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브릿지
(E) 최대리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BX 최대리 : (E, 걸으며) 좋은 아침.
D 직원1 : (E, 쪼르르 달려와) 최 대리, 잠깐 여기 좀. (팔을 잡아끄는)
BX 최대리 : (E, 따라가며) 무슨 일 있어요?
(E) 직원을 최대리에게 보라며 마우스를 클릭했다,
D 직원1 : (심각해서 낮게) 지훈씨가 사내게시판에다 글을 올렸는데...
BX 최대리 : (OL, 놀라서) 네?!! 어디 봐요.
A 지훈 : (N) (에코) 안녕하세요? 저는 기획3팀 양지훈 사원입니다.
여러분께서 만약 마트에서 물건을 샀는데, 봉투에 악취 나는 쓰레기도 함께 담아 준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당연히 쓰레기를 꺼내고 점원에게 사과를 요구하겠지요.
그런데 저는 요즘 당연한 것들이 점점 더 어렵고 두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두려움이 커지기 전에 외치려합니다.
박태희 팀장님, 지금 당장 정중히 사과하시고,
제 월급봉투 안에 뱉은 쓰레기를 꺼내 가시기 바랍니다.
팀장님의 성희롱 발언, 더 이상은 참지 않겠습니다!
BX 최대리 : (심각) 이거 한부장님도 보셨어요?
(E) 조용한 사장실 안.
HX 태희부 : (헛기침) 으흠. 이봐요, 한부장.
D 한부장 : (긴장) 네, 사장님.
HX 태희부 : (E,게시글이 인쇄된 A4용지 흔들며, 차분) 이게 대체 뭡니까?
그러니까 우리 태희가 남직원들한테 성희롱을 했다, 그거예요?
D 한부장 : (마른침 삼키고) 꼬, 꼭 그렇다기보단.. 아무래도 서로 간에 입장차 이란 게 있고...
제가 보기엔 박 팀장 나름대로 직원들이랑 친밀하게 지내려고 한 얘긴데...
HX 태희부 : (웃으며 말 자르는) 사람 참, 그렇게 말하면 되나...
D 한부장 : 예에?
HX 태희부 : 지금 그 말은, 한부장이 중간에서 양쪽 입장 조율을 제대로 못해서
일이 이 지경이 됐단 얘긴데... (웃음)
설마하니 내가 그렇게 무능한 사람을 부장 자리에 앉혔을까.
D 한부장 : 죄송합니다.
HX 태희부 : 아, 죄송은 무슨. 그럼 유-능한 우리 한부장 대책이나 들어봅시다!
D 한부장 : 네에... 그러니까 제 생각엔 박팀장이 먼저 사과를 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을까싶습니다.
아무래도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을...(하는데)
HX 태희부 : (언성 높이며 말 자르는) 뭐요, 사과?!!
D 한부장 : (긴장) 네?!!
HX 태희부 : 허어 나 참. 억울하단 증거를 뒤져도 모자랄 판국에 ‘나 잘못했소!’ 인정하자고 드니 원.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잘못은 사과를 하는 순간 생긴단 거 모릅니까?
D 한부장 : 죄송합니다.
HX 태희부 : 죄송해서, 그래서? 말을 확실하게 해야 할 거 아냐.
그 자리 내놓고 물러나기라도 하겠단 얘기예요?
D 한부장 : 어, 어떻게든 조용히 마무리 짓겠습니다!!
HX 태희부 : (헛기침하고 차분하게) 으흠. 그래요.
거 괜히 글 올린 직원 내쳐서 죄도 없는데 구린내 풍기지 말고 상식적으로! 어?
상식적으로 조용히 정리합시다.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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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회의실. 태희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C 태희 : (자리에서 벌떡) 아놔, 진짜. 그놈에 사과!
(가라앉히고, 앉고) 이봐, 양지훈씨. 그냥 농담 좀 한 거 가지고 꼭 이렇게 사람 나쁜년 만들어야겠어?
뭐어, 내가 쓰레기를 뱉어? (기가차서 웃는)
A 지훈 : 네에. 전 그렇게 느꼈습니다.
D 한부장 : 자, 자. 안 좋은 감정은 풀고 가잔 의미로 모인 자리니까...
C 태희 : (OL) 아아, 그놈에 성적수치심? 돌겠네, 진짜.
