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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데스 스트랜딩 ★★★★

Broadcaster 어스키
2020-08-08 12:54:10 606 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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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게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세계관을 이해해야 한다. 데스 스트랜딩의 세계에서는 영혼과 육체가 존재한다. 모든 인간은 영혼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 영혼이 머무는 곳을 해변이라 부른다. 해변은 모든 사람들이 지고 있다. 죽음에 이르게 되면 해변이 개방되어 상위 개체의 저승격 해변으로 이동하게 된다. 상위 개체의 해변은 반물질 세계다. 물질과는 반대되는 세계이며 물질과 만나 닿게 되었을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게임의 초반에 설명 된 보이드 아웃이란 개념이 바로 이것이다. 물질계에 있던 영혼이 반물질계에 강제로 끌려가게 되면서 좌초되어 만나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보이드 아웃을 피하기 위해서는 시체를 소각해야 되는데, 영혼이 빠져나가서 물질계에서 반물질계로 이동하는 동안 불에 태워 완벽하게 제거해야만 한다. 영혼이 육신을 떠나 해변으로 향할때 카이랄리움이란 광물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 카이랄리움에 이끌려 괴물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소각하지 않고 지정된 곳에서만 소각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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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 아웃이 일어난 크레이터



사람의 해변은 각각 고유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폐허가 가득한, 끝없는 해변만이 펼쳐져 있지만 프레자일이나 샘 같이 특별한 힘을 낼 수 있는 해변을 가진 사람도 존재한다. 반면, 데드맨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사람의 경우에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해변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오프닝에서 내리는 비는 해변과 맞닿아서 직접적으로 내리는, 해변 내에서 흐르는 물이라고 보면 된다. 타임폴에 맞은 부위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게 된다. 타임폴은 떨어질때 한번 그 기능을 하고 이 후부터는 일반적인 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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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폴에 맞아 순식간에 늙어버린 이고르의 동료



게임의 제목인 데스 스트랜딩은 물질계에 속해있는 해변이 반물질계의 해변과 거대하게 만나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물이 한명 정도 죽거나 개인이 죽었을 경우에는 개인의 해변, 하나의 해변이 반물질계에 닿게 되어 실질적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핵전쟁과도 같은 많은 사람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될 경우에는 반물질계와 거대한 접합점이 발생해 일종의 멸종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데스 스트랜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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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A 로고

맨해튼과 네브레스카가  데스 스트랜딩으로 인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검은색의 반투명 괴물은 BT 라고 하는데, 미처 해변으로 떠나지 못해 이승에 남은 영혼들이라고 보면 된다. 영혼들이 떠나지 못하고 좌초되어 물질 세계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들은 물질 세계와의 연결도, 반물질 세계와의 연결점도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다른 사람들을 잡으려고 한다. 함께 빠지자는 물귀신과도 같다고나 할까. 살아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냥 괴물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들을 쓰러뜨릴 경우에는 다시 반물질의 세계로 돌아가며 물질 세계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지면서 물질 세계에 남게 해주는 소재인 카이랄리움을 놓고 간다. 카이랄리움이 있어야만 물질 세계에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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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을 방해하는 BT



카이랄리움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자원들보다 더 상위 개념의 소재이다. 거대한 네트워크를 만들수도 있고 즉석해서 물건을 뚝딱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도깨비 방망이 같은 수준이랄까. 부가적인 소재만 주어진다면 만들고 싶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마법과 같은 물질이라고 봐도 된다. 게임의 주 내용이 은 카이랄리움을 이용한 거대 네트워크망을 만들어 미국을 하나로 다시 재결합, 연결시켜 물건들을 서로 제작, 공유 할 수있는 편의를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카이랄리움은 반물질 세계, 해변과 연결 시켜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거대 카이랄리움 네트워크를 만들게 된다면 그만큼 반물질 세계와도 크게 맞닿아 있어 큰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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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들이 지니고 있는 카이랄리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주는 물질이라 생각해면 쉽다



