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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어느곳에나 1

Broadcaster 로페릭의_매콤달콤
2020-03-06 04:05:10 152 0 0

4남1녀

C 태희 여

A 지훈

B 최대리, 지훈부, 직원2

D 한부장, 직원5, 네티즌2, 태희삼촌, 직원1, 직원3

H 태희부, 직원4, 경비, 네티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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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1녀

C 태희 여

A 지훈

D 한부장, 직원5, 네티즌2, 태희삼촌, 직원1, 직원3

X 태희부, 직원4, 경비, 네티즌1,최대리, 지훈부, 직원2

 

 

 

어느 곳에나 있는 남자

  

극 본: 권 나 연

  

[ 제 목 ] 어느 곳에나 있는 남자

[ 형 식 ] 50분 라디오 단막극

 

 

[ 작 의 ]

누군가의 폭언에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타인의 귀에 꽂히는 칼, 우리는 그것에 너무 무심하거나 때로는 관대하다.

특히나 힘 있는 자의 입에서 뽑아진 칼이라면 더더욱.

그런 말쯤은 듣고 잊어버려! 싸워봤자 승산 없는 게임이야! 한 번만 더 참아!

그러는 사이,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쌓여가고 마음에 든 멍은 짙어진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단 한 명의 성희롱 피해자, ‘자신’이라도 구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양지훈(남, 26세): 출판사 계약직사원. 정규직이 되고자 하는 일념으로 야근도 신나게 하는 성실한 청춘이다.

새로 부임해온 팀장, 박태희의 성희롱 때문에 스물여섯 인생 가장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선다.

억울함을 참고 정규직을 얻느냐, 불의에 맞서 안정적인 삶의 기회를 포기하느냐.

 

박태희(여, 35세): 출판사 기획3팀 팀장. 출판사를 경영하는 아버지 덕분에 실력도 없이 팀장 자리에 앉은 철없는 금수저.

따분한 직장생활을 견디고자 툭툭 던지기 시작한 성희롱,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면서 골치 아프다.


최대리(남, 34세): 박태희에게 성희롱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

지훈과 함께 맞서 싸우고 싶지만, 변하지 않을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침묵한다.

 

지훈부(54세): 죽은 남편이 진 빚을 갚고 있다. 힘들게 사는 지훈이 가엾다.

 

태희부(60세): 출판사 사장. 욱하는 성격.

 

태희삼촌(50대): 허영심은 많고 철은 없다. 그저 세상 편하게 살고 싶다.

 

그 외: 한 부장(남, 40대 후반), 희경(남, 20대 후반), 직원들, 택시기사...

 

 

M 시그널 & 타이틀

 

D 한부장 : (곤란해서 헛기침하는) 흠흠. 아, 이것 참...

 

A 지훈 : (조심스럽게) 잘... 안된 건가요?

 

D 한부장 : 그게 회사 사정도 그렇고, 요즘 출판업계 경기가 바닥아냐.

 

A 지훈 : (긴장한) 네에...

 

D 한부장 : 그러다 보니까 이번에 예정됐던 정규직 전환을 좀 미루자는 얘기가 위에서 나왔나봐.

 

A 지훈 : (낮게 한숨) 네에...

 

D 한부장 : (괜히 열 내는) 에이, 회사가 말이야, 사람 귀한걸 알아야 되는데!  아, 어떻게 만만한 게 인건비야!

               (다시 차분하게) 그래도 다음 기회라는 게 있으니까 너무 실망하진 말고. 알았지?

 

A 지훈 : 네에, 그래야죠...

 

D 한부장 : 그래, 정규직 티오만 나면 나도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볼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린다고 생각하자고! (E,웃으며 지훈의 어깨 두드리는)

 

(E) 회의실 밖으로 나오는 지훈.  저만치서 쪼르르 최대리가 다가왔다.

 

BX 최대리 : 어떻게 됐어? 부장님이 뭐라셔?


