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마나 0

intro

몇 달 전 썰풀이를 하고나서 생각해보니 몇 가지 이야기가 더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경험을 토대로 다양하게 써보려고 했는데,

군부대는 음가 강한 곳에 자리 잡은게 많다고 벌써 군 썰만 두 가지 썰이 더 나오네요.

비록 카테고리가 공포썰이지만 그렇다고 지금부터 풀어내는 이야기가 무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냥 좀 기묘했던 경험들 썰에 가깝겠네요.

썰을 풀어내는 카테고리인 만큼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내는 곳인데

살면서 무서운 일만 겪었다면 아마 제정신이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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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 시절 자대 배치를 받고난 후 겪은 가벼운 이야기입니다. 

신병들이 들어오면 고참들이 호구조사를 하곤 했는데, 이 중 단골 질문이라면 부대 구성원에 대한 인상에 관한 것이지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지루한 일상 속에 갓 전입온 신병은 유일한 새로운 자극거리 이기에 그런 질문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네요.

제가 전입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선임들에게 부대원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제일 못생겼는지에 대한 질문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선임들 중 한 친구가 계속해서 체력 단련을 빼먹는 핑계로 무엇을 빠질 것 같냐고 물어왔습니다. 

적절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일단 발목 부상을 핑계로 댈 것 같다고 대답해보았습니다. 

그러자 선임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정확히 맞춘 것이었습니다. 

그 정도면 우연의 일치일 거라고 생각하며, 다음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각 선임들이 어느 대학을 다니다 온 것 같은지 물어보는 질문이 날아들었고, 

적절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한 와중에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학교 이름을 하나씩 답했습니다.

그러자 선임들의 반응이 점점 신기한 듯한 투로 변해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선임들은 복도에서 지나가던 일병을 붙잡아 와서는 이 친구는 어느 학교에 다닐 것 같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이름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답을 내야겠다는 압박감은 있었지만 더이상 생각나는 이름이 없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공부는 잘 할 것 같은 사람이지만 출신학교는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고참들은 굉장히 놀란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취침시간이 돼어 저를 제 생활관으로 돌려보냈지요.

그렇게 어리둥절하게 첫 날을 보낸 다음 날, 한 명의 고참이 제게 조심스럽게 귀신을 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한 상태로 귀신같은 건 보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고참은 제가 전 날 했던 대답이 모두 정확히 들어맞았다는겁니다.

심지어 마지막에 모르겠다 대답했던 일병은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재수를 반복한 끝에 집안의 압박으로 입대한 사람이었기에

그 날 밤 선임들의 생활관은 내가 한 문답으로 분위기가 떠들썩했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