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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써봄2

민둥산타구니
2020-03-06 15:06:57 565 4 10

천사가 있었다.
빛의 날개를 펄럭이며, 다섯 명의 천사가 대강당의 허공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언제 그들이 온건지 아무도 몰랐다.
원래 그자리에 있었던것처럼, 그들은 자연스럽게 강당의 무대로 내려앉았다.

[나는 마법을 관장하는 케이론의 사자, 그로웰이라고 한다.]

천사중 가장 덩치가 커다란 남성이 말했다.
신화속의 천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산적같이 생겼다.

'천사라니.......'

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천사는 역사적으로 강림한 사례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큼직큼직한 사건들이었고, 그 사건의 중심에는 언제나 신을 부정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죽음을 면치 못했다.

신의 대행자.
악을 증오하고 정의를 수호하는 신의 기적.

그것이 그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설마 나를 죽이러 온건가?'

내가 지닌 '이 힘'은 부정의 감정을 먹어치우는 부정의 힘.
충분히 그들이 심기를 자극할만한 힘이었지만 확신하지는 못했다.

'아직 확신하기에는 일러.'

천사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이 인간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려고 강림한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다섯 주신 만만세입니다.'

나는 믿지도 않는 신들을 찬양하며 기도했다.

[우리는 각각 다섯 주신의 대표로서, 이 자리에 강림한 이유는 악의 힘이 이곳에 있는걸 찾아내었기 때문이다.]

'이런 씨발!'

순간적으로 입에서 욕설이 나올뻔했다.
나는 호흡을 천천히 하며 숨을 내뱉었다.

'어째서지?'

아버지를 죽인 이후 이 능력을 쓴 기억은 없었다.
있다면 본의 아니게 마력에게 먹이를 제공한것이지만,

'설마 그런걸로 나를 찾을 수 있을리가.'

그랬다면 감옥에서부터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신나게먹어치운 마력을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을리가 없었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지금 상황은 내게 무척이나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발각된다면 신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것이다.

-쾅!

[10분의 유예를 주겠다. 죄인은 스스로 나와서 신의 심판을 받을것을 명하노라! 그리하면 고통없이 영혼을 소멸시키겠다!]

이름모를 천사가 무대에 지팡이를 찍으며 일갈했다.
좌중이 시끄러워지며 범인을 찾기 시작했다.

'어쩌지, 어쩌지어쩌지어쩌지.'

이대로 죽고싶지 않았다.
로아의 오빠로써 살아가고 싶었고, 평범하게 결혼해서 아버지가 되보고싶었다.
하고 싶은것, 이루고 싶은것이 많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모르지 않을까?
굳이 자수하라고 하는것은 장소만 특정했을뿐, 나라는 사실을 모르는것은 아닐까?

'그래, 가만히. 눈에만 띄지 않는다면.......'

들키지 않고 끝날 수도 있다.
그런 나의 어설픈 생각을 비웃듯이 거구의 천사 그로웰이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시간이 되었군.]

그러고는 허공의 균열에서 거대한 활을 꺼내들어 정확히 '나를' 겨누었다.
빛이 모여들어 화살이 되었고, 현을 뒤로 당기며 심판자가 선언했다.

[영겁의 고통에서 죽거라.]
''염병......!''

시위를 떠난 화살이 내게 쐐도했다.
나는 최대한 몸을 비틀었지만 미처 막지 못하고 오른쪽 어깨를 내주고 말았다.

''카학!''

-콰가가가각!

화살에 꼿힌 나의 몸이 대강당의 벽면에 쳐박혔다.
입에서 피가 꿀렁거리며 차올랐다.

''오라버니, 괜찮으신가요!''

로아가 내게 달려왔다.

''다가오지 마!''

내게 접촉하면 괜한 불똥이 여동생에게 튈 수도 있었다.

나는 입가를 닦으며 상처를 살펴보았다.
어깨는 빛의 화살에 꿰뚫린채 그 자리에 핏물이 꿀렁이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치명상......'

이대로 두면 죽는건 확정이었다.
급소는 피했지만 곧 죽을게 훤히 보였다.

'이대로......죽어?'

죽는다고?
내가?

행복해지고 싶었다.
감옥에 갇혀있던 시절부터 줄곧, 가족과 함께 할 행복한 나날을 꿈꾸고있었다.
그걸 겨우 이루게 되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모두 똑똑리 봐두거라! 이것이 악에 물든 자의 종말이로다!]

마른 인상의 천사가 좌중에게 소리쳤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욕설을 퍼부었다.

''에라이! 그 나이 처먹고 하는짓이 그따위냐!''

단단한 물건을 내게 던졌고.

''퉤! 불길한 새끼! 천사님들, 저 악마를 빨리 죽여주쇼!''

걸쭉한 가래를 나를 향해 뱉었으며.

''역시......자신의 아비를 죽일때부터 알아봤더니.......쯧, 마수만도 못한 놈. 마수도 부모의 은혜는 잊지 않는다 녀석!''

모든 악의 근원이 내게 있다고 하였다.