A 지훈 : (E,자리로 걸어가며, 너무 어둡지 않게)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BX 최대리 : (E,따라가며) 밥 얻어 먹을려구 기다렸지이!   그니까 뜸들이지 말구 얼른 말해봐.

 

A 지훈 : (E, 의자에 앉으면 바퀴소리 들리고) 잘 안됐어요.

 

BX 최대리 : 어?

 

A 지훈 : 경기가 안 좋아서 전부 없던 걸로 됐나 봐요. 정규직...

 

BX 최대리 : 진짜야?! 괜히 나 놀래키려고 장난치는 거 아니고?

  

A 지훈 : 죄송하네요. 최 대리님이 신경 많이 써주셨는데...

  

BX 최대리 : 에이, 이놈의 회사! 대체 몇 번째야.   낚시질에도 예의가 있지 말이야. 진짜 너무 하잖아!

                 그 핑계로 별의 별 잡일까지 다 시킬 땐 언제고.

  

A 지훈 : (낮게 웃는)

  

BX 최대리 : 억지로 웃지 말고 짐이나 얼른 챙겨. 술은 내가 살 테니까.

  

A 지훈 : 다음에 사주세요.

  

BX 최대리 : 왜, 약속 있어?

  

A 지훈 : 그건 아닌데... 교정볼 게 남아서요.

  

BX 최대리 : 교정? 뭐 이쁜 회사라고, 지금 이 상황에 야근까지 하겠단 소리야?

  

A 지훈 : 방금 알게 된 게 있거든요.

  

BX 최대리 : 방금? 뭘 알았는데?

  

A 지훈 : 물고기 말예요.  아이큐가 낮아서 살려줘도 또 잡히고, 또 잡히고 그러는 게 아닌 거 같아요.

  

BX 최대리 : 에엥. 그럼?

  

A 지훈 : (가볍게) 너-무, 배가 고파서요. (웃음)

  

 

M 브릿지

 

 

(E) 태희가 아버지를 피해 거실에서 이리저리 도망 다니고 있다.

 

HX 태희부 : (화나서) “너 이리 안와?!” 

 

D 태희삼촌 : (지긋지긋해서 역정 내는) 거 좀 앉아서 얘기해요. 앉아서!

  

C 태희 : (E, 계속 도망가며) 그래요, 아버지. 말로 하자구요, 말로.

  

HX 태희부 : (쫓으며) 말로 해서 알아듣는 년이, 하루 술값에 천만 원을 긁어?!

  

C 태희 : 사정이 있었다니까요!

  

HX 태희부 : 사정은 무슨 미친놈에 사정!

  

C 태희 : (멈추며, 버럭) 아! 지지 말라면서요?!

  

HX 태희부 : (덩달아 멈추는) 뭐어?

  

C 태희 : 아버지가 항상 그랬잖아요. 밖에 나가서 누구한테도 지지 말라고!!

  

HX 태희부 : 그래서?

 

C 태희 : 내 친구 경미라고 아시죠?

  

HX 태희부 : 누구?

 

D 태희삼촌 : 아 왜 있잖아요. 병원집 조카. 아으... 그 집 사모, 되게 밥맛이야.

  

HX 태희부 : 됐고! 그래서?

  

C 태희 : 그 년이 지난주에 딱, 구백 오십 긁었거든요.

  

D 태희삼촌 : 우와, 잘했네. 우리 조카가 이겼네! (웃는) 하하하하하하

 

HX 태희부 :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D 태희삼촌 : (놀라서) 아으, 형! 안 돼 그 도자기!

  

(E) 태희 아버지가 도자기를 바닥에 냅다 집어던졌다.

 

HX 태희부 : 뭐어? 우리 조카가 이겼네에? 이것들이 아주... 언제 철들래? 언제 철들어!

  

D 태희삼촌 : 그 집이 그렇게 있는 척을 하니까 그러잖아요. 아주 재수 없다니까!

  

C 태희 : 내말이!

  

HX 태희부 : 조용 못해?! 어째 그놈의 승부욕은 돈 쓰는 데만 생기냐?!

