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아가는 새떼를 구경했습니다. 참 멀리도 가더군요. 뭐가 그리 떨치고 싶었는지.
지금처럼, 옷이 두터워 질때의 그대처럼... 멀리도 가더군요.
아침밥, 잘 먹고 다녀요. 꼴에 물조절도 하게 되더군요.
그때 두고 가신 밥솥은 그대로 찬장에 두었네요. 멈춰있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때 거기서. 정말 거기까지만.
사람에 치이고, 시간에 치이고, 세상에 치이고, 결국 거울 속의 나마저 나를 보아주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의 나는 가슴 한 장을 떼어내, 조용히, 그리고 미련스레, 추억이라 읽고 싶은 아픔들을 다시 덧쓰기 시작합니다.
눈물이라도 나면 후련하겠건만, 딱지가 앉은건지 원. 말라붙은 듯한 흐느낌만 나오더랍니다.
아무래도 그대가 너무 급히 떠나갔나 봅니다. 시간을 두고 가셨거든요. 좀 많이.
하필 게으른 녀석들만 두고 가셨는지, 이제는 제 하루마저 게으름을 피웁니다.
원망스럽냐고요? 아니요, 게으른 시간은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들어 주거든요.
다시는 잡을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악기도 잡았습니다. 그대의 말처럼, 밥벌이 수단으로 제 목을 조여오던 음악은, 이제 제 친구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책도 읽게 되었습니다. 그대와 동등한 눈높이에서 이야기 하기엔 먼 길이 펼쳐지겠지만요.
아, 가장 기뻐할 소식이 있네요. 그대를 닮은 사람을 만나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닮았을 뿐, 그대는 아니겠지만.
그대가 말했듯, 희극이든, 비극이든, 하나의 서사는 막을 내렸을 때에 비로소 작품이기에, 이 극을 끝까지 꾸며 보려 합니다.
제 얘기만 길어졌네요. 그대는 어떻게 지내나요. 떠나가는 그 길은 어떠신가요.
생각해 보니 물을 필요가 없군요. 그대가 있는 곳이 나에겐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으니, 그대는 어디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걸 이제는 압니다.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을 물어야 하는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아니, 안녕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더이상 바랄 수도, 바랄 이유도 없는 그대의 안녕한 여행길을 바라는 것 외에는 저는 할 수가 없네요.
오늘은 날아가는 새떼가 저를 구경했습니다. 참 작게만 보였겠군요. 뭐가 그리 미련이 남아서였는지 하고요.
넋두리가 길어졌군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보내는 제가 안녕할 수 없는 만큼, 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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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형태의 이별을 겪으신 분들께 두서없이 써내려간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