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나의 시 원탁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2019-09-05 18:22:52 276 1 2

"우산은 자리들 사이에 놓아주시고, 이제 시작해봅시다."

각자의 젖은 우산들이 까마귀 같이 어느 방향들을 주시한다. 우산들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기가 시간을 잰다.

"오늘은 이 방향으로 토의를 시작합니다. 안건은 '비행기의 존재 의의'입니다."

방향이라고 해봤자 별 안에 별 안에 별을 긋고 그 직선들을 난잡하게 배치한 방향이다. 결국 스스로들도 순서를 헷갈리지만 주제는 존재의의만큼 날아간다. 라이트 형제가 1분을 넘기지 못 하고 추락한 후 박수를 받은 얼마 뒤에는 생텍쥐페리가 영원히 그의 어린 왕자의 세계로 사라지고 그 다음에는 보잉이 말썽이라 비행기들이 픽픽 떨어진다. 그리고 양력과 중력이 휘감기면서 서서히 사람들은 떠오르지만 까마귀는 여전히 시간을 잰다.

원탁 안쪽을 모두 시간으로 뒤덮은 까마귀들은 이제 시간을 재지 못 한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쏟아지고 바람을 따라 까마귀들은 다시 시간을 재지만 바람의 속력만이 헤아려질 뿐 바깥의 물방울들이 난입하면서 진짜 시간은 종적을 감춘다. 얼마쯤 지나면 다시 창문을 닫고 존재 의의를 찾아 떠오르는 그들은 정지한 시간 속에서 논의를 정지한 구간만큼을 반복했고 까마귀들은 자리 밑에 내려져 수분을 흘렸다.

후원댓글 2
댓글 2개  
이전 댓글 더 보기
이 글에 댓글을 달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해 보세요.
▲윗글 제목은 못정했네요 캡틴두부둡
▼아랫글 불효란 이름의 꽃 마토로
추천 시나의 시
0
나의 시
소원의 설계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09-14
1
나의 시
지난날 [1]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09-13
0
나의 시
Never Land
범골애
09-10
1
나의 시
이름을 가지려는 소녀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09-10
2
추천 시
털어내고 난 후 [2]
캡틴두부둡
09-09
0
나의 시
명찰
잘잤다
09-09
0
나의 시
고립
범골애
09-09
24
나의 시
녹기전에 굳히리라 [3]
개망나니ㆍ
09-09
0
09-08
0
나의 시
고3 급식의 일곱번째 글입니다 [4]
달이뜨는밤
09-07
0
나의 시
이별이란
캡틴두부둡
09-07
0
나의 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캡틴두부둡
09-07
2
나의 시
실수의 고뇌
캡틴두부둡
09-06
3
나의 시
예보에 의한 관찰 [1]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09-06
2
나의 시
제목은 못정했네요 [1]
캡틴두부둡
09-05
»
나의 시
원탁 [2]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09-05
1
나의 시
불효란 이름의 꽃
마토로
09-05
0
나의 시
O.기차 / O.Train
봄냥이방피쌤
09-04
2
나의 시
마시는 날
자키씨
09-04
1
나의 시
언덕
우수우수우수
09-04
10
나의 시
편지 [4]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09-04
0
나의 시
개미
윈호
09-04
1
나의 시
노이즈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09-04
0
나의 시
하루
이왕국2
09-03
1
나의 시
벼랑 끝에서 [1]
마토로
09-03
0
나의 시
무제 9/2 2019 [3]
마토로
09-02
0
나의 시
제목은 정하지 못하였습니다 [3]
캡틴두부둡
09-02
3
나의 시
비오는 밤의 언어 [2]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09-02
0
나의 시
사계
개망나니ㆍ
09-01
0
나의 시
도시의 소거법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08-28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