                 태희가 너도 이제 서른다섯이야, 서른다섯!   그년보다 더 많이 벌어보자! 뭐, 그런 맘은 안 드냐?

 

C 태희, D 태희삼촌 : .......? 푸...풋 꺄하하하하핫/푸하하하하하

  

HX 태희부 : 뭐, 뭐야, 왜 웃어?

 

C 태희 : (웃음 겨우 누르며) 경미도 놀잖아요. (아하...아하핡)

 

HX 태희부 : (웃음소리 위로)끼리끼리 아주... 참, 재밌기도 하겠다. 재밌기도 하겠어!!  너희들, 카드 전부 압수야!

 

C 태희 :,D 태희삼촌 : (동시에) 아버지! / 형!

 

C 태희 : 그럼 저더러 어떻게 살라구요?

  

HX 태희부 : 벌어서 쓰면 될 거 아냐?!

  

C 태희 : 제가 무슨 재주로 돈을 벌어요?!

  

D 태희삼촌 : 그건 태희 말이 맞다,

  

HX 태희부 : 유학까지 갔다 온 년이 할 소리냐, 그게?

  

C 태희 : 제가 원해서 간 것도 아니었잖아요!

  

HX 태희부 : 그럼 너는, 내가 원해서 한국서 사고치고 다녔어?  긴말 필요 없이 담주부터 출판사로 출근해.

 

C 태희 : 출판사면... (신난) 벌써 물려주시게요?

 

D 태희삼촌 : 그런 거야, 형?

  

HX 태희부 : 회사 문 닫을 일 있어?  팀장 자리 하나 만들어 줄 테니까, 와서 다들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보란 말야.

  

C 태희 : (낮게) 아, 모양 빠지게 꼴랑 팀장이 뭐야 진짜...

  

HX 태희부 : 시끄러! 난 너 때문에 더 빠질 모양도 없다 이년아.  이젠 제-발 좀 상식적으로 좀 살자, 상식적으로!

 

  

M 브릿지


D 직원 : “아, 바빠 죽겠는데 진짜...”  

HX 직원 : “뜬금없이 웬 인사 이동이야...”


(E) 사무실에서 몇 명의 직원들이 불만스럽게 투덜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 뭔가 있는지 분주히 다니고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울렸다.

 

A 지훈 : 이게 무슨 일이래요? 갑자기 새 팀을 만든다니...

 

BX 최대리 : 그러게 말야. 게다가 팀장은 외부인사다? 느낌이 안 좋아.

 

A 지훈 : 무슨 느낌요?

  

BX 최대리 : 딱, 낙하산 삘이잖아!

  

A 지훈 : 에이, 설마요.

  

D 한부장 : (멀리서) 최 대리랑 지훈 씨, 잠깐 회의실로 와요.

  

A 지훈 :,BX 최대리 : (동시에) 네.

  

 

(E) 조용한 회의실. 한부장과 태희, 지훈, 최대리가 문 열고 들어왔다.

 

D 한부장 : 다들 앉지. 


A 지훈 ; BX 최대리 : 네..

 

D 한부장 : 자, 이쪽은 앞으로 기획 3팀을 이끌어갈 박태희 팀장입니다.

               그리고 여긴 팀원으로 결정된 최희진 대리, 저쪽은 양지훈 사원이에요.

  

A 지훈 :,BX 최대리 : (동시에) 안녕하세요.

  

C 태희 : (대충) 뭐, 반갑습니다.  (못마땅해서) 에휴. 무슨 동네서점도 아니고...

  

D 한부장 : (민망해서 헛기침) 으흠. 두 사람은 박 팀장 지시에 잘 따라주고...

  

A 지훈 :,BX 최대리 : 네.

  

D 한부장 : 여기 박 팀장이 실무경험은 많지 않지만... 그... 영국 옥스브리지 대학에서 출판미디어를...(하는데)

  

C 태희 : (불쑥 뭔가 깨달은 듯) 아, 이거구나...

  

D 한부장 : 무슨...?

  

C 태희 : 임금피크제 말예요.  난 그게 뭔 소린가 했더니... 부장님처럼 할 일없는 사람 월급 깎잔 거 맞죠?