내가 자지를 만졌어, 젖꼭지를 비틀었어?! 니가 느껴놓고 왜 나한테 난린데?!
A 지훈 : (한심한) 팀장님 정-말 답 없는 사람이네요.
D 한부장 : 어허, 지훈씨도 날 좀 그만 세우고...
C 태희 : (OL) 당연하지. 문제가 없는데 답이 있을 리가 있나?
A 지훈 : (한심해서 피식 비웃는)
C 태희 : 양지훈씬 지금 본인이 되게 정의롭고... 뭐, 그렇다고 생각하지?
아냐, 그냥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들고 있는 거야. 알아?
A 지훈 : 그래서, 사과를 못하겠단 말씀이신가요?
D 한부장 : 지훈씨 내 생각엔 말이야. 그 부분은 서로 오해가 있었으니까 덮기로 하고,
앞으로 다시 이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정도에서 마무리 짓는 게 좋을 듯 싶은데.
A 지훈 : (기막힌) 무, 무슨 오해요?
C 태희 : 걱정 마세요, 한부장님. 나도 이제 말 섞기 딱 싫어졌으니까!
(E, 의자에서 일어나며) 그럼 가도 되죠?
(E, 걸어가며)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E) 태희는 회의실 문을 힘껏 쾅 닫아버리고 나가버렸다.
A 지훈 : (억울한) 부장님!!
D 한부장 : (타이르는) 앞으론 안 그런다잖어.
A 지훈 : 누가요? 정말로 그렇게 들리셨어요?
D 한부장 : 어찌됐든 계속 한 팀으로 일하면서 볼 사인데,
감정 더 틀어지면 지훈씨만 불편할 거 아냐?
게다가 박팀장이 기획안도 밀어주고 있다며?
좋은 기회 날아가면 아까워서 어쩌려 그래?
A 지훈 : (알겠다는 듯) 아아, 저를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세요?
근데 어쩌죠? 전혀 고맙지가 않은데요.
D 한부장 : 뭐야?
A 지훈 : 길 가다 발을 살짝 밟혀도, 누가 실수로 뒤통수를 때려도 사과 받는게 당연하잖아요.
혹시 비싼 구두에 흠집이라도 난 건 아닌가,
뒤통수 때린 손이 아프진 않은가! ...제가 눈치 봐야 하는 건가요?
D 한부장 : 누가 눈치 보래? 뭐가 이득인지 생각을 좀 해보라는 거야.
까놓고 지훈씨가 실질적으로 피해본 게 있어?
그냥 기분이 좀 나쁘다, 그거 아냐?
근데 계속 이렇게 깝깝하게 나오면? 그땐 진짜로 잃는 게 생기는 거야.
A 지훈 : 계속 이렇게 묵인하자시면 노동부에 신고할 생각입니다.
D 한부장 : 어허 참! 그렇게 알아듣게 설명을 했는데... (버럭) 이봐, 양지훈씨 대체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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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조용한 회의실. 한부장은 최대리를 불렀다.
BX 최대리 : 무슨 일로 찾으셨어요?
D 한부장 : (깊은 한숨)
BX 최대리 : 지훈씨 때문에 그러세요?
D 한부장 : 도무지 말이 안 통해...두 사람을 계속 한 팀에 두기도 그렇고...
BX 최대리 : 지훈씬 어떻게 되는 거예요?
D 한부장 : 홍보팀 인력이 부족하다니까 그쪽으로 가는 방안도 있고...
박팀장은 징계차원으로 기획2팀 과장으로 보내고 3팀을 없앨 계획 인데...
BX 최대리 : (OL) 네에?! 그럼 저는요?
D 한부장 : 글쎄 그게 문젠데... 최대리가 입사 11년차지 아마?
BX 최대리 : (긴장한) 네에.
D 한부장 : 승진할 때도 됐고, 마침 물류창고 쪽에 과장자리가 날 것 같은데...
BX 최대리 : (OL) 물류창고라뇨?! 제가 거기 가서 무슨 일을 해요?
D 한부장 : 그러니 어떡하나. 여긴 마땅한 자리도 없는데.
BX 최대리 : 진짜 이유가 뭐예요? 솔직히, 좌천이나 다름없잖아요.
D 한부장 : 좌천이라니?! 그런 거면 발령 나기도 전에 최대리랑 상의하겠어?!
