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긴과무닌님 화이트 데이라고 해서 또 이렇게 사연을 씁니다.
이번에도 어찌 보면 웃픈 이야기 입니다.
일단 저랑 형은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밖에 가면 제가 형으로 알아볼 정도죠
형은 저랑은 다르게 미소년 과에 동안이라 늘 무슨 날이면 뭔가를 잔뜩 받아 왔죠 초콜렛 커플링들 빼빼로 등...
저는 받아 온 적이 거의 없습니다. 받아와도 반 전체에 주는 거 받아오는게 다였죠
음... 그런 저도 누군가에게 무언 가를 준 적은 있습니다.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입니다.
제 짝은 뭐랄까 이쁜 친구도 아니였고 어떻게 보면 성격이 정말 좋은 친구도 아니였습니다.
음... 어찌 보면 까칠하고 매사에 짜증이 많고 많이 욱하는 친구였죠
저도 그렇게 말이 많은 아이는 아니였고 그 때나 지금이나 여자라는 존재는 생각 보다 어려워서 어떻게 대해야할지
애매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 친구가 싫지는 않았어요 호감은 있었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아요
늘 짜증은 내도 짝이라고 챙겨줄꺼 다 챙겨주고 그랬던 터라 ...
뭐 어쩄든 주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무엇인가를 늘 잔뜩 받아오는 형 때문에 어머니꼐서는 사탕을 종류별로 사오셔서 손수 큰 사탕 형태를 만들고 그 안에 사탕을 넣어서 포장을 하셨죠
그리고는 그 준 애들 한테 가져다 주라며 형에게 줬죠
저는 생각도 없었는데 어머니께서 저에게도 하나 주면서 그러셨습니다
너도 가져다 주라고
얼떨결에 받은 저는 그래서 누구를 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침 일찍 학교를 갔죠.
학기 초이고 그나마 친해진 친구는 짝이니까 짝에게 줘야 겠다 싶어서요..
일찍 간 이유는 사람들 놀림 받는게 싫어서 한 8시 쯤 갔을 꺼에요
사람이 없겠지 하고 갔는데
이거 왠걸.. 짝이 먼저 와있는 겁니다...그것도 혼자 교실에 있던 거였죠...
결국 애들이 한 두명 오고
나중에 그 친구가 화장실 갈 때 사탕을 넣어두었습니다.
그런데 오자마자 눈치채더군요
"야 이거 누가 넣었냐?"
당황한 저는 헛소리를 했죠
"어...모르겠는데? 모르는 처음보는 애가 아까 교실 나가던데 걔인가 보네.."
거짓말도 잘 못하는 애가 거짓말 하는데 눈치 못채는게 이상한거겠죠
확신은 한 듯 했지만 모르는 척 해주더군요
고맙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하고 ...네 그랬습니다.
그리고는 음 답례였을까요?
나중에 그 친구가 자기 생일 때 절 초대하더군요
처음 가는 여자애 생일 파티라 조금은 걱정 하면서 갔는데 왠걸요...
다 여자애들인데 저 혼자만 남자인 그런 상황인겁니다.
세상에.... 사탕의 답례가 4시간 생 지옥이였습니다. 여자애들의 질문 공세에 어버버 하다가 멘탈이 터져서 집으로 돌아 왔죠.
그 뒤로 어떻게 됐냐고요?
결국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고백도 하지 않았고
나중에 그 친구는 이민을 갔고 지금도 가끔 메일이나 페북으로 연락을 하곤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까칠한 그 친구는 이제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너 그 때 생각나냐 면서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서 사연으로 써봤습니다.
신청곡은 드래곤 플라이의 사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