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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키의 게임 및 영화 리뷰 반도 리뷰 (글리뷰를 해달라고 해서 블로그 보단 여기 적어둠 , 약 스포)

Broadcaster 어스키
2020-07-15 21:53:58 481 13 11

연상호 감독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이라는 것. 실제로 제작, 각본, 연출, 미술, 편집 등 이것이 과연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량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많은 창작 능력을 보여준다. 지옥 두개의 삶, 창, 돼지의 왕, 사이비, 본인이 가진 대부분의 역량을 쏟아 부운 작품만 4개나 된다. 애니메이션은 많은 의미에서 영화와 다르다. 창작자의 표현의 범주적 제한이 거의 없으며 원하는 씬이 있으면 그냥 만들면 된다. 영화와도 같이 제한 조건이 붙어 있는 것들도 아니고 하고 싶은 것들을 자신이 직접 창조해서 그대로 써내려 가면 된다. 어떤 장면을 찍기 위해 수십번동안 리테이크 할 필요도 없으며 불필요한 편집도 거의 없다. 그냥 처음부터 상상속에 있는 것들을 만드는 거니까.


반도는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인 연상호의 이력을 한껏 살린 영화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상황을 이용해서 자동차로 좀비들을 쓸어버리면서 도로를 질주하고 그 운전자가 10대 초반의 소녀라는 점은 현실적인 각색이 들어가야 하는 영화의 분야에서는 보기 힘든 설정이다. 동생 소녀 역시 언니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기지를 발휘해서 좀비들을 속여내고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는데, 만화적 상상이 덧붙여진 애니메이션 캐릭터라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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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종교 문제에 대해 폭로하는 작품 사이비

반도에는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인 연상호 감독의 기발한 상상들이 덧붙여져 있다


특히 이러한 부분의 절정을 달리는 것은 권해요가 맡은 사단장 역할인데, 소녀들을 돌봐주면서 무언가 모자라 보이지만 친근한,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노인 캐릭터들은 이미 온갖 만화에서 써먹은 캐릭터다. 괜히 착한 할아버지 캐릭터가 클리셰가 되었겠는가. 그러니까, 감독의 상상력이 기존의 영화들보단 다른, 좀 더 애니메이션 극화에 맞게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압권은 권해요의 대사들인데, 소녀에게 '그럼, 내가 하는 말이 다 맞지! 조금만 있으면 될꺼야!' 와도 같은 틀에 박혀 있는 대사는 극화체인 애니메이션에서만 가능한 수준에 가깝다. 이를 살려내서 부족함 없게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권해요에게도 갈채를 보낸다. 


영화의 액션씬 역시 만화적 연출이 상당히 가미되어 있다. 기존의 눈 앞에서 마주해서 열심히 달리거나 차를 타고 악셀을 밟아 도망쳐야 했던 좀비물과는 달리 자동차를 이용해서 좀비가 몇 마리가 있던간에 두려움 없이 몰살 시켜버리는 연출들은 좀비 아포칼립스의 상징인 실존적 딜레마 보단 만화의 기법에 가깝게 느껴진다. 운전자들의 운전 실력 또한 마찬가지인데, 좀비 아포칼립스이지만 어째서 달릴 수 있는 도로가 뚫려 있는가라는 질문은 차처하더라도 현실에서도 보기 힘든 주행을 보여주는 이들의 운전 능력은 매드맥스의 인물들을 아득히 상회하는 수준에 올라가 있다. 즉, 반도는 기존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던 연상호 감독의 능력이 다시금 드러난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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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전작 부산행