(한숨) 나도 골치 아파죽겠다. 팀은 없어지고 과장자린 미어터지고.
그러게 후배 좀 잘 다독이지 않고 일을 복잡하게 만드나 그래. 쯧.
(E) 최대리는 지훈의 팔을 잡아끌고 비상계단으로 들어갔다.
A 지훈 : (의아한) 대리님 왜 이러세요?
BX 최대리 : 지훈씨야말로 왜 그래? 나, 자기 땜에 물류창고로 가게 생겼어.
A 지훈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BX 최대리 : 우리 팀 없어질 거래. 지훈씨가 하도 난리쳐서. 이제 속이 시원해?!
A 지훈 : 제가 부장님이랑 한번 얘기해 볼게요. (E, 가려고 돌아서는데)
BX 최대리 : (붙잡고) 제발 그만하자, 지훈씨. 사과 그거 내가 팀장님 대신 할게.
A 지훈 : (당황스러운) 대리님...
BX 최대리 : 미안해, 다 내 탓이야. 첨부터 박팀장한테 따끔하게 얘기 했어야 되는데...
내가 무능해서 지훈씨 험한 말 듣게 했어. 어떻게, 무릎이라도 꿇을까?
A 지훈 : (난감한) 정말 왜 이러세요...
BX 최대리 : 제발 지훈씨. 박팀장이 아니라 나 한번 봐준다 생각하고 이번 일 그냥 넘어가자.
내가 거기 가서 무슨 일을 하겠어?
한마디로 알아서 나가란 소린데 이건 너무... 너무 억울하잖아.
A 지훈 : 죄송해요, 대리님.
BX 최대리 : (힘 빠지는) 지훈씨...
A 지훈 : 다 그만 두고 싶어서, 그래서 계속 갈래요.
BX 최대리 : 정말 너무하네... 지훈씨만 피해자니?
대체,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버럭)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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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지훈은 복도를 빠르게 걸으며 전화를 걸었다..
C 태희 : (짜증내며 받는, F) 말 섞지 말자니까 왜 계속 전화질이야?
A 지훈 : 팀장님 지금 어디세요?
C 태희 : (F) 어디면 뭐?! 또 선비질이라도 하시게? 됐으니까...
A 지훈 : (OL, 버럭) 어디시냐구요?!!
C 태희 : (F) 깜짝이야!! 하도 스트레스 받아서 바람 쐬러 간다, 됐냐?!!
(E) 전화 끊는 태희. 지훈은 짜증내며 걷는데, 주위에서 직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 들려온다.
D 직원1 : 쟤가 걔 아냐?
BX 직원2 : 최대리님만 안됐지 뭐. 그렇게 챙겨줬다는데.
D 직원3 : 최대리가 무릎까지 꿇었는데도, 어쩌라구요? 그런 표정이더래.
BX 직원2 : 정말요?
D 직원3 : 편집팀 강과장이 비상계단에서 둘이 얘기하는 거 봤다잖아.
BX 직원2 : 하여간 요즘 애들 무서워. 순 자기밖에 모르고. 잘해줘 봐야 뒤통수 만 친다니까.
[다같이] 일동 : 내말이.
(E) 조금 더 걸어가자 다른 직원무리의 대화가 들려왔다.
D 직원5 : 알아보니까 박팀장이 뭐 심한 말 한 것도 없다던데?
HX 직원4 : 그래?
: 팀 분위기가 하도 어색하고 해서 가볍게 농담 좀 한걸 가지고 난리치나봐.
요즘 한부장님 눈치 살피느라 내가 죽겠다니까.
HX 직원4 : 예민한 남직원 하나가 회사 분위기 다 흐리네, 진짜.
D 직원5 : 그렇게 싫음 때려 치고 나갈 일이지
왜 애먼 최대리만 불쌍하게 만들고 난린지...
하여간 저런 애들 땜에 무슨 농담을 못한다니까.
(E) 지훈은 소리를 무시한채 점점 더 빠르게 걸어갔다.
(E) 지하주차장, 태희가 통화하며 차에 시동을 건다.
C 태희 : 어, 경미냐? (사이) 뭔 일은. 술이나 마시자고.
