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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20년 10월 28일 수요일 -업보-

Broadcaster 방창규
2020-10-30 17:06:41 261 3 0

2020년 10월 28일 수요일

 할로윈데이 에이스 코스프레 야방이 3일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 코스프레 의상을 전혀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오늘부터 무조건 제작에 들어가야만 했다. 일단은 오늘은 에이스 코스프레 중 가장 중요한 모자부터 만들기로 했다. 다행히 스튜디오 소품 중 에이스 모자와 상당히 비슷한 모자가 있어서 모자에 빨간 염주와 엠블럼들만 만들어서 부착하면 큰 문제는 없었다. 염주의 색깔은 빨간색이었고 빨간색 공들만 사면 됐고 엠블럼은 물감을 사서 직접 그리려고 했다. 완벽한 계획이다!

 일어나자마자 방송을 켜고 안양에 있는 문방구로 갔다. 다행히 뿅뿅이라는 빨간색 공들을 모아논 것 이 있었다. 그런데 가격이 5천 원이었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2천 원도 안 돼 보이는 퀄리티인데 급한 상황이라서 눈물을 머금고 이 가격에 구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리 미리 할걸... 다음으로 물감을 사려고 하는데 한 시청자가 아이클레이로 엠블럼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생각해보니 물감으로 그리는 것보단 점토로 만든다면 더 입체적이고 색감도 더 이쁘게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도 해서 결국 점토를 구매했다. 시간을 보니 3시 30분이었다. 오후 4시에 방송방을 대여하신 분들이 오시기로 해서 부랴부랴 스튜디오로 달려갔다.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손님들이 오셨다. 방송방을 대여하셨고 이 분들은 대학 졸업 과제로 인터넷 생방송을 체험해서 잡지를 만든다고 하셨다. 그런데 방송을 한 번도 해보신 분들이 아니라서 나름 3년차 베테랑 방송인 방창규가 방송 세팅을 전부 도와주기로 했었다. 하핫!

 이분들은 정말로 방송 세팅에 대해서 전혀 아무것도 모르시고 계셨다. 심지어 방송을 하기 위해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도와준다고는 했지만 하나도 알아오지 않은 것은 조금... 크흠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세팅을 도와주니

"정말 사장님 없으셨으면 큰일 날뻔 했어요 감사합니다."

 라고 얘기를 했다. 사장님? 음... 어떻게 보면 이분들한테는 내가 사장님이 맞기는 한데 막상 사장님이라는 극 존칭을 들으니 상당히 어색했다. 사장님 말고 나를 부르는 다른 말이 있으면 편할 텐데... 음... 뭐라고 부르라고 하지? 저기요? 아니다. 그냥 사장님이라고 편하게 부르시는 게 나을 것 같다.

 세팅을 다 도와드린 뒤 나도 방송을 이어 해야 하지만 방송방이 사라진 상황이 돼버렸다. 어쩔 수 없이 호리존 쪽에서 모바일로 방송을 해야만 했다. 아까 사놓은 점토들로 엠블럼을 만들기 시작했다. 에이스 모자는 모자 앞에 두 개의 엠블럼이 있는데 하나는 웃고 있고 하나는 울상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필요한 색은 검은색 파란색 흰색뿐이었다. 하지만 점토만으로 만들면 금방 망가지거나 부서질게 뻔해서 뒤를 지탱해 주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러던 순간 내 눈앞에 골판지 박스가 보였다. 요시! 골판지에다 종이컵으로 펜으로 원을 그리고 선 따라서 자르기 시작했다. 마치 기계로 만든 것 마냥 완벽한 원이 나왔다. 역시 나는 재능이 있어! 그리고 준비해둔 점토로 한땀 한땀 엠블럼을 만들었다. 다 완성하고 나니 너무 귀여운 엠블럼이 완성됐다. 나는 시청자들에게 자랑했다.

"와 님들 이거 보세요. 너무 잘 만들지 않았어요?"

 시청자들은 채팅을 쳤다.

'너무 별론데', '너무 대충 만든 거 아니야?', '이 빈대떡은 뭐야?'