부산행은 한정된 공간, 제한된 시간이란 점들 때문에 꽤나 현실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전작인 부산행은 극도의 제한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 장소는 열차로 한정적이며 좀비들의 숫자도 꽤 많지 않지만 충분히 위협적이고 시간안에 모든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분도 가지고 있어 극히 제한적인 느낌이 많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연상호 감독의 특기인 만화적 연출이 가미되기가 꽤나 힘들었다고 볼수 있다. 물론 대전역이나 열차로 달려드는 좀비들의 과장된 행동들은 만화적 요소가 많이 느껴지지만 열차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데 매우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작은 대부분의 장면들을 CG로 처리할 수 있었다. 전작의 히트로 꽤나 재미를 봤기 때문에 제작비가 더 커졌고 CG 활용 범위의 폭이 상당수 넓어지게 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애니메이션과도 같은 기법을 연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산행의 현실적인 연출과 반도의 만화적 연출은 시리즈물로서 부정교합을 만들어 내지만 감독 자신의 특기를 잘 살린 기법이기 때문에 다른 좀비물에서는 볼수 없는 화끈한 액션 묘사가 되어 있어 장르물로서의 쾌감을 충분히 충족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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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는 부산행과는 다르게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인공 주위 인물들과 액션씬과는 달리 악역들은 꽤나 현실적인 묘사로 그려진다. 이는 출발점이 도달해야 하는 지향점이 주인공들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경우에는 좀비들을 무찌르면서 돌파하는, 기왕이면 폭력의 정당성이 부여 된 사람들이 짜릿한 장면을 가져가는게 좋기 때문에 꽤나 만화적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좀비 아포칼립스 아닌가. 어느정도의 사실성은 덧붙여 져야지 되는 장르다. 그 부분을 악역들이 고스란히 가져 왔다. 보여주고자 하는 출발선과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다. 악역들은 631 부대 군인이다. 부대원들은 무전을 때리며 언젠가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4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구조대가 오지 않고 점점더 희망을 잃어가며 아포칼립스 세계에 적응해 악인들로 변해간 모습을 담고있다. 약속받지 못하는 지옥의 땅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남을 도와주기는 힘들어지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용서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실로 납득하게 할 정도로 사실적이면서 소시민적인, 현실에 있을법한 느낌의 악당 묘사를 나타낸다.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강탈해서 그들의 물건들로 연명하고, 좀비들을 풀어 생존자들을 잡아먹게 만드는 오락시설을 구비하고, 실질적인 권한은 없지만 단순히 군대이기 때문에 위계 질서가 남아있는 부분들은 이들의 사실적 악행을 묘사하는데 매우 충분하다. 특히 김민재의 캐릭터인 황중사는 공포를 통해 지배하려 드는 심리를 보여주는 기존 악당과는 차이점을 보이는데 열등감이 남아있지만 군대라는 껍데기의 틀을 지키는 소시민적인 악당으로 묘사 된다. 상사를 꺾어버리고 싶지만 그럴 용기는 없고 그렇다고 부하들에게는 없어보이고 싶지 않은, 인간적인 찌질함 마저 가지고 있다.


황중사의 상사인 서대위도 마찬가지다. 능력은 없지만 군대라는 특성, 어차피 군대라고 불릴 기능도 아예 사라진 그곳에서 단지 대위라는 이유로 능력 이상의 대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전투는 나가지 않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황중사를 견제하는 모습마저도 꽤나 사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는 전작 부산행의 악역이었던 김의성과도 매우 흡사한데, 김의성의 경우에도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피해는 좀 넘어갈 수 있는, 나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불행은 언제 닥쳐도 상관없는 현실적인 실존적 딜레마를 보여주는 소시민적인 악당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재밌는 부분이 바로 이런 점이다. 활약을 해야 하는 주인공들이 좀비들을 무찌르고 악당들까지 혼내줘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묘사는 상당 부분 과장되어 화려하게 묘사한 반면, 악역들의 경우에는 사실적으로 접근해 있기 때문에 악당들이 만화속 캐릭터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물론 여기 나오는 악당들은 살려 둘 가치가 없는 자들이기 때문에 만화적 효과로 쳐부숴도 동정의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이 부분은 킥애스와도 상당 수 흡사하다. 만화속에 들어가고 싶었던 주인공이 진짜로 만화를 찢고 나온 적들과 영웅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자신이 그런 인물들과 과연 교합을 이뤄 낼 수 있을까란 고충을 한다. 하지만 반도에서는 그런거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합시켜 버린다. 이러니 악역들이 상조 회사에 연락할 수 밖에.