게임의 후반부에는 멸종체라는 것이 등장하게 되는데, 모든 해변을 관장하고 다른 사람의 하위 해변에 직접적인 간섭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어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존재다. 멸종체들이 등장할때마다 생물들은 해변과 직접 닿을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보이드 아웃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거대한 보이드 아웃, 데스 스트랜딩과과 함께 대멸종기가 찾아왔다. 다섯번의 대멸종 이 후, 포유류는 해변과의 직접적인 연결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는데 이때 남은 부산물들이 탯줄이다. 공룡들도 뱃속에 탯줄을 만들어 생존의 방향을 도모했지만 멸종체의 운명을 피해갈 순 없었다. 멸종체는 큰 데스 스트랜딩을 일으켜 빅뱅급의 폭발을 만들어 우주를 소멸 시키고 싶어한다. 그것이 바로 멸종체의 진정한 목적인 라스트 스트랜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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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의 원흉인 멸종체 아멜리

그녀의 육신은 지상의 브리짓으로, 영혼은 해변의 아멜리로 존재한다



결론부터 놓고 보자면 이 게임은 사랑 게임이다. 의문이 들 것이다. 어째서 사랑게임인가? 게임의 대주제는 사랑과 연결이다. 폭발과 이승, 빅뱅과도 같은 거대한 개념을 끌어들이는데 사랑과 연결이라니. 허나, 게임에서 취하고 있는 스탠스는 '모두 무찔러서 하나가 되자!' 같은 단순한 개념을 훨씬 상회한다. 대부분의 거대 설정의 작품들은 작가 본인이 커다란 스케일을 만든다는 것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많다. 데스 스트랜딩은 그런 단순한 설명을 피하기 위해 이런 거대한 설정을 취했다. 처음부터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다.


사랑을 설파하는 작품은 수도 없이 많다. 오히려 사랑을 설파하지 않는 작품들을 찾아보는게 더 힘들 정도다. 이는 다른 문화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며 컨트롤 할 수 없는, 거대한 아름다운 힘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보자마자 키스를 나누었고 과학적 고증으로 유명한 인터스텔라도 사랑으로 끝맺음을 짓지 않던가. 우리의 상상을 벗어난, 하나로 묶어주는 기본적인 유대가 바로 사랑이란 얘기다.


헌데, 생각해 보라.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낸다면 동시에 다른 사랑 작품들과도 경쟁해야 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특별함이 사라질수도 있고 묻혀버릴 수도 있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랑 노래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한 해에 지나가는 사랑 노래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 그만큼 사랑을 주제로 표현하는 문화 매체는 많다. 차별점을 두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코지마는 사랑과 연결을 다른 방식으로 설파하기 위해 거대한 설정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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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인터스텔라

사랑 이야기를 설파하기 위해 과학적 진실을 가져온 작품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데스 스트랜딩에서 말하는 사랑은 에로스적인, 성적인 관념에서 접근한 사랑의 개념을 뛰어넘은 점이란 것이다. 플라토닉 러브에 가깝긴 하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해 있는 사람들에게 물품을 전달해 줌으로서 순수한 사랑을 전달하니까. 헌데 코지마는 단일 대상에 사랑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온 인류 전체에 이러한 사랑을 설파한다. 코지마의 이런 생각은 게임에 있는 E 메일이나 기록 매체들을 통해서 살짝 비추어 진다. 대표적인 예로 무성애자와 우주와 교감하는 성별들은 왜 생기는 것인가? 란 기록 매체에서 잘 나타나는데, '그들이 정서적으로 상처를 받아 누군가와 직접적인 교감을 하기가 두렵기 때문이 아닌가' 란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기록 매체는 마무리 된다. 누군가가 접근해 사랑을 전달해 줘야 된다는 얘기다.