(사이) 우리가 언제 밤낮 가리고 마셨냐? (차 출발시키는)
아무튼 나 지금 회사 주차장 에서 출발하니까 당장 튀어... 으악! (놀라며 E, 끼익. 급브레이크를 밟는)
저게 진짜 미쳤나!!! (E, 차문 열고 내려 성큼성큼 걸어가는)
야, 너 진짜 내 인생 망치려고 작정했어?! 완전 또라이네 이거.
A 지훈 : 왜 그렇게 쉬웠어요?! 아무것도 못하면서 뭐가 그렇게 쉬웠어요?!!
C 태희 : 뭐어?
A 지훈 : 사과 한마디 못할 거면서. 사람 맘에 상처 주는 말은 왜 그렇게 쉬웠냐구요?!
C 태희 : (피식) 아, 진짜 얘 봐라. 상처? 야! 너 밥 사먹는 돈 누가 주는 건 데에. 어?!
A 지훈 : (E, 하얀봉투 바닥에 던지며) 사직서예요. 이제 됐죠?
그러니까 최 대리님은 그냥 두세요. 아시겠어요?!
C 태희 : 아이구, 기특하네. 이제야 겨우 분위기 파악을 하시는구만.
(E) 그때 지훈이 스마트폰 꺼내 녹음앱 재생버튼을 누른다.
C 태희 : (에코) 언제든 말만 해. (피식) 친구년들 중에 테크닉 끝내주는 애들 많으니까.
C 태희 : (당황하는) 이, 이게 뭐야?
C 태희 : (에코 )너무 ,,,부실하잖아(히죽)
아니, 안타까워 그러지
지훈씨 봐, 어리니까 바짝 화나 있잖아
A 지훈 : (E, 앱 끄고) 이 녹음파일 들고 신문사든, 방송국이든 어디든 찾아갈 거예요.
C 태희 : 너 지금 실수하는 거야. 고작 그걸로 뭐가 달라질 거 같아?
A 지훈 : 저두요, 이것까지 꺼내긴 싫었어요!
C 태희 : 좋은 말로 할 때 녹음파일 빨리 안 지워!
A 지훈 : 그렇게 다니고 싶었던 회사가, 죽어라 일했던 회사가...
적어도 사과 한마딘 듣게 해줄 줄 알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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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의 집.
D 태희삼촌 : 아유. 실례인줄 알면서도 이렇게 집까지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C 지훈모 : 아니에요. 그보다 우리 지훈이 회사 분들이시라고요?
D 태희삼촌 : (웃음) 저는 아니고, 우리 애가. (태희에게) 얘!
C 태희 : (목 가다듬고) 으흠. 안녕하세요? 박태희이라고합니다.
C 지훈모 : 네에. 그런데 무슨 일로...?
D 태희삼촌 : 아드님한테 얘기 못 들으신 모양이네요.
C 지훈모 : 무슨 얘기 말인가요?
D 태희삼촌 :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지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우리 애가 외국서 오래 살다보니까 한국정서도 잘 모르고...
또 한국말도 서툴다 보니까, 글쎄 아드님한테 큰- 상처를 줬다지 뭡니까.
C 지훈모 : 상처라니요?
D 태희삼촌 : (한숨) 이래서 친구를 잘 사겨야 되는 건데...
친구들끼리 술자리에 서 웃고 떠들 때 한 농담을 듣고, 고대로 옮긴 모양이에요.
근데 그 게 표현이 좀 거칠다 보니까...(어색한 웃음)
얘가 나이만 들었지 그렇게 천지분간을 못한다니까요.
C 지훈모 : 예에. 말이 서툴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D 태희삼촌 : 이렇게 이해를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저기... 약소하지만 성의표시를 좀 해봤어요.
(E) 태희삼촌은 핸드백에서 돈봉투를 꺼내서 내밀었다.
C 지훈모 : (E, 봉투 확인하고 놀라서 돌려주는) 아녜요, 이렇게 큰돈을. 못 받습니다. 도로 가져가세요.
D 태희삼촌 : (E, 다시 주며) 그러지 말고 받으세요.
저도 돈을 드리는 게 또 괜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렇다고 달리 마음을 표현할 방법도 없더라구요.
C 지훈모 : 그래도 이건...
D 태희삼촌 : 병원에서 사람 살릴 때도 돈 내고, 결혼 축하할 때도 돈으로 하잖아요 왜.
