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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낭비 (스포 주의 개주의 멍멍주의) 셔터아일랜드 감상문

히호찡
2021-11-29 10:24:38 273 2 0

 이해하기 힘든 영화나 소설. 그런 것들을 볼 때면 전 항상 컨텍스트를 미리 확인합니다. 대략적인 영화소개와 함께 배경지식을 조사하죠. 그를 통해 얻은 첫인상은 이랬습니다.


 '어머 나 쓰레기 아니야?'


 미국의 1950~60년대. 엄청난 호황기였죠. 그런 시절에 아이 셋을 죽인 여자. 그러고도 탈옥한 여자를 찾는 이야기라니.. 처음엔 정말 이런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호의호식했을 거면서 미쳐도 한참 미쳤군...'


 순간 전 얼어붙고 말았죠. 그때의 미국은 이율배반적 나라였으니까요. 정의와 민주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흑인들은 아직 노예나 다름없었죠.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활동한 시기가 딱 이 시기죠. 그뿐일까요? 고도의 경제성장과 아름다운 문화를 꽃피울 때였습니다. 네. 나라 밖에다 총질을 한 덕분이었죠. 군수산업의 특수로요. 피 위의 안락함. 그것이 미국이었죠. 미친 사람 한둘 쯤 나온다고 이상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영화도 마찬가지더군요. 극악무도한 환자인 동시에 불쌍한 죄수들을 가두고 치료하는 시설. 교도소도 병원도 아닌, 교도소이기도 하고 병원이기도 한 곳이 배경이었죠.


 수용자를 대하는 태도부터도 이상했습니다. 친절히, 다정히 대하지만 족쇄를 채워둔 것. 환자지만 노동 교화를 시키는 것. 가둬두지만 아름다운  정원에 가둬둔 것 등이죠.


 네. 영화 자체도 인간의 이중성? 이율배반적 속성? 등을 이야기하려는 냄새가 났습니다. 그것도 아주 폴폴 났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지요. 이 영화는 확실히 그 점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추리물입니다. 어째서 드라마라는 라벨링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영화는 '테디라는 보안관(탐정)이 셔터아일랜드의 정체를 밝혀낸다.'라는 구조를 가진 추리물입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이 '에?' 하게 만들죠. 장르의 법칙을 의도적으로 깨트려 버렸기 때문입니다.



 가장 고전적인 추리물의 법칙인 녹스의 10계입니다.

 전문을 다 발췌했지만, 제 글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읽으시면 됩니다.



 #1. 범인은 이야기 초반에 언급된 인물이되, 독자에게 생각이 드러난 인물이어선 안 된다

 #2. 초자연적이거나 불가사의한 수단은 당연히 안 된다.

 #3. 사용할 수 있는 비밀의 방이나 비밀 통로는 1개보다 많으면 안 된다.

 #4.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독이나, 마지막에 과학적 설명을 길게 늘어놓아야 하는 장치는 사용해선 안  된다.

 #5. 중국인을 등장시키면 절대 안 된다.(마법사, 주술사, 기타 등등 판자지적 인물)

 #6. 탐정을 도와주는 우연이나 추론의 증거로 설명할 수 없는 직감을 사용해선 안 된다.

 #7. 탐정 본인이 범인이어서는 안 된다.

 #8. 탐정은 독자의 판단을 위해 즉시 드러나지 않은 증거에 집중해선 안 된다.

 #9. 왓슨처럼 탐정의 멍청한 친구는 자신의 머릿속을 스쳐 간 생각을 속여선 안 된다. 그의 지능은 일반적인 독자보다 약간, 아주 약간 부족해야 한다.

 #10. 독자에게 충분히 암시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쌍둥이 혹은 대역을 등장시켜선 안 된다.



 이 영화에서는 #7 '탐정 본인이 범인이면 안 된다.'를 완벽하게 깨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뭐야?' 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는, 탐정이 범인인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주인공 '집단'의 일부이거나 '조력자' 탐정이죠. 주인공인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니 평소 보던 모양과 달라서 인식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뭐야? 이상해? 이해 안 돼.' 이렇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또 다른 자아를 주인공집단의 일부나, #10의 '쌍둥이 대역'으로 보아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에게 충분한 암시를 주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왜 관객을 혼란케 했을까요? 그렇게 하면서까지, 왜 이런 형식 파괴를 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결말이 두 개입니다. 도저히 어느 한쪽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이중성을 표현하고 전달하기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방법적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결말부터 되짚어 가봅시다.



 1안 : 테디가 래디스고 미친놈이다.