즉, 게임에서 나타나는 사랑은 에로스적인 교류나 플라토닉 러브와도 또 다른, 온 인류 전체가 하나로 엮여야 하는 인류애에 가장 흡사하다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아가페에 가깝다고 말할수 있겠다. 사후세계와 영혼 같은 것들도 나오니 종교적인 색체도 강하지 않던가. 이 게임과 가장 비슷하게 사랑을 설파한 작품을 찾아본다면 존 레논의 imagine이 가장 흡사한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데스 스트랜딩의 3분 요약판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인류를 갈라 놓는 수많은 것들이 사라지게 된다면 진정으로 인류는 자신을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노래야 말로 데스 스트랜딩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개념과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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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의 이매진

가장 데스 스트랜딩과 비슷한 방식의 사랑 설파를 하는 노래이다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과 연결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미 정부의 대통령, 브리짓 스트랜드는 죽지 않는 영원한 귀환자인 샘 포터 브리지스에게 부탁해 미국을 카이랄 네트워크로 묶어 거대한 힘을 이용해 세상의 문제들을 극복해 내기 위해 나아가자고 말한다. 이 때문에 샘이 택배를 전달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카이랄 네트워크라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것 같다. 기술적으로 도시를 하나로 연결시켜 편하게 공존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택배를 받는 사람들은 고립되어 있다. 물품 지원이 끊겼고 타임폴이 시시때때로 내리며 시체도 소각하기 힘들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 와중에 택배 물품을 받으면 마침내 안도의 숨을 쉴수 있게 된다. 택배 물품을 전달하고 난 뒤엔 사랑의 여신의 이름을 본딴 큐피드를 이용해 카이랄 네트워크에 가입시킨다. 사랑으로 다시금 연결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게임은 굉장히 모호하면서 추상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느낌을 주지만 실은 꽤나 직접적으로, 유저들에게 코지마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던진다. 그것이 바로 사랑과 연결인 것이다.


게임 플레이어서도 사랑과 연결이란 부분이 드러난다. 플레이어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도로, 리프트, 사다리, 자동차 등을 만들어 놓는다. 내가 만들어 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걸 내가 사용할 수도 있다. 서로가 서로간에 은연중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물론 대놓고 도움을 주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희생적 행동을 하는 플레이어들 덕분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보다 더 쉽게 게임을 클리어 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이 받는 보상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희생적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이 받는 것들은 '좋아요' 밖에 없다. 그렇다. 그냥 단순히 다른 사람을 연결해 주는 댓가는 사랑일 뿐이란 것이다. 게임의 대주제인 사랑과 연결에 매우 부합하는 플레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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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보여주는 종교적인 내용과 사랑의 형태는

기독교의 아가페적 사랑과 매우 흡사하다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지스는 우연한 사고로 인해 멸종체와 연결점이 생긴 유일한 사람이다. 영원의 시간을 외롭지 않게 해준 인물로, 세상을 연결 시켜 터뜨리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멸종체에게 대항할 수 있는 단 한명의 인물이다. 첫 등장때 샘은 외부와의 연결이 완전히 단절된, 사랑이란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지나치게 BT 들에게 고생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기피하고 물건을 전달해준다는 택배원으로서의 본연의 임무에는 충실하지만 사랑을 전달한다거나 다른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등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일 역시 자신 혼자서 진행하며 브리짓 스트랜드의 미국을 하나로 연결 시키자는 말에도 거부감을 보인다.


허나 게임의 엔딩 부분에서는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플레이를 하게 되면서 단절되고 고립된 사람들에게 찾아가 물건을 전달하고 큐피드를 연결해 줌으로서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말은 하지 않지만 가끔 택배로 연결된 사람들을 보며 미소를 머금기도 한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직접 사랑을 연결 시켜 주기까지 한다.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들도 들어주며 그들의 문제점들도 확실하게 풀어 준다. 직접적인 사랑의 해결사가 되는 것이다.


샘 개인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몸에 품고 다니는 '물건'인 BB 역시 생명으로 대해주며 그에게 '루' 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애정을 쏟아 최선을 다해 지키려고 한다. 멸종체와 유일한 연결점 때문에 자신이 왜 귀환자인지, 인류를 위해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갈등에 둘러 쌓이기도 하며 동시에 극복하고 해답도 던지는데 성공한다. 사실 샘은 게임 내에서 하는 말이 많지 않다. 초반에는 시니컬하게 굴면서 모든 부분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내비친다. 그러나 게임의 후반부에 이르러서 비로소 인류를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됨으로서 진정한 사랑의 전달자로 거듭난다.