  

D 한부장 : (점잖게) 이봐요, 박 팀장.

  

C 태희 : (깐죽대는) 제 소갠 제가 할 테니까 나가서 일 하셔도 된다구요.

  

D 한부장 : 나, 참. 


(E) 한부장은 일어나서,회의실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C 태희 : (낄낄 웃다가) 뭐, 들은 대로 실무경험은 없는데... 두 사람도 그다지 유능한 직원은 아닌가 봐요?

            아님,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건가?

  

BX 최대리 : 무슨 말씀이신지...

  

C 태희 : 아니, 요즘 출판업계가 불황인건 나도 아는 얘긴데...

 

(E) 태희는 의자를 뒤로 빼고 지훈의 다리를 슬쩍 봤다.

 

C 태희 : (다리를 슬쩍 보는) 우~!

 

A 지훈 : 지, 지금 어딜 보시는 거예요?!

  

C 태희 : (아무렇지 않게) 바지가 너무 타이트해 꼬툭튀야!

  

 

M 브릿지

 

 

(E) 회사 옥상.  지훈이 한숨 쉬는데 최대리가 곁으로 걸어왔다.

  

BX 최대리 : 지훈씨 괜찮아? (건네며) 여기, 커피.

  

A 지훈 : (E, 종이컵 받는. 낮게) 감사합니다.

  

BX 최대리 : (부러 크게) 허, 미친년. 불황엔 상사 구두도 핥는 다고?

     

A 지훈 : 근데 이거 성희롱 아닌가요?

  

BX 최대리 : 에이, 그냥 또라이지 뭐. 멀쩡한 우리가 참자고.

  

A 지훈 : 위에다 한번 말해보면...

  

BX 최대리 : 부장님도 찍소리 못하시는거 봤잖아. 어쩌겠어, 사장딸이라는데.

  

A 지훈 : 그래두요.

  

BX 최대리 : 지훈씨 정규직 포기 할 거야? 더러워서 참는단 말이 왜 나왔겠어. 에이, 미친년! 욕 한 번 하고 털어버려, 응?

  

A 지훈 : (한숨 후우- 크게 내뱉는)

 

 

(E)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그 위로, 지훈의 어머니가 코를 골고 있다.

    이때, 현관문이 열리며 지훈이 들어온다.

 

A 지훈 : 다녀왔... (하다가 피식 웃는, 혼잣말로) 이그, 기다리지 말라니까...


(E) 지훈은 리모콘으로 TV를 껐다... “띠리릭”하며 전원 꺼지는 소리가 들리자 반사적으로 잠에서 깬 지훈 어머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앉는다.

  

C 지훈모 : (잠이 그렁그렁한 목소리로) 지훈이 왔어?

 

A 지훈 : 방에서 편히 주무시지 매번 뭐 하러 기다려? 늦는다니까.

 

C 지훈모 : 기다리긴 누가. (하품) 연속극 보고 들어간다는 게 깜빡 잠들었네.

 

A 지훈 : (E,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맨날 보다 자면서, 그래도 재밌어?

  

C 지훈모 : 말도 마라. 눈 땡그란 지지배가 어뜨케나 얄미운 짓을 하는지...  그런 건 천벌을 받아야 되는데!

  

A 지훈 : (피식) 그런 걸 왜 봐? 혈압만 올라가지.

  

C 지훈모 : 무슨 소리야. 천벌 받는 것까진 봐야지, 어디 울화가 치밀어서 살겠니?!

                그나저나 회사엔 괜히 못살게 굴고 그런 사람 없어?

  

A 지훈 : 또, 또! 울 엄마 또 드라마에 현실대입 하신다.

  

C 지훈모 : 현실이 더 막장이라니깐 하는 소리 아냐.

 

A 지훈 : (피식) 괜한 걱정마시구요, 이 사장님.  이거나 받으세요. 


(E), 지훈은 주머니에서 돈 봉투 꺼내 어머니께 건냈다 

 

C 지훈모 : 뭐야...?

