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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시간 잡담 내가 쓴 소설

Broadcaster 맹진리를아십니까
2019-10-05 01:53:06 144 4 7

<싸가지> .
#영혼이 통하는 사람, 그정도로 깊이 친한 사람을 소울메이트라고 한다. 평범한 여중생 진솔이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 그녀가 입학하고 나서 만난 첫 친구인 은희가 그렇다. 둘은 어딜가나 붙어다녔다. 생긴것도, 스타일도 비슷해서 자주 쌍둥이냐는 소릴 듣곤 했다. 진솔이는 그렇게 1학년을 지냈고, 2학년이 되었다. 진솔이와 은희는 또 같은 반이 되었고 둘은 또다시 붙어다녔다. 대신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같이 다니는 친구가 하나 더 늘어 셋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 새 친구의 이름은 영신이었다.

#셋 이라는 숫자는 홀수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둘, 하나. 롤러코스터에서도 둘, 하나. 이동수업 자리에 앉아서도 둘, 하나. 체육시간에 두줄서기에서도 둘, 하나. 식당에서도 둘, 하나. 복도를 걸을 때도 둘, 하나. 그 하나를 진솔이가 맡게 된 것이었다.

#어느날 진솔이는 부랴부랴 학원을 가는 길에 영신이의 전화를 받았다. 중간고사 끝나고 은희랑 같이 어디어디 놀러가자라는 전화였다. 그래. 그러자. 할 말을 마친 진솔이는 전화를 끊고 학원으로 뛰어갔다.

#그 다음 날, 진솔이는 싸가지가 되어있었다. 대체 왜? 그 ‘싸가지’의 시작은 진솔이가 영신이의 전화를 먼저 끊었기 때문이란다. 교실의 학우들과 두루두루 친한, 고귀하신 영신이의 전화를 친한 친구라고는 은희밖에 없는 진솔이 저 기지배가 맨날 지 전화를 먼저 끊었단다, 싸가지없이. 진솔이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는 직감했다. 그녀는 둘, 하나에서 하나를 맡은게 아니라 교실 전체에서 하나를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있어서 좋아하는 감정이 먼저고, 그 다음에 이유를 붙여보곤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싫어하는데는 그 이유를 필사적으로 만들어낸다. 싫어한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개인적인 그 감정자체를 스스로도 부정적으로 인지하는 상태에서 ‘어쩔 수 없었어’ 라는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 자신을 변호함과 동시에 모두에게 공감받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쟤를 싫어했으면 좋겠어! 다같이 싫어하게 됐으니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렇게 원래의 이유보다 더 달콤하고 또 더 자극적인 이유로 포장하여 더 그럴싸하게 만든다. 영신이의 ‘싸가지가 없어서’, ‘전화를 먼저 끊어서’ 라는 포장은 그 당시 아이들에겐 꽤나 먹음직스러웠나보다. 아마 그 포장지를 뜯어보면 인기짱짱걸 은희를 독차지하고 싶다는 영신이의 얄팍한 욕심과 진솔이를 향한 질투심, 혹은 그 어떤 열등감이 들어있지 않았을까

#진솔이는 아이들의 달라진 시선이 너무나 따끔 거렸다. 그들의 시선이 이제 자신을 향해있지 않다는 것이 그렇게 따끔거릴 줄이야. 아니야, 이깟 고통쯤이야! 라면서, 이 무관심에 무관심해지자며 자신을 다잡았지만 이따금씩 눈가가 촉촉해졌던 이유는 아마 저 멀리 아이들 사이에서 보이는, 맑고 동그란 눈으로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단짝 은희 때문이었겠지

#그렇게 진솔이는 조회시간에도, 쉬는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자습시간에도, 그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런 진솔이와 유일하게 대화를 나눴던건 수학 문제집이었다. 그 둘의 대화에는 그 누구도 끼어들지 않았다. 문제집은 빠르게 닳아갔다. 누가 좀 방해해줘 !
#그래도 진솔이에겐 나름의 스파이 친구가 하나 있었다. 교실에서 인사정도 나누고, 문자도 하면서 자주 연락하고 지내온 같은 반 친구, 지연이가 그랬다. 그 둘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동네 번화가로 놀러가자고 몇 주 전에 약속을 했었다. 그렇게 중간고사가 끝나고, 약속한 날이 왔다. 오랜만의 외출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성을 듬뿍들여서 나선 진솔이의 발걸음은 흔히들 말하는, ‘날아갈 듯이 가볍다’ 라는 표현이 딱이었다. 가는 길은 정말이지 무척 따듯했다. 매일 아침 다니던 이 길이 양지였구나. 라고 생각하던 중 진솔이의 전화가 울렸다. 진솔아, 나 오늘 언니랑 어디 가기로 해서 못놀 것 같아. 미안해, 내일 보자. 어, 응. 어쩔 수 없지. 내일 봐. 그리고 진솔이는 지연이의 전화가 끊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아니, 끊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끊어지겠지 전화는. 진솔이는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었다. 조금씩 눈가를 훔치던 그녀는 더 이상 안되겠는지 하늘을 보면서 걸었다. 참으로 눈부시게 맑은 하늘이었다.

#다음 날, 양지는 사라졌다. 그렇게 진솔이의 손발이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40번이라는 출석번호가 적힌 자리에 앉아있자면, 입은 바짝바짝 마르고 교실의 모든 소리가 전부 소음으로 들려와 자꾸만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들었으며 다리는 한시라도 가만이 있질 못하고 혼자 방방뛰며 춤을 추고 있었다. 아니야, 집중해. 수학 문제를 풀자. 수학문제를풀자.수학을풀자계산을하자계산을계산계산더하고더하고곱하고더하고제곱에제곱에제곱... 그렇게 풀다보니 어느새 문제집의 마지막장을 넘기고 있었다. 다 풀고나니 할게 없었다. 그래서 진솔이는 풀었던 문제를 다시 또 풀었다. 내가 틀렸을거야 다시 풀어야해 분명히 다시풀어야하는것들이야. 처음부터다시하자다시....그런 진솔의 귀에 꽂히는 단 하나의 대화가 있었다. 어제 재밌었지? 영신이가 지연이에게 한 말이었다

#그후 진솔이는 천장을 보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았다. 교실에서 사라지지않는 애새끼들의 웃음소리는 한없이 경박하고 불쾌하게 느껴졌으며 그 속에서 느껴지는 단 하나의 시선은 그녀를 점점 분노하게 만들었다. 왜 그렇게 나를 쳐다보는거야? 아니, 언제까지 그렇게 쳐다보기만 할 거니? 그럴 때마다 그녀는 천장을 보았다. 그녀는 천장에 찍힌 실내화 자국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영혼이 죽었으면 좋겠다. 하늘이 맑은 날에, 유난히도 맑고 따듯한 그런 날에 죽었으면 좋겠다, 은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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