게임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일종의 구원자 포지션에 가깝다. 기독교적인 접근을 했을때는 예수와 같다고나 할까. 멸종체는 신과도 같다. 카이랄 네트워크가 모두 연결된 순간부터 멸종체는 마음만 먹으면 빅뱅을 일으켜 우주 전체를 없애버릴 수 있는 전지전능한 힘의 위치에 다다른다. 그러나 죽음에서도 돌아 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샘이 그 신과 직접적으로 대화한다. 마침내 신을 설득하고 샘은 인류를 구원하는데 성공한다. 인류의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대신 죽은 예수와 상당히 흡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살아나서 돌아와 부활하는 부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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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와 함께 신을 설득해 인류를 구원한 샘 포터 브리지스

사랑과 연결을 설파한 구원자란 측면에서 본다면 예수와 많이 닮아있다



다른 캐릭터들도 주제와 맞게 설정이 짜여져 있다. 샘 이외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인 프레자일은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다.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한 위치에 있으며 악인인 힉스에게 당해 지울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언제나 사랑받고, 연결되고 싶어 했다.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그리워 했지만 신용할 수 없는, 불온한 사태가 그녀 주위에 일어나는 바람에 신뢰를 잃고 말았다. 그녀 역시 샘의 도움으로 다시금 상처를 회복하는데 성공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도 단단해지며 마침내 오해를 풀게된다.


데드맨은 연결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는 태어날때, 다른 이들이 가지고 있는 육체의 부분들을 연결시켜 만든 인공 인간이다. 탯줄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해변도 없다. 하지만 그는 해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한다. 인류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극복해야 하는 방법들도 제시한다. 자신 나름대로의 노력을 통해 사건의 전말도 알아내려고 한다. 영원히 연결될 수 없지만 가장 간절히 연결을 바라는 사람인 것이다. 코지마는 이러한 데드만의 염원도 마침내 이뤄내게 해주는데, 해변에 갇혀버린 샘을 잡아서 돌아오게 해주는 사람을 데드맨으로 지정함으로서 해변이 없는 그에게 다른 해변에 당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연결점을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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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결국 닿아 샘을 데려가는 데드맨

누구보다도 연결되고 싶어 한 사람이다



마마는 자신의 쌍둥이 로크너와 다시금 하나가 되고 싶어한다. 태어날때 샴 쌍둥이로서 영혼이 하나였지만 의사들이 분리를 시켜 동떨어진 영혼을 가진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녀들은 다시 하나가 되고 싶어 했지만 꼬여버린 관계 덕분에 영원히 단절될지도 모르는 위기의 순간에 놓이고 만다. 이들 역시 샘의 구원의 손길을 받아 서로 하나가 되는데 성공한다. 이 과정중에 마마의 육체적 죽음이 있긴 했지만 중요하지 않다. 어찌됐던 그녀들이 다시 하나가 되었다는게 더 의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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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쌍둥이로 태어나 마침내 영혼이 다시 합쳐진 마마와 로크너



하트맨은 샘에게 구원을 받지 못한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가족들과 멀어졌다. 가족들이 해변으로 밀려 내려가는 것을 보고 언젠가 그들과 닿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해변에 다른 이들의 해변과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는 제세동기를 통해 죽음과 부활을 반복해 해변을 오가면서 가족들과 다시금 연결되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가장 심하게 다른 이들과 단절된 하트맨이 작중에서 최고로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이란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누구보다 먼저 조사하는데, 게임의 진실이라 할 수 있는 데스 스트랜딩의 실체와 멸종체의 존재도 하트맨이 가장 먼저 알아낸다. 어찌보면 샘 이외에 가장 큰 일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죽음과 부활, 종교적인 의미를 생각해보면 샘과 더불어 또 다른 구원자의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봐도 된다. 더 나아가 어쩌면, 멸종체가 있는 해변에도 닿아 그가 사건을 해결했을 가능성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보면 게임의 또 다른 구원자가 아니냐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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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구원하지 못한 유일한 인물 하트맨