 

A 지훈 : 월급날이었잖아. 엄마빚 갚는데 보태라구.

 

C 지훈모 : (망설이는) 매번 미안해서 어째...  너도 학자금대출 빠져나가고 나면 용돈쓰기도 빠듯할 텐데...

 

A 지훈 : 에이, 또 미안한 표정. 가끔은 그냥 모른 척하구 받으시죠.  엄마도 참... 뭐 하러 사서 맘고생을 해?

 

  

M 브릿지

 

(E) 사무실

 

C 태희 : (무료해서 푸우우... 입술을 털고, 혼잣말로)

           어우, 심심해. 여기가 지옥이네, 여기가 지옥이야.. 어우, 죽겠다!!

  

(E)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태희,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는데...

  

A 지훈 : (다급하게) 팀장님 어디가세요?

  

C 태희 : (멈추고) 왜, 무슨 용건 있어요?

  

A 지훈 : ‘책 친구 찾기’ 행사 관련해서 여쭤볼게 있는데요.

  

C 태희 : 책 친구? 그건 또 뭐야? 아무튼 뭐, 회의실로 와요. (E, 가는)

  

A 지훈 : 네에! (하며 E, 자료를 챙겨서 뒤쫓아 간다)

  

 

(E) 조용한 회의실 안.

 

 

A 지훈 : 그러니까 비슷한 취향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서로 다 읽은 책도 교환하는 그런 행산 데요. 규모를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지...

  

C 태희 : 난 처음 듣는 얘긴데. 이런 일도 우리가 해야 되나?

 

A 지훈 : 아... 원래는 홍보팀에서 진행하던 거긴 한데, 그쪽이 요즘 인력부족이라서요.

           지금 우리 팀이 딱히 진행하는 일도 없어서...

 

C 태희 : 그러니까 그쪽에서 양지훈 씨한테 일을 떠넘겼단 겁니까?

 

A 지훈 : 아뇨, 그게 아니라... 한부장님께서 업무협조 좀 하라고 하셔서요.

 

C 태희 : (어이없는) 허어! 진짜 짜증나는 양반이네!   왜 내 허락도 없이 남에 일을 하라 마라야.

  

A 지훈 : 팀장님께서 자리를 계속 비우셔서요...

  

C 태희 : 어쨌든! 이게 다 양지훈씨랑 최대리때문 아닙니까?!!

  

A 지훈 : 네에? 그게 무슨....

  

C 태희 : 두 사람이 쌈빡한 기획안을 안 내니까,  내가 모양 빠지게 남에 밑 닦는 일이나 하게 되는 거잖아요.

            책 친군지 뭔지는 못하겠다고 할 테니까 그 시간에 기획안이나 뽑아 와요.

  

A 지훈 : (놀란) 제가... 기획안을요?

  

C 태희 : 그럼 내가 하겠어요?!

  

A 지훈 : (좋아서) 아뇨,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C 태희 : 뭐... 열심히든 뭐든 만들어만 와요. 내가 팍팍 밀어 붙일 테니까.

           (혼잣말로) 나 참. 내가 누군데 남의 일이나 도우라는 거야?!

  

A 지훈 :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E, 일어나면 의자바퀴소리 나는)

  

C 태희 : 근데 양지훈씬 왜 그렇게 재미없게 살아?

  

A 지훈 : (멈추며) 네에?

  

C 태희 : 회사랑 집만 왔다 갔다 하죠? 얼굴에 딱 써있어! (피식) 정력이 부족하다고.

  

A 지훈 : (황당한) 네에?!!

  

C 태희 : 아니, 외로우면 내 친구들이라도 소개시켜주겠단 얘기지.

            뭐, 이래저래 에너지가 충전돼야 일에도 능률이 오르는 게 아니겠어? 언제든 말만 해. (피식)

            친구년들 중에 테크닉 끝내주는 애들 많으니까.

  

A 지훈 : 저기요!!

