러니를 20세기 신비평에서 텍스트 판단의 주요 개념이라고 제시하였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른바 '근대 정신'이 세계 제1차 대전, 세계 제2차 대전 등을 통해 붕괴되면서, 단순히 텍스트가 근대 정신을 통한 감성 표현의 매개체인 것을 넘어 트라우마, 불안한 정신의 표현을 매개하는 수단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아이러니가 수반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시의 화자가 체험하는 아이러니는 화자의 정신을 붕괴시키는 불쾌한 경험입니다. 화자는 어떤 기억을 열려야 하는 날까지 지키려고 하지만, 한 남자가 찾아오면서 안전에 대한 기대가 모두 무너지고, 다만 자신이 이야기했던 안전이라는 질문이 계속 맴도는 상태만이 남게 되어버리는 것이죠.


구체적인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현대시 연구]에서 인용된 황석우 씨의 시 [벽모의 묘]의 전문을 봅시다.(현대어 차용)


어느날 내 영혼의

낮잠터 되는

사막의 위, 수풀그늘로서

파란털의

고양이가, 내 고적한

마음을 바라다 보면서

(이애, 네의

왼갓 오뇌, 운명을

나의 熱泉(끓는샘) 같은

애(愛)에 살적삶아주마,

만일, 네마음이

우리들의 세계의

태양이 되기만 하면,

기독이 되기만 하면.)


화자의 영혼의 낮잠터인 '사막'은 절대 편안한 낮잠터가 아닙니다. 사막이라는 환경 속에 홀로 남겨진 화자의 영혼은 분명 고독한 것입니다. 그런데, 파란 털의 고양이는 화자에게 '이애'라는 친근한 접근과 함께, 너의 마음, 즉 화자의 마음이 태양이 되고 기독이 된다면 화자가 겪었던 오뇌, 운명을 사랑에 삶아 주어 치료해주겠다는 꼬임을 합니다. 이를 위해 처음에 부르는 호칭부터가 "이애", 그러니까 "얘"라는 아주 친근한 호칭이죠. 일반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대화입니다. 사람과 고양이의 대화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화자의 외로운 사막 속에 찾아온 파란 털의 고양이가 상징하는 바는 '생동'입니다. 즉, 시인은 결국 이 고양이의 존재를 빌어 한편으로는 자신의 그 고뇌를 씻어버리고 싶음에 대한 갈등을 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영혼과 육체의 합일을 갈망하는 자아의 끊임없는 갈등이 교차되는 지점에 <벽모의 묘>가 지닌 현재적 의미가 있다.([현대시 연구])"


이제 시를 분석해봅시다.

“That is covered with titanium,” a man told me,

"그건 티타늄으로 덮여 있네", 한 남자가 내게 말했다.

“so don’t worry. It won’t break.”

"그러니까 걱정하지는 말게, 그건 부서지지 않아."

But I don’t feel secure.

하지만 난 안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티타늄이라는 아주 강력한 소재로 뎦어 있는 무언가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것 정말 단단하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화자는 내면에 안전하지 않다는, 어떤 불안감을 우선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티타늄으로도 보호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I want this memory to be in there

until it gets the time when it has to be opened.

난 열려야 할 시간이 될 때까지는, 이 기억이 그 안에 있기를 원한다.

Asked the man. “Nothing can make me feel safe,”

그 남자가 물었다. "그 무엇도 날 안전하게 만들진 못 하네."

I said, “no-one, either.”

난 말했다. "아무-것도, 저도 그렇죠."


위에서 언급했던 '특별한 무언가'는 '기억'으로 구체화됩니다. 티타늄으로도 안심할 수 없는 기억은 아주 소중한 것일 테고, 그럼에도 열려야 할 시간이 오는 것이 시간이라는 한계를 우선 드러내지만, 화자는 이 열려야 할 시간이 오기 전까지는 기억이 안전하기를 갈망합니다.

그런데 '남자'는 화자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그 무엇도 날 안전하게 만들진 못 하네."라고 말을 던집니다. 화자는, 자신도 안전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고 이제 남자의 계략이 시작됩니다.


A man said, “Let me show you this.”

남자가 말하기를, "내가 하나 보여주지."

He softly touched my body.

그는 부드럽게 내 몸을 건드렸다.

I felt uncomfortable. 

나는 불편해졌다.

Suddenly, “I” was out of my “physical” body.

순간, "나"는 "물리적"인 육체로부터 벗어나 있다.

I could look myself.