어쩌면 그 역시 또 다른 구원자기 때문이 아닐까




다이하드맨 또한 마찬가지다. 다이하드맨은 존경에 의한 사랑을 내비친다. 미 대통령인 브리짓 스트랜드와 과거 상관인 클리포드 엉거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인해 클리포드 엉거를 배신하고 브리짓 스트랜드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진다. 그 결단으로 그는 영원한 가면을 쓰고 산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입으로는 클리포드를 존경한다고 했지만 이유가 뭐가 됐던 간에 배신을 했으니까. 물론 다이하드맨 역시 샘에 의해 가면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미 대통령으로 거듭나게 된다. 용서받고 구원받게 되어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도 또 다시 이끌어 낸다. 상황만을 놓고 보면 가장 이득을 많이 취한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권력도 쥐고 죄도 덜어냈으니 말이다.


클리포드 엉거는 코지마 자신이 닮고 싶은 아버지와도 같다. 작중에서 클리포드는 아들을 잃은 분노가 큰 나머지 스스로 BT가 되어 수많은 해변에 좌초된다. 그러나 결국 샘에게 패배하고 해변으로 떠내려가기 직전 그는 자신이 샘 포터 브리지스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메즈 미켈슨의 빛나는 연기 덕분에 이 타이밍에 샘의 아버지가 클리포드 엉거라는 사실을 대부분 이때 깨닫게 된다. 게임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클리포드는 샘에게 '아버지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라는 솔직한 감상을 내비추는데, 이는 코지마가 자신의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라고 봐도 된다. BB 통 속에서 샘을 꺼내 자신의 품에 안았다가 샘이 우연히 사망하게 된다. 상황이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클리포드의 순간적인 판단 덕분에 샘이 구원자가 되고 인류는 살아남는데 성공한다. 어떠한 순간에서도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코지마의 염원이 묻어 나온 캐릭터가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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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의 아버지 클리포드 엉거

상황이 어찌 되었든 아버지의 역할을 통해 샘이 구원자가 되는데에 큰 도움을 줬다



멸종체인 아멜리는 게임에서 가장 간절히 연결을 원하는 인물이었다. 아멜리가 그 어떤 이들과도 연결되지 않아 외로운 마음에 세상을 멸망 시키려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비친걸 보면 누구보다도 사랑받기를 바랐던 사람이다. 멸종체는 애초부터 인류를 신뢰하지 않았다. 억겁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보잘것 없어보이는 인류의 모습들에는 멸망의 위기가 수없이 도사리고 있었고 스스로 멸망의 길을 택하는 것을 볼 바에아 차라리 자신이 없애버리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파괴시킬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차 있었단 얘기다. 


그러던 중, 자신의 손으로 우연히 단 하나의 생명을 죽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샘이었고 이 때문에 큰 죄책감이 생긴 나머지 자신의 선택이 틀렸는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로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의 의지를 대신 행할 사람인 힉스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샘에게 그를 이겨 설득해 보이라는 시험을 제시한다. 멸종체가 샘을 시험에 빠지게 하지만 그녀 역시 불안전한 존재기 때문에 샘에게 답을 원한다. 샘은 힘은 절대적이지만 정신은 절대적이지 않은 그녀를 완전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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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을 시험에 빠뜨리는 절대자 아멜리

신의 영역에서 구원자에게 해답을 구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처럼 게임은 매우 거대한 세계관을 사랑과 연결이란 말을 통해 설명해 낸다. 세계관을 보면 최근 일본에 우후죽순으로 튀어 나오는 세카이물과도 상당히 흡사하다고 볼수 있다. 헌데, 생각해 보라. 대부분의 세카이물은 매우 피곤하게 만들어져 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문구들로 가득하고 감상자들을 이해 시키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작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대 개념과 상황을 설명하며 그것에 취해 멋을 부리는 것에만 집착해 있다. 쉽게 말해 그냥 중 2병 투성이란 것이다.


