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몇 달 전 썰풀이를 하고나서 생각해보니 몇 가지 이야기가 더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경험을 토대로 다양하게 써보려고 했는데,
군부대는 음기가 강한곳에 자리잡은게 많다고 벌써 군 썰만 두 가지 썰이 더 나오네요.
비록 카테고리가 공포썰이지만 그렇다고 지금부터 풀어내는 이야기가 무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냥 좀 기묘했던 경험들 썰에 가깝겠네요.
썰을 풀어내는 카테고리인 만큼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내는 곳인데
살면서 무서운 일만 겪었다면 아마 제정신이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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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으로 가위에 눌려본 기억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 때 쯤 방을 혼자 사용하기 시작했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기억으로는, 잠을 자던 중 귓가에 위잉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모기소리, 혹은 전기잡음 비슷하기도 했지요.
먼 쪽에서는 가볍게 꼴깍꼴깍거리며 어린아이가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낯선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지만, 몸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몸부림친 끝에 한 팔을 뻗을 수 있게 되었고, 문고리를 잡자 일어설 수 있게 되어 방문을 열었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거실에서 보이는 풍경에선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가족들이 꺼져있는 TV의 검은 화면을 보며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으며, 저에게 같이 그 채널을 보라고 강요했습니다.
뭔가 잘못된 느낌에 뒤로 물러나서 안방으로 향하자 어릴 적 만났던 고모할머니가 빨래더미에서 양말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모할머니가 우리 집에 와 있는 이유에 대해 의아했지만, 거실에 있는 기이한 모습의 가족 때문에 우선은 고모할머니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고모할머니의 상태도 이상했습니다.
양말을 서로 맞는 짝끼리 찾아 맞추어 정리하는 대신,
짝이 맞지 않는다고 신경질을 내며 큰 철 가위를 가지고 아무 양말 두 짝을 집어서 긴 쪽을 잘라내고 있었습니다.
이 기괴한 모습에 안방에 머무를 수 없겠다 싶어 돌아서 방을 나왔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은 거실이 아닌 끝없는 사막이었습니다. 얼마 전 유행하던 백룸괴담이 가장 비슷한 느낌이겠네요.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다시 몸을 돌리고 문을 열고 안방으로 향했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귓가에서 위잉하는 소리와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렸고, 눈을 떠보니 다시 제 방에 누워있었습니다.
또다시 팔을 뻗어 방문을 열었지만, 조금 전과 똑같은 풍경과 행동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한 끝에 겨우 진짜로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고,
한동안은 다시 부모님과 함께 잠을 자야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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