나는 내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남자는 화자에게 어떤 마법을 일으킵니다. 화자는 불편해졌지만, 이후 영혼이 육체로부터 벗어나, 육체를, 현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객체에 지나지 않게 되는 이 아이러니가 화자를 점점 궁지로 몰아넣게 되는 것입니다.


Snap! Now there is a metal box.

찰칵! 이제 그곳엔 철제 상자가 있었다.

A man was next to me pointing the box.

남자는 그 상자를 가리키며 내 옆에 있었다.

“Are you curious of this box?”

"이 상자에 대한 게 궁금하나?"

I nodded.

나는 끄덕였다.


남자의 마법은 점점 더 대담해져 화자가 원하던 티타늄 상자라는 키워드는 공유하고 있는, 한 철제 상자를 화자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화자의 육체와 정신은 분리되어 있으므로, 남자는 화자의 영혼에 말을 건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넣어두면서 이 부분을 읽어야 합니다. 즉, 남자는 화자의 내면 깊숙한 곳을 침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A man touched the box.

남자는 상자를 만졌다.

It become transparent.

상자는 투명해졌다.

Inside a box there was…

상자 속에 있는 것은...

“A brain,” man grinned,

"뇌라네." 남자는 활짝 웃었고,

“this is the reality.”

"이게 진실일세."

Feels chilly.

한기가 들었다.


화자는 영혼이 된 상태에서 관찰한 남자가 들려주는 진실에 오한이 들게 됩니다. 이때 '철제 상자' 속에 뇌가 들어 있다는 것은, 화자가 보전하기를 원하는 기억도, 다만 뇌의 일부에 남아 있는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끔찍하리만큼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화자의 소원이 모두 물거품이 되면서 화자는 공포에 질리게 되는 것이죠.


“Now, don’t you feel secure?”

"이제,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나?"

I’m losing control of myself.

나는 나를 제어할 힘을 잃어가고 있다.

Everything is turning around.

모든 것이 빙빙 돈다.

A man’s smile is becoming more and more disgusting.

남자의 웃음은 점점 더 역겹게 느껴진다.

This man, is out of my area of understanding.

이 남자는, 내 이해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


남자는 이 마지막 마법을 끝으로 화자를 완전히 의식의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영혼 깊숙히 침투해 화자의 모든 소원과 기대의 파멸을 증명하면서, 화자는 그런 진실을 알려준 남자가 역겹지만, 결국 그것이 현실임이 부정되지는 않으므로 결국, 남자는 어떤 형식으로든 화자의 이해의 영역을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해하지 않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정말로 알지 못 하거나, 알지 못한 것으로 밀어두거나. 화자가 이 남자의 방법을 정말로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만을 받아들이는 상태에까지 다다랐거나, 남자가 알려준 모든 것을 이해함에도 그저 이해의 영역 밖으로 몰아내거나, 어쨌든 남자가 들려준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화자가 부정할 수는 없었다는 것만은 남게 됩니다.


Will it be okay if this man cannot understand me either,

in opposite direction?

반대로, 이 남자가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 해도 괜찮은 걸까?

Hollow sound pass through my consciousness.

공허한 소리가 내 의식을 스쳐 지나간다.


“That is covered with titanium.”

"이건 티타늄으로 덮여 있다네."


이제 화자의 의식은 거슬러서 남자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지만, 결국 자신 내면의 질문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남자에 대한 질문은 나아가지 못 하는 공허한 정신 상태로의 표류만이 지속되게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이 "티타늄"제의 무엇이라는 것은, 화자의 의식 속 강력한 보호 장치가 하나의 표상으로만 남아버린, 절망도 아니고 희망도 아닌, 어두운 상태 그 자체로만 남은 공허임을 드러냅니다.


[현대시 연구]에서 김지연 씨는 "아이러니는 인간의 실존을 둘러싸고 있는 현대 문명의 혼란과 현실 상황의 불안 의식을 극한적으로 상징화하여 표출하는 데 적절한 방법론이 된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 시의 경우, (완전히 현대 문명의 상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뭉뚱그려 문명의 상징이라고 한다면) 안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철제 상자라는 현대 문명이 의식 속에서 허물어지는 혼란 상황과, 현실의 기억이라는 것이 해체되는 불안감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시 연구]의 인용으로 글을 마칩니다. "실존적 모순의 상황 속에서 세계와 대면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존재론적 문제와 이에 대한 탐구가 현대시에 있어서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상으로 이주의 시 1회차를 마칩니다. 많은 의견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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