코지마는 데스 스트랜딩을 통해 이러한 세카이물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의지를 내비친다. 그 대리인이 바로 힉스다. 힉스는 멸종체의 대리인이면서 동시에 자신만이 세상을 무너뜨리는, 인류는 기껏해야 수만년 밖에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멸망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뜨려 놓는다. 스스로가 어떤 위대한 존재가 될 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취해 있으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설파하면서 샘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물론 그가 샘을 궁지로 몰아 넣을 수 있게 된건 순전히 아멜리가 준 힘 덕분이다. 힉스는 자신이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힘을 가지게 되자 멸종의 대리인이란 착각에 빠져 멋을 부리고 광기에 둘러싸여 다른 사람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것에 대해 한껏 취한다. 유일한 귀환자인 샘에게는 무서울 정도로 집착을 보이는데, 자신만이 멸종체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멸종체가 진정으로 사랑한 마음의 아들은 샘이라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어 그를 어떻게든 없애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힉스는 구원자인 샘의 시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릴적 있었던 일 때문에 뒤틀린 사상을 가지게 되고 온 인류에 대해 악심을 품게 된 것을 계기로 세상이 망하길 간절하게 소망한다.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우연의 기회가 오자마자 그것에 취해버린 것이다. 마치 중 2병 세카이물에 나오는 수많은 악당들과도 같이 말이다. 타당하거나 납득가는 이유가 드러나는 부분도 거의 없다. 온갖 질투심과 단순한 시기심에 찌들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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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심과 시기심에 찌든 힉스를 통해 

세카이물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 의지를 내비친다



크레딧이 올라오는 결말 부분에서도 이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의지를 내비춘다. 게임은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아멜리와 해변에 남겠다고 결심한 샘이 억겁의 세월동안 떠도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떠돌다가 지친 나머지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쏴서 자살하려고 한다. 이때 '데스 스트랜딩...' 이란 문구가 뜨면서 마치 게임이 끝났다는 것처럼 암시한다. 하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약 1시간 정도 더 플레이 해야하며 후일담 격 이야기까지 들어야 한다. 쓸데없는 이야기만 만들어 놓고 설정에 취해 대충 억지로 결말을 마무리 지으려는 지금의 세카이물에 대한 강력한 일침인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일본 문화 전체에 대한 메세지일지도 모른다. 일본 문화는 독자적으로 굉장한 성취를 이루는데 성공했지만 그에 대한 반발인지 다른 문화권에서 어우러진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단절된 시장에 머물러 있다. 오죽하면 스스로를 갈라파고스화 되었다고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겠는가. 일본인인 코지마가 가장 일본적이면서도 동시에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한 작품을 만들면서 고착화된 시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어필하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좀 나쁘게 해석할 수도 있다. '너네가 그렇게 까지 많이 하는거 나는 이렇게 멋들어지게 만들어 낸다' 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게임에 묻어난 코지마의 인류애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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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를 통해 일본 문화 갈라파고스 현상에 대한 모든 것들을

비판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게임은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서도 어필한다. 작중에서 클리포드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집착이 너무나도 강한 나머지 1차 대전과 2차 대전, 베트남전을 영원히 멤도는 해변으로 떠내려 간다. 해당 해변은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이 자신의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만들어낸 대형 해변이다. 여기서 군인들은 영원히 같은 전쟁을 반복한다. 서로 죽이고 죽이지만 실제적으로 죽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또 다시 이 해변으로 떠내려 와 죽고 죽이기를 반복한다. 일종의 무간지옥에 빠지는 셈이다.


물론 이 전쟁을 일으킨건 해변에 떠내려 온 군인들이 아니다. 장 폴 샤르트르가 말하지 않았던가. 전쟁은 부자가 일으켜서 가난한 자들이 죽는 것이다라고. 게임의 대주제인 사랑과 연결을 생각해 본다면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다시금 상기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이 이런 무간 지옥에 빠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피해보는 사람들은 일반인이라는,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서 설파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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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포드 엉거와 싸우는 전쟁 해변들

게임은 전쟁에 대한 참상에 대해서도 설파한다



이 게임의 가장 놀라운 부분은 생명과 생명이 아닌 그 중간 어딘가를 설명한 BB 의 설정일 것이다. 게임에서 BB, 브릿지 베이비는 BT를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장치이다. 원래는 반물질 세계, 해변에만 존재하는 초월적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카이랄 네트워크를 물질 세계에서도 구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도구다. 표면적인 기능적 면으로는 BT를 감지하고 그들을 피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주인공 샘은 이런 BB 프로젝트의 1호 실험체였는데 장성한 샘 역시 28호 실험체인 '루'를 데리고 다니며 BT들을 감지하는데 사용한다. 물론 여기까지는 표면적 이유다.


