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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

jinyl3701
2022-03-12 08:18:51 338 0 1

어느 날이었을 텐데, 그게 어째서인지 기억이 영 나지 않는다. 그때가 아마 하늘이 청아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온통 흑색으로, 곧장 비가 내릴 듯싶던 날씨였을 것이다.

분명 그런 날이였던 것같다. 아무리 기억해내려 애써도, 도시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도통 그 날의 날씨가 어떠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날, 궂은 날씨 때문에서인지 꿈 하나를 꾸었는데, 그 꿈이 몹시 불쾌했다. 바닥에 깔아둔 이불은 나의 식은땀으로 흥건히 적셔 있었고, 베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부자리에서 급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는데, 꿈이 너무나도 사나워 숨이 막힐 지경에까지 이르러서 였다.

혹여 정말로 잠깐 동안 숨이 멎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내가 꾸었던 꿈은 끔찍했다.

꿈에서의 나는 잠을 자다 눈을 떴다. 그곳은 나의 방이었다. 만날 저녁 때면 이불을 네모반듯하게 펼치고 베개를 곧게 두고서 수면하던, 무척 익숙한 나의 방이었다.

방에 뚫린 창문은 커튼으로 막혀 밖을 볼 수가 없었다. 대신 커튼 틈새로 희뿌연 달빛이 으스러져 들어오고 있었다. 달빛은 벽을 기어 바닥에 기다랗게 선을 그었다.

맞은편 벽시계로 눈을 돌리자, 바늘은 새벽 3시를 가르키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평소 눈을 뜨는 시각은 아침 6시인데, 호위호 3시간 일찍 눈을 뜬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방문은 분명하게 닫았건만은, 어느새 조금 열려 그 틈으로 거실의 냉기가 스멀스멀 들어오고 있었다. 천장 구석에 자리잡은 울긋불긋한 곰팡이들이 유난히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데다, 퀴퀴한 냄새까지 물씬 풍겨 왔다.

그때 서야 감각들이 극히 민감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부를 스치는 차디찬 공기에 아슬하여 살갗에 소름이 송골송골 돋고, 매캐한 내는 콧구멍을 타고 넘어가 오장육부를 괴롭히는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욕지기가 치솟았다.

속을 한 번 개워야 편해질 것 같아 화장실로 향하였다. 무릎을 꿇고서 변기를 양손으로 짚고 몸을 지탱했다. 곧이어 한바탕 쏟아내니, 속은 그럭저럭 상쾌해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몸이 조금 뜨거워진 듯싶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으로 이마를 어루만져 보니 더운 열기가 확 느껴졌다. 목도 부었는지,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따갑고 아팠다.

이제서야 기억나는 것인데, 그건 꿈이 아니었던 것같다.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한 것은, 아마 인사불성에 빠져 도저히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던 게 이유가 아니였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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