 힝... 나는 마치 장난감을 사달라는 아이처럼 떼를 쓰기 시작했다.

"왜요 잘 만들어봤는데 물론 가까이서 보면 조금 퀄리티가 떨어지지만 멀리서 보면 이쁘다고요!"

 그러던 순간 한 시청자가 만든 거 다 부시면 2만 원이라고 채팅을 쳤다. 그와 동시에 다른 시청자도 부수면 3만 원을 준다고 했다. 총 5만 원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무조건 부순다! 물론 1시간 30분 동안 만들었지만 다시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두 번째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더 좋은 상태로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했다. 속으로는 좋아 죽겠지만 밖으로는 절규를 하면서 엠블럼을 다 찢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만들려고 하니 채팅창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시벌 그걸 또 처 만든다고?", "그냥 하나 사."

 나도 좋은 퀄리티 제품을 사고 싶었지만 당장 3일이라는 시간밖에 없어서 주문을 할 수가 없다고 설명을 하니 시청자들은 그러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서 어떻게든 구매를 하자고 부추기기 시작했다. 이미 오프라인 매장도 찾아봤는데 마땅한 곳을 못 찾았다고 얘기를 또 하니 애초에 내가 준비를 미리 안 하니 이런 상황이 온 것이 아니냐며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계속 내 잘못이라며 뭐라고만 하니깐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시청자들 뚝배기를 정말 한 대씩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병신 같이 내가 준비를 안 한 게 팩트라서 그저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업보다! 이 상황을 정리해줄 수 있는 건 '코스프레 장인' 달샤샤 밖에 없었다.

 나는 바로 샤샤 한테 전화를 걸어서 헬프를 요청했다. 샤샤는 오프라인으로 구해볼 수 있는지 한번 알아봐 준다며 전화를 끊었다. 샤샤 덕분에 불타던 채팅창이 금세 사그라들었다. 샤샤야 고마워...! 하지만 끝내 샤샤도 당장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을 것 같다며 연락이 왔다. 결국은 다시 제작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방법으로 골판지 대신 폼보드로 좀더 견고하게 만들고 이미지를 따로 따와서 프린트를 하기로 했다. 그래 나는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시간이 9시가 넘었고 호리존 대여를 하신 분들이 오셨다. 이분들은 인터넷 강의 영상을 찍기 위해서 내일 12시간 동안 장시간 대여를 하신 분들이었는데 미리 크로마키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 오늘 한 시간만 대여를 해서 오신 거였다. 나는 방송을 끄고 손님들을 맞이하였다. 다행히 크로마키는 잘 빠졌고 별문제가 없었다. 촬영을 오신 분들은 안양에 이런곳이 있었구나 하면서 놀라기도 했다. 이 말을 들으니 확실히 우리가 안양권에서 유일하게 크로마키 호리존을 가지고 있긴 한가보다. 대여 많이 해줘서 돈 많이 벌자!

 손님들이 가신 뒤 나는 밖에 나가서 폼보드를 구입하고 피시방에서 엠블럼 이미지를 복사해서 스튜디오로 다시 돌아왔다. 점토로 만들었을 때 1시간 30분이나 걸렸는데 이 작업은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퀄리티도 상당히 좋아졌다. 이제 남은 건 바지인데... 바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아직 막막하다. 이제 남은 건 이틀... 파이팅 해보자! 그리고 나는 또 새벽이 되자마자 돈을 벌기 위해 쿠팡플랙스를 하러 갔다.

 이번 할로윈데이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올해 방창규 사람 만들기 몸짱프로젝트에 마지막 과제였다. 그만큼 잘 준비하고 몸 관리를 잘 해야만 했는데 프로필을 찍고 나서 괜찮았던 몸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심지어 코스프레 의상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처럼 시청자들이 화를 낸 건 당연한 거였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조금 화를 내고 뭐라 했다고 기분이 상하고 화가 난 것을 생각하니 나도 참 어린 것 같았다. 이미 몸은 망해서 어쩔 수는 없지만 코스프레 의상이라도 잘 준비해서 몸짱 프로젝트의 유종의 미를 잘 만들어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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