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럭킹 0

요즘 영화 파묘가 흥하다길래 

국산 오컬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건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 첫 극장 시청영화로 파묘를 보고왔음.

영화를 본 감상으로는 초반부랑 중반부까지는 좋았지만 후반부 부터는 좀...

어느정도 예상이되는 스토리라 그렇고 그랬지만, 뭐 나쁘지는 않았다. 라고 마무리 짓겠음.

근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 집에서 생각해 보니까 나도 올해 초인가 작년 말인가에 파묘에 직접 참석 했드라고?

영화를 보고나니 내 기억을 풀어놓고 싶어져서 적어봄

처음부터 참가한건 아닌데 어지간히 중요한 부분은 다 봤으니까 뭐 넘어가자고.

파묘의 대상이 된 묘는 내 친할아버지의 묘야.

파묘의 이유는 할아버지가 묻히신 친가쪽 선산이 미군의 훈련용지로 강제수용된것 때문이고.

친가쪽 사람들도 처음부터 파묘를 찬성한건 아니야.

할아버지께서 내가 중학교 즈음에 돌아가시고서 여태까지 버텨왔으니까 거진 20년간 버텨온거지.

그동안 명절이나 할아버지 기일때마다 친가쪽 남자 어른들이

미군이 처 놓은 철조망을 타고넘던가, 아래로 기어가든가 해서 어떻게든 벌초와 성묘를 지내왔었음.

근데 그분들도 점차 나이가 들어가다보니 이것도 이제는 못할짓이다 싶으셨던거야.

결국 시대의 흐름을 못버티고 할아버님의 무덤을 파묘한 다음

친가쪽 선산에 대한 권리는 포기하는 대신 보상금을 받는 식으로 마무리를 짓게 되었어.

그리고 할아버지의 무덤을 파묘하는 날에 그 자리에 참석한건

평소에 할아버지의 무덤에 찾아오던 친가 어른들 몇몇들이었고 손자뻘은 우리집을 포함해서 극소수드라

미군이 열어놓은 철조망을 지나 무덤 자리에 가니 

이미 인부들이 무덤은 다 파해치고 목관은 다 썩어서 할아버지 유골만 지상에 놓여계시드라

당일에 참석할 사람들이 모두 모인 후에는 유골들을 모두 긁어모아서 즉석 화로라고 해야할까 아궁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유골이 잘 탈 수있게 그 자리에서 화장터를 만들어서 불태우는데

뭐랄까 기분이 존나게 묘하드라

그나마 유골의 형태가 남아있을때는 부피감이 있던것들이 순식간에 다 타서 잿가루가 되니 그야말로 한줌이더라고

그 유골의 일부를 할머니가 묻힌 장지에 합장하려고 채취한 다음에

남은 유골은 할아버지의 묫자리에 다시 묻었음

할아버지랑 할머니의 사망연도가 약 십여년 정도 차이나는지라 

할머니가 돌아가실때는 선산이 미군에게 빼앗긴 뒤여서

할머니의 장지는 따로 구해놓았기 때문에 이제라도 합장을 해드리게 된거지

비록 파묘는 했지만 할아버지의 뼛가루가 묻힌 원래 장지가 명당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할머님이랑 합장해드린게 마음에 드셨는지 

아직까지는 할아버님이나 할머님이 꿈에 나온다거나 한 일은 아직 없음

p.s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가장 애낀 손자가 나랑 내 동생이고

지금까지 할머님 산소에 단독으로 다녀온 손자는 나 혼자라서 그런가

이것 때문인지 울 아버지가 나에 대해 이것저것 궁시렁 거려도

조부모님 이야기 나오면 그것 하나만은 고마워 하시드라

올해 어버이날 즈음에는 휴일에 날 잡아서 할머니+할아버지 장지에나 한번 더 다녀와볼까 생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