  

C 태희 : (말 자르는) 아, 아 실수! 테크닉이 아니라 매너.  꼭 이렇게 쉬운 단어가 헷갈린다니까. (장난치듯) 미안.

  

A 지훈 :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나가보겠습니다! (E, 일어나 나가는)

  

C 태희 : (재밌어서 낄낄 웃으며) 아우, 저 빡친 표정... (낄낄)

 

 

(E) 지훈은 회의실 문을 꽝 닫고 나가버렸다.



(E) 휴게실, 자판기에서 음료 캔 떨어지고,

 

BX 최대리 : (캔 주우며) 또 박팀장 때문이지?

 

A 지훈 : 진짜 왜 계속 그러는지... 짜증나 미치겠어요.

 

BX 최대리 : 내말이. 아주 입에다 수갑을 채워버려야 된다니까. 에휴, 어쩌겠어.

                 그래도 그 인간 덕분에 지훈씨가 기획안 쓸 기회도 생겼잖아.

                 자, 마셔 (E, 캔을 따서 준다)

  

A 지훈 : (E, 캔 받고) 고맙습니다.

  

BX 최대리 : 잘만 되면 자기 이름 달고 프로젝트 진행하는 건데... 계약직한테 이런 기회 흔치않다?

                솔직히 다른 팀장 같았어봐. 본인들 성과 쌓을려구 아이디어만 빼갔지.

  

A 지훈 : 그렇긴 하죠.

  

BX 최대리 : 아무튼 지훈씨도 몇 달만 꾹 참어.  이번 기회에 그 개망나니 등에 엎고 정규직 따내보자, 그거야!

  

A 지훈 : (혼잣말로 낮게 다짐하는) 정규직...

 

  

 

M 브릿지

 

 

(E) 조용한 회의실 안에서. 태희는 서류를 넘겨보고 있다.

 

 

C 태희 :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백과사전?

  

A 지훈 : 네! 시중에 공부법이나 시간관리 방법을 다룬 자기계발서는 넘쳐나는데...

            정작 어떤 직업을 가지려면 뭘 준비해야 되는지에 대한 책은 많지 않잖아요.

            있다고 해도 직업별로 분산돼 있는 실정이구요.

  

BX 최대리 : 그래서 그런 정보들을 한데 모으자?

  

A 지훈 : 그렇죠!

  

C 태희 : (E,책상에 서류 툭 던진) 글쎄 뭐... 이런 재미도 없는 책이 팔릴까?

  

A 지훈 : (주눅) ..그런가요?

  

BX 최대리 : (얼른) 왜요. 난 아이디어 좋은 거 같은데요?  특히, 이거... ‘우리가 몰랐던 꿀직업’ 파트.

                 (E, 서류 넘기고) 음... 항로표지관리원?

  

A 지훈 : 네, 흔히들 등대지기라고 하잖아요.  요즘 등대는 무인으로 관리되는 줄 알았는데, 전부 그런 건 아니더라구요.

  

C 태희 : 그럼 등대로 출퇴근하는 거야? 대박 지루하겠는데?

  

A 지훈 : 혼자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에는 딱 이잖아요.

  

BX 최대리 : 그렇지! (E, 서류 넘기고) 아, 항로표지기능사 자격증을 따야 되는 구나...

  

A 지훈 : 요즘 청소년들이 꿈이 없다, 꿈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직업 이 있는 줄 몰라서 그런 측면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BX 최대리 : 그렇지. 찾아보면 생소한 직업은 많으니까, 

                나중에 이 파트만 분리해서 단행본으로 내도 되고, 진짜 괜찮겠는데? 어떠세요, 팀장님?

  

C 태희 : 두 사람이 괜찮으면 뭐... 진행시켜 봐요.

  

A 지훈 : (좋아서) 감사합니다!!

  

BX 최대리 : 다음 주까지 지훈씨랑 세부기획안 정리해서 올릴게요. (E, 서류 정리하는)

  

C 태희 : 근데... 최대리는 나이가 어떻게 되더라?

  

BX 최대리 : (정리하던 것 멈추고) 서른넷인데, 왜 그러세요?