따지고 보면, 돈이 제-일 순수한 거 아닌가요?
그러니 죄송한 마음이다, 생각하시고 넣어두세요. (웃음)
(E) 도로위. 태희는 클랙슨을 빵빵 눌러댔다.
C 태희 : (짜증) 아, 밀리고 난리야.
그나저나 삼촌 돈봉투 주면서 뭘 그렇게 하하 호호 비위까지 맞춰줘?
D 태희삼촌 : 시끄러. 난 뭐 좋아서 웃은 줄 알어?
(거울 보며) 아으, 눈가에 잔주름 진해진거 봐.
(E, 태희를 퍽퍽 때리며) 이게 다 너 때문이야!
C 태희 : (아파서) 아, 아! 그러게 누가 웃으래?!
D 태희삼촌 : 삼촌 덕에 녹음파일 지운다고 약속받은 거야. 알아?
안 그랬음 그 남자 아빠가 돈봉투를 받았겠니?
바퀴벌레보다 더 징글징글한 게 없는 사람들 자존심이야.
C 태희 : 하여간 피곤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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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지훈이 집으로 돌아왔다.
A 지훈 : 다녀왔습니다.
C 지훈모 : (차분하게) 사직서 냈다면서 어딜 갔다 와?
A 지훈 : 어,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C 지훈모 : 팀장이란 사람이 찾아왔더라.
A 지훈 : 그 인간이 진짜!!
C 지훈모 : 그러지 말고 내일부터 다시 출근해.
A 지훈 : 뭐어?
C 지훈모 : 죄송하대. 그래서 사직서 안 받겠대.
A 지훈 : 죄송? 그거 다 거짓말이야!!
C 지훈모 : (타이르는) 지훈아, 사람이 사과를 하면 받아줄 줄도 알고 그래야지.
한국말 서툴러서 실수했다잖니.
A 지훈 : 아니라니깐! 그 인간, 내가 녹음한 거 퍼뜨릴까봐 거짓말 하는 거야.
C 지훈모 : 거짓말이래도... 엄만 니가 회사랑 싸우는 거 싫어. 그거 지우자. 힘든 거 싫어.
A 지훈 : 엄마 혹시... 뭐 받은 거 있어? 아니지?
C 지훈모 : ...
A 지훈 : 어?!!
C 지훈모 : 받았어.
A 지훈 : 엄마!!!!
C 지훈모 : 그 돈으로 엄마 빚, 갚자 지훈아. 이제 엄마도 너 편하게 사는 거 좀 보고 싶어.
그러니까 그냥 귀 한번 씻어버리고...
A 지훈 : (OL) 당장 돌려줄 거야!
C 지훈모 : 회사상대로... 그게 얼마나 힘든 길인데! 엄마 부탁이야, 지훈아.
A 지훈 : 엄마까지 왜 이래? 나라고 안 힘든 줄 알아?
사람들이 비난하는 것도 무섭고, 다시 직장 구하는 것도 막막해.
C 지훈모 : 그러니까 그만두라잖아.
A 지훈 : 그럴 수가 없다고!!
C 지훈모 : 대체 왜에?! 지금껏 고생한 거도 모자라서, 왜 앞으로도 힘들게 살려고 그래?
A 지훈 : 하필이면 내가 어느 곳에나 있는 남자라서!!
C 지훈모 : ...뭐어?
A 지훈 : 출판사에도, 대기업에도, 중소기업에도,
백화점, 편의점, 학원, 학교에도,
지하철, 비행기, 콜센터, 114에도, 심지어 길거리에도!
쉽게 대체될 수 있는! 그렇게 어느 곳에나 있는 흔한 남자라서!! 그래서 그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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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사무실, 지훈이 태희의 책상 위에 돈봉투를 탁 내려놓는다.
A 지훈 : 누가 돈봉투 달랬어요?!!
C 태희 : (뻔뻔) 사과하래서 사과한 거잖아요. 뭐가 문젭니까?
A 지훈 : 가족 찾아가서 돈 들이미는 게 사과예요?! 무시하는 거 아니구요?!
C 태희 : 누가 집까지 찾아가서 무시를 해요? 그날 트뤠픽 잼도 장난아녔어요.
A 지훈 : 그럼 말해보세요. 뭘 잘못하셨는데요? 뭐가 미안한데요?