그런데 기능적 면모를 제외하고 몇가지 단어만 치환해서 보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BB를 아기, BB 통을 배라는 단어로 바꾼다면 이렇게 된다. '샘은 아기를 배에 넣고 다닌다'라는 문장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니까 즉, 일종의 남성이 임신해서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과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춰지는 모습도 통을 배라고 가정해 버린다면 거의 똑같다고 봐도 된다.


더 나아가 태아에 대한 코지마의 의견도 넌지시 던진다. 작중에서 샘은 원래대로라면 BB가 되어 1년만에 폐기되어 죽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는 태어나는데 성공했고 생명을 가지게 되어 인류를 구원해 내는데 성공했다. 샘이 데리고 다니는 루 역시 마찬가지다. 샘과 함께 미국을 연결해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구원하는데 도움을 준 역할을 한 것이다. 뱃속에 있는 태아들도 생명이고 그들 역시 어떠한 역할을 한다는 코지마의 강력한 의견이 피력되는 부분이란 얘기다. 실제로 세계 각지에서 낙태에 대한 문제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태어나지 않은 그들을 생명이라 봐야 하는지, 그들을 지우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것들 말이다. 코지마는 BB를 기능적 역할을 하는 물건에서 자연스럽게 생명체로 바뀌는 과정을 집어넣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에 대한 고찰도 풀어낸다.


물론 낙태 문제는 쉽지 않다. 종교적인 시선에서 바라 봤을땐 이미 생명이 잉태되어 있는 순간이기 때문에 낙태를 금지하자는 입장의 논지도 있다. 사회적 문제는 그와 반대되어 드러난다. 경제적 어려움에 둘러싸여 있는데 아기까지 생겨버리는 경우가 많은데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생명이라 단정짓기 어렵다라는 의견 같은 것들 말이다. 여기서 코지마의 의견이 나오는데, 코지마는 게임에서 하나의 생명 탄생의 가능성과 그 생명이 이룰수 있는 업적에 대해서 설명한다. 우연히 탄생된 생명이 어떤 일을 해 낼지 누가 알겠는가란 얘기다. 그의 인류애가 얼마나 큰지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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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태어난 아기 BB

태아와 생명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해석도 드러낸다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완성도도 상당히 놀랍다. 모든 부분이 하나같이 다 엮여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질문 하나를 던졌을때,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선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야 한다. 이를테면 '다이하드맨은 왜 가면을 쓰고 있어요?' 라는 것 말이다. 다이하드맨이 가면을 쓴걸 설명하기 위해선 브리짓 스트랜드의 정체와 클리포드 엉거를 배신한 것, 그리고 샘의 탄생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야 된다. '클리포드는 왜 저렇게 나타나요?' 이런 질문 역시 클리포드가 샘의 아버지라는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면 이야기 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힉스 같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힉스를 설명하기 위해선 샘에 대한 질투와 멸종체, 아멜리의 정체를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만큼 게임의 세밀한 짜임새가 매우 촘촘하단 것이다. 더 놀라운 부분은 이 게임은 어떤 비밀을 한꺼풀씩 벗겨서 접근하는 미스테리한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스테리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할만한 비밀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게임에는 그런 부분들이 들어있지 않다. 어딘가 흘려보낼만한 것들도 없다. 물론 비밀을 중간에 알 수 있긴 하다. 메즈 미켈슨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말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과연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나 아버지라면 그 상황에서 자식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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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궁금하면 게임 사라