어려운 숙제다. 일반적인 군부대가 완전히 바뀌게 되어 4년동안 악인들로 변했다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선 이것저것 필요한 장치들이 많다. 게다가 자신들의 가지고 있는 위력을 행사해 악당들로 점차 바뀌어가는 군인들은 우린 이미 굉장히 많이 접해보지 않았던가. 하물며 좀비 세계에서 살아남아 민간인들을 지키는 군 부대라니. 정부가 기능을 못하고 힘의 논리가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장소에서 권력을 쥐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바로 631 부대인 것이다. 하지만 631 부대가 현실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진 부대일지라도 반도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화끈한 액션의 주인은 오롯이 주연들의 몫이기 때문에 이들은 약간 희생양 같은 느낌으로도 다가온다. 뭐 하긴 그렇다. 기왕이면 만화적 연출을 이용해 좀비들을 화끈하게 잡는 캐릭터들은 주인공 쪽에서 하는게 더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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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중사 역의 김민재

소시민적이면서도 충분히 위협적인 악당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미술과 음악, 영향 받은 것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 무언가 어디선가 많이 참고해서 본 듯한 장면들이 여지없이 많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우선, 부산행의 좀비들이 소리에 반응하며 무리지어 이동하고 급작스럽게 전력질주 하며 서로 산을 이루면서 달려드는 모습들은 월드 워 z 와 상당 부분 흡사하다. 비주얼적인 면 자체를 월드 워 z 에 포커싱을 맞추고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특히 대전역에 좀비들이 우르르르 몰려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산을 이루고 그 산이 또 다시 더 큰 산을 만들어 유리창을 깨부수고 달려들면서 쫓아오는 모습들은 월드 워 z 의 예루살렘 장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물론 부산행이 월드 워 z 비슷하다 하더라도 기차라는 한정적인 장소, 부산까지라는 제한적인 시간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독창적인 부분들이 대거 묻어나와 월드 워 z 와의 단순 비교가 매우 힘들다. 또한 월드 워 z 와도 같은 거시적인 접근이 아니라 부산행 기차에서 버텨야 하는 생존을 위한 미시적인 접근법이 적용했다는 점도 월드 워 z 와의 큰 차별점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부산행의 성취는 어떤 면에서는 월드 워 z 보다 더 높다고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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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부산행에 큰 영향을 준 월드 워 z

부산행의 독창성은 월드워 z의 영향을 받았다 하더라도  충분히 성취를 이뤄냈다


그러나 반도는 다르다. 서울에서 인천 부두로 달리는 장면은 개연성은 둘째치고 본다해도 아예 매드맥스를 빼다 박았고 미술, 음향 부분에서는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의 비주얼과 상당히 흡사하다. 특히 기타 선율이 나오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인물의 감정선을 그려내는 부분과 좀비들이 달려올때 하프와 비트 중심의, 쿵쾅 소리를 나타는 것들은 라스트 오브 어스를 붙여 넣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초반부에 아이가 죽는데 슬퍼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과정중에 기타 선율이 흘러 나오는건 그냥 라스트 오브 어스다. 그러니까 장면들이 충족시켜 주는 액션의 쾌감은 매우 높지만 어디선가 본 작품들이라는 생각을 머리속에서 떨쳐낼 수 가 없다는 것이다.