 2안 : 셔터아일랜드는 마루타 실험실이다.



 1안이 성립하려면 4의 규칙과 67인의 수수께끼가 정확해야 합니다.


 일단 67의 수수께끼는 테디가 풀었습니다. 등장인물들 전부가 동의했죠. 넘어가겠습니다.


 그렇다면 4의 규칙입니다. 대머리 홍석천박사 코리박사는 이렇게 풀이했습니다. 그것은 이름 4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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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습니다. 아주 그럴 듯합니다. 그러나 'LAEDDIS'만 따로 떼어서 살펴보겠습니다. 근본이 어디에서 온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발음대로라면 'LAEDIS', 'LAYDIS', 'LAYDDIS', 'LAEDDISS', 'LAEDISS' 이렇게 막 적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막 쓰고 있더군요. 영어 이름이란 게 그렇지요. 막 적어 놓고 발음은 우기면 그만입니다. 충분한 '물증'이 될 수 없습니다. 조작이 가능하단 이야기입니다.

(Tom Marvolo Ridle → I am Voldmort)


 더구나 'THE LAW OF 4, WHO IS 67?'이라는 쪽지는 누가 발견했나요? 테디입니다. 그 장면에서 코리박사는 어물쩡 그 쪽지를 낚아채려다 실패합니다. 노련한 수사관 테디한테 저지당해서요.


 그리고 'LAW OF 4'가 의미하는 숨겨진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절벽 밑 바위. 그곳에서 만난 '의사 레이첼'이죠.


 그곳에서 레이첼은 미친놈을 만들어내는 네 가지 방법(LAW)을 알려줍니다. '반항은 현실부정 취급하기', '합당한 공포는 망상으로 매도하기', '생존욕구는 방어기제로 대체시키기', '아픈 과거를 트라우마로 라벨링 해서 낙인찍기'


 어떤가요? 이것도 그럴싸하지 않나요? 어쩌면 더 그럴싸해 보입니다. 코리박사가 이름 네 개의 규칙(LAW)이라고 할 때, 테디에게 다 써먹은 방법(LAW)니까요. 물론 이것도 확실한 물증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척이자 닥터 시한인 인물, 그가 건네는 담배, 교도소장의 말들, 탐문 수사를 받던 관계자들, 기억 속 대학원생이면서 현실의 수감자인 조지 노이스의 진술, 테디의 환상, 심지어 테디 본인, 하물며 그의 리볼버 권총까지도 묘해지실 겁니다. 완벽하게, 아주 완벽하게 1안과 2안 양쪽 전부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일이 써주고 싶지만 서로 지루하니까, 글이 길어지니깐.. 안 쓰겠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뇌 절제술을 선택한 테디입니다. 미친놈인 듯 아닌듯하죠. 그리고 끝까지 아리송한 대사를 한 방 날려 줍니다.


 "괴물로 평생 살겠나? 선량한 사람으로 죽겠나?"


 그는 순순히 수술을 받으러 향합니다. 그리고 웬걸 곧장 마루타 병원의 상징인 '등대'가 나오네요. 치료목적의 수술이라면, 코리박사의 주장대로 등대에 마루타 수술실이 없다면, 굳이 나올 필요 있는 장면일까요? 나올 필요 없는 장면일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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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1안대로 좀비가 될까요? 2안대로 척과 함께 탈출을 할까요?


 제 생각에는 둘 다 비극일 것 같습니다. 2안에서 탈출에 성공한다 해도 이야기 자체가 비극이죠. 그렇거니와 애초에 주인공 입장에서 비극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영화 10분쯤 나온 이 그림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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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블레이크의 느부갓네살(네부카드네자르 2세)라는 그림입니다.


 닫힌 세계의 신에게 대적한 인간이라면, 지푸라기만큼 약한 존재가 됩니다. 그게 그냥 인간이든, 미친놈이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간이든 말이죠.


 마지막으로 교도소장과 테디의 대화가 떠오네요. 그때의 교도소장의 말들이요.


 "신은 폭력을 사랑해요."

 "당신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

 "내가 당신의 눈을 물어뜯는다면, 당신은 날 저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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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에 대한 이중성인데? 뭐에 대한 이율배반적 태도인데? 라고 말씀하시면

전 자신 있게 대답하겠습니다!

전 원래 강요하는 글을 쓰지 않아요! 정이 궁금하시면 대화로 해결합시다.

그러니 제 의견을 채택하신 분은 느끼시는 대로 느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무엇에 대한 이중성인지 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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