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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단편선] 여러분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죽순_
2023-05-28 21:20:33 163 13 15

#0.

매일 새벽 4시에 잠들어 점심 12시에 기상하던 0군의 삶에서

6시 30분에 일어나 30분동안 운전해서 출근하는 일은 꽤 피로를 누적시켰다.

첫 알람을 못듣고 10~20분 반복되는 알람을 듣고 겨우 깨는 일도 많았고,

지옥같은 퇴근길을 운전하고 들어오면 씻고 바로 기절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1.

3주차의 첫날 5월 15일이다.

담임쌤과 함께 조회를 들어가려는데

우리반 여학생 하나가 앞문에 못들어가게 시간을 끌고 있었다.


"선생님~ 저 질문있어요~"

내가 빙다리핫바지도 아니고 당연히 뭐 하는구나 생각했다.

(지난 금요일 학급회의때 얘기하는 것도 들었다. 물론 비밀로 하기로 했지만.)



#2.

교실에 들어서자


하나

셋!


"선생님 감사합니다~"


학생들의 활기찬 목소리에 잠이 확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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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이런식으로 꾸밈 / 실명이 많아서 퍼온거임 ]



#3.

3월부터 시작한 1학기 2달동안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은 꽤 친해져 있었고,


이제 2주를 지나 3주차에 접어든 나는,

그렇지 않았다.


학교에 적응하느라, 실습일지 작성하느라, 수업 참관하느라

이런저런 보기 좋은 핑계들에 밀려

아직 학생들 이름도 다 못 외웠고, 흔한 사담도 몇 마디 못 나눠봤기 때문이다.



#4.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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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감동한 듯한 담임선생님과는 다르게,


내가 처음에 든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내가 학생들을 위해 해준거라곤 선생님들이 시킨 당연한 교생 업무였고,

따로 학급에서 해준 것도 없었으며, 

4월에 교생갔던 다른 동기들은 학생들과 꽤 친해보이는 사진을 올리곤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해 늘 스스로 비교하곤 했다.



#6.

그러나,

우리반 학생들은 그저 교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고 있었고,


어떻게든 말 걸어보려고

어떻게든 좋은 모습 보여줘서 교직의 꿈을 접지 못하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하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내 부족함이 떠올라

이런 자격없는 교생까지 챙겨준 학생들에게 더욱 미안했다.



#7.

이런 분주함을 뒤로하고 첫 수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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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탁에서 본 교실의 풍경 / 이거보다 좀 더 규모가 작고 분위기는 밝은 편임]



기존 교과 선생님의 소개와 함께 교실에 던져져서 진행(스승의날 단축수업 25분)하게 되었는데,

준비한 대본도 있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학생들은 교생이 뭐하나 쳐다보는데

눈 하나 마주치기 힘들었다.


얼굴과 귀는 빨개지고

가끔씩 더듬는 부분이 생기고,

심장은 빨리 뛰기 시작했다.

.

.

.


#8.

그렇게 첫 수업이 끝났다.

3학년 1반 학생들의 반응은 내 예상에 벗어나지 않았고,

수업 중 빼먹은 것도 없었어서 수업을 조지진 않았지만,


평소와는 달리 너무 긴장한 탓인지 

스스로 아쉬웠다.



#9.

나는 4년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뭘 배웠는지,

이론과 학교 현장이 얼마나 다른지를 교생기간 동안 절실히 느낀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10년이 지난 시간동안, 교육 시스템은 많이 바뀌었는데

내 생각은 그때의 중학교에 멈춰 있었기에 너무 배울 것이 많았고, 

스스로 자책하는 일이 많았다...

.

.

적어도, 나의 두 번째 수업 전까지는 그랬다.




[교생 3주차 2부는 시간,분량관계상 담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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