조금 아깝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사실 따지고 본다면 자동차를 타고 좀비를 무찌르는 비주얼 역시 어떤 의미에선 굉장히 창의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성공적인 묘사를 이끌어 냈다는 점은 놓고 두더라도 전작이 한정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 바둥거리는 실제적 공포에 직면한, 실존적 딜레마에 빠져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 독창적인 시각과 표현을 생각해 본다면 시리즈물로서 전작의 창의성을 그대로 계승하지 못해 어디선가 본 것들이 즐비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아쉽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반도의 액션씬이 폄하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를 가져와서 섞어 버무려 영향을 받는건 이전부터 해온 창작적 행위니까. 전작이 지나치게 독창적이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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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에 큰 영향을 준 두 작품 매드맥스와 라스트 오브 어스

부산행은 영향 받은 수준에서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냈지만 

반도는 그정도까지의 성취는 이뤄냈다고 보기 어렵다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뭐니뭐니해도 신파다. 우선 좀비물은 신파와 합이 맞지 않는다. 생명이 오가는 순간에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실존적 딜레마를 포함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정선을 내뱉으며 울음을 터뜨릴 시간이 어디있단 말인가. 누군가가 옆에서 공격당하고 있다 하더라도 깜짝 놀라서 식겁한 다음 우선은 도망치고,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떨쳐내기 위해 눈물을 흘릴순 있어도 한시가 급한 와중에 누가 죽었다고 절규하는 장면을 보인다는건 장르가 가지고 있는 목표와 완전히 어긋나 버린다. 좀비물에서 '으ㅏㅏ어어어허엉 스티브가 물렸엉 응허허어어엉' 이러고 있는 녀석들이 괜히 화가 나는게 아니다. 슬픈건 둘째 치더라도 자신이 가진 문제의 상황을 얼른 타계해야 할 것 아닌가. 이런 부분들이 장르의 틀과 상당수 어긋나게 되면서 관객에게 짜증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이 부분 역시 연상호 감독이 하던 것들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반도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부산행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주인공 공유가 자신의 딸을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좀비가 되는 과정에서 딸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열차에서 서서히 떨어지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누가봐도 강제로 눈물을 짓게 하려는 신파극이라 볼 수 밖에 없다. 감정선 또한 상당히 과잉되어 있는데, 잔잔한 음악과 함께 회상이 펼쳐지며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공유를 보며 울부짖는 딸의 모습은 관객을 피곤하게 만들 지경이다. 심지어 이 가족을 잃은 자들의 슬픔인 신파극은 악당인 김의성에게 마저도 적용되는데, 김의성이 좀비가 되기 직전 엄마를 부르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소시민적인지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면서도 빌런 마저도 신파극 찍냐는 비판을 동시에 받을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감독의 바로 전작인 염력에서도 똑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아니, 아예 여기선 영화 자체가 2시간 내내 신파극이나 다름 없는 수준이다. 모든 것들이 가족과 약한 사람들을 위해라는 명목으로 용역 철거 반들을 몰아내는데 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수준이다. 돈 가지고 있으면 악당이라니 놀랍다. 일단 염력은 주인공들의 인물 감정선이 굉장히 결여되어 있어 '이 사람이 대체 왜 이러지?' 라는 기분을 떨쳐 낼 수가 없다. 영화 내내 끝끝내 그런 감정선으로 흘러가다가 최후에 하늘에서 내려오면서 저벅저벅 차분히 체포당할때 주위 사람들이 눈물 짓는 장면은 정말 어이가 터질 지경이다. 아저씨 체포가 아니라 용역 활동 같은 것들이 먼저 아닌가? 자리 지켜야지? 좀처럼 이해가 불가능한 영화다. 


