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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 아래의 마령

유리는매일내일
2019-01-24 17:17:17 183 1 1

바깥 평원의 말의 그림자가 샹들리에의 불빛을 삼키며 조금씩만 모습을 비춘다. 그 말의 움직임은 너무도 우스꽝스럽다. 망아지 같은 보폭으로만 걷다 넘어져선 몇 십초나 지나면은 다시 그 모양이다.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그 말에 욕지거리를 몇 개 퍼붓곤 항상 같은 곳에 말을 끌고 걸어간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흐린 날 나는 출장을 갔다 돌아온 뒤 다시 샹들리에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 그 말의 그림자가 내 집의 벽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 광경은 너무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다는 것만은 똑같다. 말은 슬랩스틱 코메디의 2인조 말 인형마냥 발이 발을 걸어 넘어진다. 그러나 따그닥 거리는 소리가, 집 안에서 너무도 많이 퍼진다.

내 방에서부터였다. 책을 읽으려고 책장에서 애장품인 파란색 책을 꺼낸다. 첫 페이지엔 "약물의 보관 방법", "약물의 보관 방법을 응용한 와인 보관법 및 품질 유지법", "약물의 시음 방법" 등의 목차가 쓰여 있었고 다음 페이지에는 "약물의 보관 방법ー약물은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인류의 목을 축이는 유체이다."라고 하며 장황한 설명이 쓰여 있었다.

가장 아래의 "1670년의 연구"라는 단어와 함께 다음 장을 넘기자

따그닥

내 창고에 재여놓은 목재 하나가 움직인 소리인 줄 알고 읽어나갔다. 그러나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한 페이지를 넘기면 그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마지막으로 읽은 다섯 번째 페이지에서 공포를 직감해 책을 덮어버렸다.

부엌으로 가 날카로운 식칼을 하나 찾는다. 은백색의 광채가 오늘의 날씨에 어울리는 것 같다. 천천히 칼을 갈아서 그 옆의 사과에 바로 칼을 찔어 넣었고 사과는 과즙을 흘리며 관통당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이래뵈도 강도 두 명을 잡은 명도(名刀)다.

아주 조심스레 내 방으로 돌아가자 아주 큰 말의 그림자가 발을 조금씩 휘젓는다. 오랫동안 기다려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다그닥 소리를 울린다.

들고 온 칼을 던져 그 느려터진 백마의 그림자에 집어던졌다. 그 말의 복부에 칼이 정확히 명중했지만,

그 때부터였다. 말이 넘어지더니 그 젊은이가 다가와 욕설을 퍼붓는다. "이 느려터진 말!" "하하하하하, 하하 하하하하!!!" "바보 같은 놈!" 그 말들이 울려퍼지고 말의 그림자에서 회색 액체가 칼을 따라 바닥에 떨어진다. 칼은 뽑히질 않고 그 사이 욕설과 다그닥은 불협화음처럼 내 뇟속에서 더 크게 울려댔다.

칼을 뽑으려다 힘이 빠지고 나는 그 말과 젊은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음을 깨닫곤 비명을 질렀다.

복도로 나왔다. 샹들리에가 가장 넓게, 가장 아름답게 비추는 이 장소가 나에게 위안을 주리라 생각했다. 오르골을 펼쳐 클래식을 듣는다. 그러나 오케스트라의 타악기가 빠졌다는 듯,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다그닥

그 소리를 점점 퍼붓더니 내 오르골 소리를 다그닥 협주곡으로 채워버린다. 오르골을 집어던져 부서진 오르골의 끼익거리는 소리를 무시한 채 나는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밖에 선 젊은이가 나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내가 뛰어가는 바로 앞을 계속 가로막았다. "느려터진 놈! 바보 자식! 하하하하하하!!!"

 그러더니 나를 집안으로 다시 밀어넣더니 그림자로 손을 칼로 만들어 찌르는 시늉을 한다. 그림자의 나는 피를 흘리며 쓰러지지만 나는 그 광경을 쳐다보기만 한다. 손을 흔들어보지만 그림자는 의식이 없고 젊은이는 내 저택의 문을 닫곤 도망쳐버렸다. 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고 그림자의 잔상은 샹들리에를 통해 다그닥 소리를 내며 계속 빛났다.


사실 연결구로 임팩트 주려 하면 안 되는데 단편으로 써서 그런지 자꾸 쓰게 되는군요... 연구를 좀 해야겠습니다

아지님이 CLOP에서 자꾸 넘어지시길래 World's End Girlfriend의 에서 영감을 가지고 있던 걸 섞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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