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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갓블로의 감상문 연극 '술래잡기' 감상문

Broadcaster 갓갓블로
2017-07-17 16:24:12 1028 2 0

1.

인류의 금기 중에 몇 가지 꼽아보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사항 중에 ‘근친’이 있을 겁니다. 그리스의 비극 중에서도 소포클레스가 다룬 오이디푸스 신화도 근친에 대한 이야기이고, 동양에서도 여러 신화나 전설 속에서 근친이 나타나죠. 현대에도 프로이트나 칼 융 같은 심리학자들에 의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니 ‘엘렉트라 콤플렉스’니 하는 용어가 제창되는 걸 봐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근친’에 대한 이슈는 꾸준하게 언급되는 것 같습니다.

연극 ‘술래잡기’도 그러한 흐름을 이어받는, ‘근친’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너무 자세한 이야기는 연극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 연극과 상관은 있되 아주 직접적인 이야기는 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연극의 시작과 함께 무대가 암전됩니다. 무대 위에 나타난 한 남자와 여성은 서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심지어 생전 와보지 못한 곳에 갇힌 상태입니다. 그들은 의외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서로를 의심하고 윽박지를 뿐입니다. 상황은 도저히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 사이 무대의 불빛은 꺼지고 켜지기를 반복하며 불안을 고조시킵니다.

겨우 진정된 두 남녀는 차분히 상황을 파악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서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것이겠죠.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건  ‘여성’의 성격입니다. 그녀의 성격은 어떤 순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바뀝니다. 그녀 스스로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밝히는데, 연극에서는 이를 드러내기 위해 두 명의 배우가 한 명을 연기합니다.

뭐, 완전히 외관이 바뀌는 거야 배우 분들이 쌍둥이가 아니고서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어쨌거나 두 명의 여성이 한 명의 두 인격으로 인식된다는 게 연극 내적으로도 중요합니다. 이들의 엇갈린 진술이 남성에게는 혼란을 더하고, 좀처럼 그녀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 같은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예상되는 CCTV 너머의 ‘누군가’는 남자에게 제대로 된 상황을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모든 게 혼란스럽습니다. 심지어 연극 자체가 이러한 혼란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연극의 의도 자체가 일부러 관객을 혼란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것 같습니다. 그게 그리 성공적이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보는 내내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이들은 왜 이런 상황 속에 놓였는지 알 수 없었거든요. 연극이 끝나갈 때 쯤에서야 비로소 설명되지만 그런 설명조차도 명쾌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끝낼 수 밖에 없었을까, 한참 고민해봐도 어쩌면 ‘연극’이라는 포맷 안에서는 이게 한계인가 하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더군요.


3.

연극은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몇몇 배우라는 제한된 인물들이 제한된 시간에서 제한된 이야기를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나 소규모 연극은 이러한 제약이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그래서 배경에 대한 설명도 최대한 생략되고, 오로지 ‘보여지는 상황’만으로 ‘지금’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합니다. 이런 구성에서 ‘반전’을 노리는 게 가능할지,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 듭니다.

연극 ‘술래잡기’는 어쨌거나 스토리에 반전을 집어넣고 싶었던, 시나리오 라이터의 욕심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 욕심 때문에 사실 ‘이야기’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두 남녀가 공간에 갇혀서,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고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다가 이것이 끝끝내 숨겨져 있던 설정에 의해 ‘비극’으로 마무리되거든요. 무언가 착실히 진행되기 보다는 매 국면마다 이야기가 ‘전환’되는 느낌을 받죠.

그래요. 개연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게 정확할 겁니다. ‘술래잡기’의 이야기는 연극으로 보여주기엔 적합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게 ‘술래잡기’에 대한 총평일 겁니다. 배우 분들의 열연은 좋았습니다.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이건 오롯이 단 한 번의 연기로만 드러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보시는 것도 괜찮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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