스포일러를 불가능하게 하는 수준의 어마어마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데스 스트랜딩을 얘기할때 음악을 빼고 얘기할 순 없다. 게임은 상당히 전위적인 음악을 차용했다. 플레이 하다보면 상당히 오묘한 감정이 든다. 주인공 샘은 굉장히 힘들어 하는데 주위에 펼쳐진 산들과 전경은 상당히 고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샘의 힘든 감정들이 더 격렬하게 다가온다. 편안하게 깔려 고조 시키면서 동시에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샘을 바라보고 있으면 교차되는 순간들 때문에 특별한 감정이 밀려져 온다. 게임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BB's theme 는 실로 게임을 상징하는 최고의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샘이 BB 출신이란 점을 생각해 본다면 더더욱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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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마저도 빼놓을 구석이 하나 없다



그러나 데스 스트랜딩을 완벽한 작품이라고 바라보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단순히 유희적 재미가 있는 게임이냐란 것이다. 게임의 근본적 탄생은 작품적 개념을 담기 이전, 기술적인 부분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본질적인 부분에는 '유희'라는 것이 자리잡고 있다.


헌데, 데스 스트랜딩을 플레이 하면 매우 즐겁다고 느끼기는 좀 힘들다. 끊임 없이 택배를 배달해야 하며 어딜 가든지 사건 해결의 중심에는 '샘! 택배를 부탁해!' 라는 말의 연속일 뿐이다. 물론 이 택배를 배달하는 유니크한 플레이에 즐거움을 느낀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좀 처럼 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시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루해 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게임의 가장 큰 난관이 '택배를 들고 눈 덮힌 산을 넘어가는 것'이니 말 다했다.


처음하면 상당히 흥미롭긴 하다. 첫 5시간 정도는 '오오오오 넘어진다 택배택배' 하면서 균형을 잡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물품을 지고 날라야 되는 반복적 패턴에 실망하게 된다. 이 게임 역시 결국에는 어떠한 반복적 플레이에 대한 극복은 해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이란 분야의 가장 큰 난관이 바로 이것이다. 유저에게 꾸준하게 매번 다른, 색다른 플레이를 경험하게 해줘야 오랫동안 붙잡을 수 있는데 데스 스트랜딩의 경우에는 그런 부분에 대한 고찰은 상당수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임적 성취에 대해서는 그 메세지를 전달하는 특별함은 묻어나지만 유희적인 면에서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유저가 좋아요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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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호불호가 갈리는 플레이 때문에

완벽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 게임을 접하고 나면 어디서부터 영감을 얻었는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다. 무슨 말이냐면, 대략적으로 영감을 받은 것들을 감상자들이 유추할 수 있는데 이 게임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해 생각해내는 것 조차 어렵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이터널 선샤인의 경우에는 헤어진 연인을 진심으로 떨쳐낼 수 있는가? 사랑은 우리가 컨트롤이 가능한 것인가? 란 것에서 부터 시작됐고 반지의 제왕의 경우에는 골룸과 프로도에서 보면 알수 있듯이 보잘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싸움이 결국 세계를 판가름 짓게 했다는 것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작품을 봤을때 어디서 영감을 얻은지는 대충 감이 온다는 얘기다.


헌데, 데스 스트렌딩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다. 물론 이야기의 완성도가 워낙에 훌륭해서인 것도 있겠지만 사랑과 연결이란 대주제로 너무나도 뚜렷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가늠하기가 힘들다. 종교적인 색체가 드러나니 예수에서 시작 됐을수도 있다. 아니면 생명과 생명이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태아에서 부터 였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니면 세상을 하나로 묶는 택배원에서 일수도 있다.뭐가됐든  애초에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원과 종교의 구원자를 연결 시킨 시점부터 이 게임의 시초는 이미 알수 없는 저 너머로 떠나가 버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측을 해보자면 소셜 네트워크에서 영감을 얻은게 가장 큰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뭐 대충 이런게 아닐까? 어느 날 코지마가 SNS를 하는데 '와 세상이 이렇게나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군!' 하고 말이다. 현대 시대를 상징하는, 과학 문화의 상징인 SNS가 이 게임의 영감의 원천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편이 좀 더 재밌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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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 6만 5천원


적정가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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