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생 2주차.
그동안 참관수업도 하루에 5시간씩 때리고,
현장체험학습 인솔도 하느라 좀 지쳐있었다.
#2.
아우 X발...
고등학교 이후에 통 생기지 않던 구내염(입에 흰 구멍난거)이 생겼다.
2주동안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했던게 버틸만 했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3.
오늘은 교생 2주차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이다.
출근때마다 들어가면(내가 제일 가까운데 제일 늦게 도착함ㅎㅎ;)
교생 선생님들이 인사해준다.
같은 동료 교생 선생님들 중에는 뒤늦게 교육대학원에 진학해서 열심히하는 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다.
"쌤, 저는 대표랑 연구수업 둘 다 하고 싶어요! 애들이 너무 좋아요~"
"저는 그냥 애들 별로 안 좋아해서 대충 기간만 채우고 가려구요."
나는 그 중간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군대였다면 교생기간 중에 개꿀빨면서 책임 없는 교생생활을 보냈을건데,
인생에 한 번 하는 교생을 이렇게 해도 되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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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교시에 과학 수업 참관을 들어갔다.
정확히 10년전에 배웠던 잎을 현미경 관찰해 엽록체나 기공 등을 관찰하는,
생각보다 간단한 실험이다.
#5.
여느 수업처럼 뒷자리에 덩그러니 앉아 수업참관록을 쓰면서
그저 구경이나 하고 있으려했는데,
2인 1조인 실험에서 홀수인 인원이 생겼다.
#6.
"선생님 저는 혼자인데요?"
"어~ 그럼 교생 선생님이랑 조 해"
과학 부장 선생님이라 빠꾸가 없다..
"선생님 저도 교생쌤이랑 같은 조 할래요!"
#7.
이렇게 인기 있었던 적이 있었나?
인기를 실감하며 단발머리의 중2 학생과 조를 이뤘다.
잎을 면도칼로 잘라내야 하기에 부장선생님은 이전에 학생들에게 꽤 주의를 주고 있었고,
나 역시 그랬다.
"면도칼 조심하셔야 돼요"
"쌤 너무 스윗해요!!"
"아하하.. 네.."
#8.
교생 초반 선생님들께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에요~"
역시 실험을 참관해보니 그랬다.
나랑 같은 조의 학생도 꽤 간단한 과정도 헷갈려하거나 직접 주도적으로 하기보다는
선생님들이나 다른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평균적인 중학생이었다.
옛날 기억을 살려서 학생들을 도와주며 순조롭게 실험을 마쳤다.
#9.
현미경을 잘 다룬다는 부장선생님의 칭찬을 듣고
다른 수업들도 열심히 참관했다. 하루에 9학점 들었던 저번 학기의 심정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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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종례 시간 전 담임선생님과 얘기를 나눴다.
"선생님은 교직에 뜻이 있으신가요?"
"아 저는 바로 교직에 가진 않고 대학원을 갈거 같아요"
"제가 얘기 꺼낸 이유는 학급에 어느정도 참여하고 싶으신지 물어본거예요"
"그럼 시켜주시는 대로 다 해보겠습니다."
"교생 선생님들 중에 그렇지 않은 분도 있어서 직접 말씀해주셔야 정하기가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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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 하는거...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네 ㅎㅎ 그러세요"
#11.
종례시간.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음주부터 2주간 교생선생님께서 조회랑 종례를 해주실거에요"
와!!!!!
아이들 하나하나의 반응이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들었던 환호 중에서 가장 컸다.
내가 멋쩍은 웃음을 짓자 아이들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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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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