뛰어난 재능과 대비되는 저주일까. 아니면 감독의 감정선이 문제일까. 반도 역시 감독의 필요없는 특성, 불운한 특기인 억지 신파가 들어가 있다. 솔직히 말해 왜 넣은지 모르겠다. 해당 장면 때문에 영화가 20분 정도나 길어지게 느끼게 되는데, 감동적인 연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봐도 꽤나 지치게 만들었다. 박찬호 선수가 와서 울면서 LA에 있었을때의 이야기를 24시간 동안 한다고 생각해 보라. 견디기 힘들 것이다. (박찬호 선수에 대한 악의는 없습니다. 그냥 인용이에요.)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냥 기분좋게 '이겼다 영화 끗!!' 이렇게 하면 무언가가 텅 비어 보이고 모자린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차라리 그러는 편이 이 영화의 격이 10배는 상승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사족을 더 붙이자면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영화에 영향을 많이 준 매드 맥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퓨리오사의 폐에 물이 차서 호흡이 힘들어져 생사를 오가는 장면에서 맥스는 담담하고 차분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그녀를 치료하고 나직하게 그녀가 궁금해 했던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다. 자신의 신상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던, 남을 절대 믿지 않던 맥스가 그렇게 나지막히 말한 것 만으로도 관객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 온다. 아마도 연상호 감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과잉적 감정선을 좀 빼버리는게 낫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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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의 극치를 달렸던 연상호 감독의 염력

똑같은 실수를 그대로 반복한다








(아래는 드래그 하면 스포일러가 보임)


5. 개연성


개연성이 부족한 것 역시 반도의 큰 문제 중 하나다. 첫 번째 개연성은 도대체 강동원이 뭘 믿고 반도에 다시 들어가냐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이 장면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반도에 가서 달러를 가져오면 절반을 주겠다고? 듣자마자 나였으면 트럭이 바로 오자마자 총 쏴서 돈 먹었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러한 결말은 당연히 주어져서 당위성을 높였지만 주인공 일행이 그런 죽음을 맞이 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보면 주인공의 의심이 부족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은 군인들의 전투 실력이다. 강동원이 꽤나 훈련받은 엘리트 군인이라 할지라도 일단 상대들은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4년이나 버티면서 살아남은 베테랑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전투 능력은 아주 꽝인 수준이며 다른 사람들을 약탈하고 다녔다면, 전투력이 더 붙었으면 붙었지 절대 못하진 않을텐데 강동원에 비하면 아주 그냥 추풍 낙엽처럼 쓰러지는 악당들에 불과하다. 물론 위에서 만화적 연출을 위해 희생당할 희생양인 점은 인정하지만 나름의 당위성을 주게 하면 어땠나 싶다. 주인공이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악당들도 뛰어난 능력을 지니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세 번째 개연성의 문제는 서대위다. 서대위의 캐릭터는 더 할나위없이 훌륭하다. 썩어빠진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악당이 되어버린 631 부대의 대장인데, 사실 말이 대장이지 실질적 권한은 없고 부하의 눈치만 봐야 되며 좀비들을 어떻게 상대하는지도 모르는, 껍데기만 남아있는 군대놀이의 최고계급의 느낌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이 캐릭터성과는 별개로 행적 자체는 매우 개연성이 부족하다. 자신의 운전 능력이 자신이 없어서 김이병에게 운전을 시키게 하는 것, 이정현과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는데 위협이 될 수 있는 그를 이정현이 마무리 하지 않고 살려 뒀다는 점, 최종 보스이기 때문에 무언가 한건해야 해서 권해요를 억지로 죽인 점 같은 부분들은 영화의 개연성을 싸그리 밥말아 먹는 수준이다.



네 번째는 자동차를 미하일 슈마허 뺨치는 속도로 달리며 좀비들을 유린하는 소녀라는 점이다. 물론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들을 익혀 놓는게 중요하지만 이 아이의 운전 실력은 나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뛰어나다. 물론 만화적 설정이 가미 된 부분이긴 하지만 이건 뭐 맥스 로케탄스키도 울고갈 정도다. 두부차 운전자도 아니고 너무하는 것 아닌가.물론 이러한 개연성들을 무시하고 봐 줄 만큼 영화는 꽤나 볼만하다. 다만 신파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살짝 아쉬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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