''다들 그만하세요! 제 오라버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로아가 소리쳤지만 그 누구도 듣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로아마저도 헐뜯는 대상이 되었다.

''악마의 동생......''
''저년도 악에 물들었을 가능성이.......''

로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 아니야. 우리 오라버니는.......''

[그만.]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사람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그로웰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저 아이는 악에 물들지 않았다. 모든 악의 근원인 저자만이 우리의 심판의 대상이다.]

그리고는 나를 보더니 씨익 웃음지었다.

[그러니 이제부터 심판을 내리도록 하지. 마스타냐.]
[응? 왜 불러?]

로브를 입은 여천사가 그로웰의 옆에 섰다.

[집행하라.]
[정말? 이번 심판은 내게 주는거지?]
[그래, 대신 확실히 끝내도록.]
[맡겨만 줘!]

마스타냐라고 불린 여천사는 입술을 핥으며 허공의 균열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은빛으로 빛나는 백염의 창.
그것을 한손에 쥐고는 마스타냐는 활짝 웃었다.

[이게 얼마만의 집행이야? 정말 요즘 할게 없어서 심심했는데.]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벽에 쳐박혀있는 나에게 창을 겨눈 마스타냐가 형형히 눈을 빛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라도 있니?]
''.......''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정신은 흐릿했고, 주위의 모든 소리가 점점 차단되어갔다.
온몸에 움직일 기력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나는 폐에서부터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어째서......내게 이런 짓을.......''
[응? 그야 당연히 네가 악이니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다.

'정말 쓰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다.
살려면, 그 힘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내 힘을......알고있나......?''
[뭐야, 모르고있었어?]
''그래.....그러니 좀 알려줘봐......''

그녀는 잠시 두 눈을 감고 고민하는척 하더니 씩 웃으며 대답했다.

[시이러~안가르쳐줄꺼야. 어차피 죽을거잖아?]
''씨발, 누가 죽는다고.......''

죽지 않을거야.
죽을까 보냐.

[이제 슬슬 죽는게 어때? 유언 다 끝났지?]

그러니까 슬슬

''리오!''
''오라버니!''

로아가 내게로 다가오자 마스타냐가 손가락을 튕겼다.
반투명한 결계가 반원으로 생기더니 로아가 다가오는것을 막았다.

-쾅! 쾅쾅!

''오라버니! 오라버......젠장할! 빨리 열어 이 썪을년!''

[집행 도중에 방해하면 안되지.]

마스타냐는 그쪽으로 시선 한번 주지 않은채 팔을 뒤로 당겼다.
백색의 화염이 거세게 불타오르며 성창(聖槍)을 감싸안았다.

'쳐먹을만큼 먹었으면 일할 시간이다, 빌어먹을 새끼.'

***

-화륵.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오랜, 아주 오래된 15년 전의 광경이.

-이분이 바로 너희의 새아버지다. 무려 우리 마을을 마수로부터 구해주신 영웅이란다.
-하하! 반갑다 얘들아!

아버지는 처음엔 무척 자상했다.
하지만 날이 갈 수록 눈에 띄게 폭력적으로 변해갔고, 본성을 드러내기까지 몇달 걸리지 않았다.

-크으, 역시 유부녀가 조여주는 맛도 일품이군!
-아악!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사, 살려주.......꺄악!

아버지란 인간이 날마다 어머니를 범했고, 어머니는 점차 이지를 상실해 나갔다.

-화르륵!

-이년도 다 자라면 저년을 닮아서 예쁠테지......
-제발 아이들만은 건들지 말아줘요......제발.......
-퉤! 시벌련이 지금 어디서 하늘같은 남편에게 이래라 저래라야?

나는 그가 기분이 나쁠때마다 얻어맞는 신세가 되었고, 로아는 간접적인 성희롱을 당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날.

-아아, 아, 아아아아.

벽면에 튄 피보라 그대로.
전혀 변하지 않은 그때의 끔찍한 광경이 눈에 보이는듯 했다.
어머니는 남자에게 깔린 채 조용했고, 여동생은 구석에서 큰소리로 울었다.

-화륵, 화르륵!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등에서 검은 박쥐의 날개가 자라고, 마력의 불꽃이 타오르며 정신을 좀먹어갔다.
열심히 수련해온 컨트롤이 지금은 전혀 듣지 않는 상황이었다.

'죽여라.......'

머릿속에서 분노와 저주에 물든 '의지'가 들려왔다.

죽여. 죽여.
나를 겁박하는 모든 자를.
세상에 태어난 의미도 없이 죽어야만 했던 나를 대신해서 죽여라!

[우선 팔 두개정도로 시작할까.]

마스타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불타는 성창이 오른팔을 노리고 쏘아지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쏘아진 창은 내 눈에 아주 느리게 보였고, 나는 이지를 상실한 눈으로 조용히 팔을 들어올렸다.

거대한 검은 대검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베어라.''

베어서 죽여버려!

[무슨......!]

마스타냐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서걱.

성창과 함께 여천사의 상체가 반으로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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