  

C 태희 : (E, 책상 탁 치며) 역시! 남자 나이 20대 중반 넘어가면 머리숱, 진짜 그건 무시할 수가 없다니까.

  

BX 최대리 : (까칠하게) 네에?!

  

C 태희 : 너무... 벗겨졌잖아.

  

BX 최대리 : (E, 반사적으로 서류 들어 이마를 가리는) 지금 어딜 보시는 거예요?!

  

C 태희 : (히죽) 아니,  안타까워 그러지. 혹시 가발이야?

  

A 지훈 :,BX 최대리 : (동시에, 기막혀서) 허어!

  

C 태희 : 지훈씨 봐, 어리니까 풍성하잖아.

  

A 지훈 : (버럭) 팀장님!!!

  

C 태희 : 아이, 깜짝이야. 이봐요, 양지훈씨! 놀랐잖아!!

  

A 지훈 :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시네요. 당장 사과하세요!

  

C 태희 : (어이없다는 듯 웃고) 사과? 나 참.  하여간 한국남자들 두상이 이상해. 외국인은 빡빡밀어도 잘생겼는데 말야.

  

A 지훈 : (단호한) 전 불쾌하거든요. 그러니까 사과하시라구요!

  

C 태희 : 같은 팀끼리 장단점도 짚어주면서 발전하자는 의미로 한 얘길 가지고 지훈씬 왜 흥분을 하고 난리야? 

            흥분은 그거 할 때만 해, 그거!

 

A 지훈 : 그, 그거라뇨?

 

C 태희 : 다 알면서 모르는 척은.  지훈씨 나이가 스물여섯이랬지? 한창 그거 좋아할 나이네!

            난 요즘 눈 뜨자마자 생각나든데.

  

BX 최대리 : (버럭) 이보세요, 박 팀장님!!

  

C 태희 : (능글) 아, 일 말이야 일. (낄낄 웃는) 학생은 공부할 때, 직장인은 일할 때가 제일 흥분되고 신나는 거 아냐?

            (낄낄) 대체 무슨 이상 한 상상을 했길래 얼굴이 빨개져서 소릴질러? (낄낄)

  

A 지훈 : 전부터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앞으로 업무와 무관한 얘긴 삼가주세요!!

 

C 태희 : 나 참. 꼭 그렇게 딱딱하게 일 얘기만 해야겠어? 다들 동생 같아서 조언 몇 마디 한 거 가지고.

  

A 지훈 : 저는 팀장님 동생도 아니구요, 그런 조언 부탁드린 적도 없습니다!

  

C 태희 : 지훈씬 나이도 어린 사람이 성격 정말 이상하다. 단단히 꼬였어. 왜, 여친이 영 시원찮아?

  

A 지훈 : 이것 보세요!!

  

BX 최대리 : 됐어, 지훈씨, 그만 나가자.

  

(E) 최대리는 지훈을 끌고 회의실을 나가려한다. 하지만 그 두사람 뒤에서 웃는 태희,

  

C 태희 : 외로우면 얘기하라니까. 매너 좋은 친구들 많다고! (낄낄 웃는)

 

 

 

M 브릿지

 

 

(E) 옥상. 한부장이 커피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내려놓는다.

 

D 한부장 : (조심스럽게) 내 생각엔... 두 사람이 좀 예민한 면이 있지 않나...

 

A 지훈 :,BX 최대리 : (동시에) 부장님!

 

D 한부장 : 박 팀장이 외국생활 오래 해서 한국문화에 익숙지 않고...

               표현이 좀 서투를 순 있으니까 서로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거지.

 

A 지훈 : 좋은 게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좋게, 좋게 넘어가요?

 

D 한부장 : (싸늘하게) 그래서 지훈 씨가 원하는 건 뭐야?

 

A 지훈 : 박태희 팀장님 공개사과문이랑 공식적인 징계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D 한부장 : (헛웃음) 사과문? 나 참. 일을 잘해서 똑똑한 사람인줄 알았더니...

