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교생단편선] 선생님 저랑 같은 조 해요!

죽순_
2023-05-14 21:11:10 395 14 24

523817d24d7d48a2a77c40fd57ff4340.png

#1.

교생 2주차.


그동안 참관수업도 하루에 5시간씩 때리고,

현장체험학습 인솔도 하느라 좀 지쳐있었다.



#2.

아우 X발...


고등학교 이후에 통 생기지 않던 구내염(입에 흰 구멍난거)이 생겼다.

2주동안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했던게 버틸만 했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3.

오늘은 교생 2주차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이다.


출근때마다 들어가면(내가 제일 가까운데 제일 늦게 도착함ㅎㅎ;)

 교생 선생님들이 인사해준다.


같은 동료 교생 선생님들 중에는 뒤늦게 교육대학원에 진학해서 열심히하는 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다.


"쌤, 저는 대표랑 연구수업 둘 다 하고 싶어요! 애들이 너무 좋아요~"

"저는 그냥 애들 별로 안 좋아해서 대충 기간만 채우고 가려구요."


나는 그 중간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군대였다면 교생기간 중에 개꿀빨면서 책임 없는 교생생활을 보냈을건데,

인생에 한 번 하는 교생을 이렇게 해도 되나 싶기도 하다.



---

c3404d5f9b3fd259f7507a6070bffe53.png

#4.

2교시에 과학 수업 참관을 들어갔다.

정확히 10년전에 배웠던 잎을 현미경 관찰해 엽록체나 기공 등을 관찰하는,

생각보다 간단한 실험이다.



#5.

여느 수업처럼 뒷자리에 덩그러니 앉아 수업참관록을 쓰면서

그저 구경이나 하고 있으려했는데,

2인 1조인 실험에서 홀수인 인원이 생겼다.



#6.

"선생님 저는 혼자인데요?"


"어~ 그럼 교생 선생님이랑 조 해"

과학 부장 선생님이라 빠꾸가 없다..


"선생님 저도 교생쌤이랑 같은 조 할래요!"



#7.

이렇게 인기 있었던 적이 있었나?

인기를 실감하며 단발머리의 중2 학생과 조를 이뤘다.


잎을 면도칼로 잘라내야 하기에 부장선생님은 이전에 학생들에게 꽤 주의를 주고 있었고,

나 역시 그랬다.


"면도칼 조심하셔야 돼요"

"쌤 너무 스윗해요!!"

"아하하.. 네.."



#8.

교생 초반 선생님들께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에요~"


역시 실험을 참관해보니 그랬다.


나랑 같은 조의 학생도 꽤 간단한 과정도 헷갈려하거나 직접 주도적으로 하기보다는

선생님들이나 다른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평균적인 중학생이었다.

옛날 기억을 살려서 학생들을 도와주며 순조롭게 실험을 마쳤다.



#9.

현미경을 잘 다룬다는 부장선생님의 칭찬을 듣고

다른 수업들도 열심히 참관했다. 하루에 9학점 들었던 저번 학기의 심정과 같았다...



---

5254db7896b155277a71fefe4345d5dc.png

#10.

종례 시간 전 담임선생님과 얘기를 나눴다.

"선생님은 교직에 뜻이 있으신가요?"

"아 저는 바로 교직에 가진 않고 대학원을 갈거 같아요"


"제가 얘기 꺼낸 이유는 학급에 어느정도 참여하고 싶으신지 물어본거예요"

"그럼 시켜주시는 대로 다 해보겠습니다."

"교생 선생님들 중에 그렇지 않은 분도 있어서 직접 말씀해주셔야 정하기가 편해요."

.

.

.

"인생에 한 번 하는거...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네 ㅎㅎ 그러세요"



#11.

종례시간.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음주부터 2주간 교생선생님께서 조회랑 종례를 해주실거에요"


와!!!!!


아이들 하나하나의 반응이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들었던 환호 중에서 가장 컸다.


내가 멋쩍은 웃음을 짓자 아이들도 웃었다.

.

.

열심히 할 이유가 생겼다.


후원댓글 24
댓글 24개  
이전 댓글 더 보기
이 글에 댓글을 달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해 보세요.
▲윗글 아오 죽쌤! 죽순_
▼아랫글 4월 27일 ~ 5월 9일 방송일정 크림용용이
15
공지.txt [13]
Broadcaster 배드마우스
06-01
11
목버거 후기 [5]
죠디오죠스타
05-30
16
05-30
12
반갑습니다 [23]
코딩_
05-28
12
그게 무슨 말이니..... [9]
Broadcaster 배드마우스
05-23
10
버거 추첨 결과 [27]
목탁종_
05-20
10
아오 죽쌤! [11]
죽순_
05-15
10
04-29
13
아 ㅅ발 [17]
죽순_
04-15
12
저 생일인데 [15]
즈글공명
04-05
14
04-04
10
04-03
10
04-02
10
여자친구 [12]
죽순_
04-01
11
DND 보고왔다 [8]
크림용용이
04-01
11
03-21
14
03-19
12
교양 팀플 [22]
즈글공명
03-17
13
개추 주십쇼 [14]
유랄손
03-11
10
오늘 한일전 이미 이겼음 [5]
지코바밥한공기
03-10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