C 태희 : (한숨)
A 지훈 : 사과는 저한테 직접 하셔야죠.
C 태희 : (E, 의자에서 신경질적으로 일어나며) 아, 진짜 못 들어주겠네!
야! 너나 니 아빠한테 가서 사과해!
A 지훈 : (어이없는) 뭐예요?
C 태희 : (E, 돈봉투 흔들며) 이거 얼마 된다고, 받는데 손을 벌벌 떠시더라.
자존심 세우고 싶었음 없이 사는 건 들키지 말았어야지.
A 지훈 : 그 입 다물어요!
C 태희 : (비아냥대는) 왜, 을로 살려니까 속이 뒤틀려?
그래서 괜히 한번 꿈틀해보고 싶냐고?
그러지마. 꿈틀도 비빌 흙이나마 있는 지렁이가 하는 거야.
양지훈씬 아-무것도 없는 벼랑 위잖아? (낄낄 웃는)
A 지훈 : (낮게) 웃지 마.
C 태희 : (황당해서 멈추며) 뭐어?!
A 지훈 : 나는 당당하게 웃을 수 있어도 당신은 그럴 수 없어.
그게 피해자와 가해자의 차이야.
당신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당함까지 살순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무서울 게 없고 당신은...
글쎄, 하늘은 두려워해야 하지 않을까? 천벌을 받을 테니까!!
(E) 회사앞 거리 사옥으로 향하는 직원들이 수근거렸다.
D 직원 : 저 사람 지훈씨 아냐?
X 직원 : 설마 1인 시위 하는 거야?
D 직원 : 최대리 살리려고 사직서 던졌다더니...안됐네.”
C 태희 : 언어폭력도 폭력이다. 박태희 팀장은 사과하라? 참- 가지가지도 한다.
어이, 거기 경비! 당장 이 미친 놈 안 치우고 뭐해?
A 지훈 : 1인 시위는 합법이거든요?
HX 경비 : (얼른 뛰어오며) “네에, 그래서 저희도...”
C 태희 : (OL) 여기가 경찰서야, 법정이야? 누가 합법, 불법 물었어? 치우라고, 당장!
HX 경비 : 아무래도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은...(하는데)
C 태희 : (OL) 곤란하니까 하시라구요.
그런 일 하라고 돈 주는 거지, (핏 비웃고)
설마하니 얼굴마담 하라고 여기 문 앞에 세워놨겠어요?
(E, 볼을 툭툭 치며) 이 쭈글쭈글한 면상을?
(E) 그걸 본 지나가던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D 직원 : 진짜 너무하네, 인성 보니까 성희롱은 하고도 남겠다.
HX 직원 : 지훈씨가 저러는 이유가 있었네.
M 브릿지
(E) 출판사 사무실. 여기저기서 전화벨이 울려댔고,
직원들은 “정말 죄송합니다. 반품처리 해드리겠습니다”라고 연신 사과하고 있었다.
심상치않은 분위기에 놀란 사장은 한부장을 불렀다.
HX 태희부 : 대체 이게 무슨... 왜 갑자기 책을 반품하겠다고들 난립니까?!
D 한부장 : 박 팀장 막말 동영상이 인터넷에 뜨는 바람에...
HX 태희부 : 뭐예요?!!
D 한부장 : 서점에서도 책을 전부 회수해 가라는 통보가 왔습니다.
HX 태희부 : (노한) 박태희 팀장... 아니, 이년 지금 어딨습니까?!!
(E) PC방
C 태희 : (E, 컴퓨터 클릭, 스크롤) 아이씨, 이딴 동영상은 누가 올린 거야?!
HX 네티즌1 : (에코)돈 많으면 뭐하냐, 인성이 거진데.
D 네티즌2 : (에코)자기계발서 분야 1위? 자식교육이나 똑바로 시키라고 전해라.
C 태희 : 앞에선 찍소리도 못할 거면서 쎈 척은.
잠깐! 이 베플은... (읽는) 정당함까지 돈으로...
A 지훈 : (에코,OL) 정당함까지 돈으로 살순 없다고 말했죠?
이제 좀 아시겠어요, 사람들 마음이 하늘이라는 거?
무시하고 짓밟으면 천벌을 받는 다는 거?!
C 태희 : (분노로) 이... 양지훈!!!!!
M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