              이봐, 지훈 씨. 그 사과 받아서 양지훈 씨가 얻는 게 뭐야?

  

A 지훈 : 네에?

  

D 한부장 : 막말로 사장딸이랑 트러블 만들면 회사에서 누굴 내치겠냔 말야.

  

A 지훈 : (억울한) 트러블은 제가 만든 게 아니...

  

D 한부장 : (자르고) 조금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일을 여러 사람 입장 난처하게 만들고 말이야..

  

A 지훈 : 전 누구 입장 난처하게 만들잔 게 아니라요...

  

D 한부장 : (말 자르는) 알았어. 다 알아들었으니까 그만해.

  

A 지훈 : (답답하고 억울한) 부장님!

  

D 한부장 : (윽박지르는) 아, 됐다니까!

  

A 지훈 : (억울해서 한숨만..)

  

D 한부장 : 그나저나 최대리도 지훈 씨랑 같은 입장이야?

  

BX 최대리 : 저도 참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정도가 점점 심해지니까...

  

D 한부장 : (OL) 최대리 동기들 전부 과장 달았지 아마?

  

BX 최대리 : 네에?

  

D 한부장 : 최대린 대리가 체질에 딱인 모양이고?

  

BX 최대리 : 무슨 말씀이세요?

  

D 한부장 : 인사이동 앞두고 이런 골치 아픈 문제를 들고 나오면 회사에서 최 대릴 좋게 볼 수 있겠냔 말이야.

  

BX 최대리 : (할 말 잃은) 아...

  

D 한부장 : 빈대는 잡히지도 않을 게 빤-히 보이는데, 초가삼간만 태우겠다고 덤벼드니 참...

               다들 어려서 좋겠다. 살아 봐. 이까짓 게 뭐 그리 못 참을 일인가!

               무작정 지르기 전에 현실부터 보잔 말이야, 현실!

 

 

 

M 맥주집 음악

 

(E) 호프집. 최대리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었다,

 

A 지훈 : 대리님 설마 부장님 말씀대로 하실 생각이세요?

 

BX 최대리 : (E, 잔을 소리 나게 탁 내리며) 캬아.

 

A 지훈 : 계속 참으실 거냐구요?!

 

BX 최대리 : 무슨 맥주가 이렇게 쓰냐. 지훈씨꺼도 그래?

 

A 지훈 : 최대리님!!

 

BX 최대리 : 부장님이 딱히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현실을 봐야지.

 

A 지훈 : 그렇죠. 근데요, 우리가 피해당한 것도 현실이에요.

 

BX 최대리 : (갑자기 깔깔깔 웃는)

 

A 지훈 : (어리둥절한) 왜, 왜 웃으세요?

 

BX 최대리 : (계속 웃는)

 

A 지훈 : 최대리니임!

 

BX 최대리 : (멈추고) 쪽팔려서.

 

A 지훈 : 네에?

 

BX 최대리 : 지훈 씨가 박팀장한테 막 눈 부라리면서 들이댈 때,

                나 한마디도 못했잖아. 사실 그때 좀 쪽팔렸거든. 근데 어뜩해.

                맨날 때려치우고 싶어도 이러다 짤리면 다음 달 카드 값은 어쩌나... 겁부터 나는데.

  

A 지훈 : (한숨)

  

BX 최대리 : 그래서 나는 지훈씨, 그냥 참을래. 쪽팔린 게 힘든 거보단 낫잖아?

  

A 지훈 : 그렇지만..

  

BX 최대리 : (말 자르는) 알지, 억울한 거. 그렇다고 들이받으면? 그러다 짤리면?

                지훈씨 기획안 물거품 만들어도 괜찮아?

  

A 지훈 : ......하....

  

BX 최대리 : 생각 잘해. 돈 없어 억울한 건 어디다 하소연도 못한다?!

  

A 지훈 : ...그럼, 무서운 건요?

  

BX 최대리 : 무서워? 박팀장이?

  

A 지훈 : 아뇨. 전부 다 맞는 말 같아서, 그래서 무섭네요,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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