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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써봄1

민둥산타구니
2020-03-06 15:05:21 434 3 3

아버지는 언제나 불합리했다.

제멋대로에 난폭하고, 그런 주제에 마을의 영웅이란 취급이었다.

이상해.
어머니를 범하고, 여동생을 나를 폭력으로 다스리는 그가 영웅이라니.

''.......''

나는 문틈에 서서 아버지란 인간이 하는 짓거리를 보았다.

''울어! 울어 재끼라고 빌어먹을 여자! 젠장, 써먹지 못하겠군.''
''아아, 아, 아아아아.''

어머니는 고개를 뒤로 젓힌채 몸을 경련했다.
눈에는 생기라곤 없다. 지혜도 없다.
그저 멍한 눈으로, 나와 눈을 맞추었다.

'그래.......'

끝내자.
이 지옥같은 일상을.
아버지를 죽이고, 행복을 되찾는것을 결심했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강력한 마수로부터 마을을 지켜낼 정도로 강한 그를 죽일 수 있을까.

-두근!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심장을 부여잡았다.

-화르르륵!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개화하는것을 느꼈다.

나의 몸에서 어둠이 뻗치었다.
어둠은 심장에서 등으로, 등에서 날갯죽지로 이동하여 날개의 형상을 하였다.

박쥐의 날개였다.
불안, 초조, 분노, 슬픔, 공포, 허무등 온갖 부정의 감정을 먹이로 하는 마력(魔力)의 날개.
내 가슴 높이에 검은 송곳이 생기더니 그대로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쓸모없는 년! 어서 좋은 소리...로.....울라고.......어?''

벽면에 피가 튀었다.
남자가 울컥 피를 토하며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털썩

그리고는 자세 그대로 앞으로 엎어지더니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마을을 구한 영웅 치고는 꼴사나운 죽음이었다.

흐릿해지는 시야로 끔찍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남자에게 깔린 채 조용했고, 여동생은 구석에서 큰소리로 울었다.

'이제...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9살의 남자아이가 처음 살인을 한 날이었다.

***

''하악!''

이불이 흘러내리며 급히 몸을 일으켰다.
거친 호흡을 내쉬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후우....후우우........''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정확히는 그 안에 있을 심장을.
박동하는 심장에서 타오르는 '마력'이 느껴졌다.

''최근에 잠잠하다 싶었더니.......''

'이 힘'은 불규칙적으로 악몽을 꾸게 만들었다.
모든 부정의 감정을 먹어치우는 '이 힘'은 숙주인 나의 감정조차 먹이로 한다.
즉, 악몽을 꾸게 해서 감정을 생산하게 하는것이다.

''후우.......''

손으로 얼굴을 쓰려내렸다.
나는 탁자 위에 놓여있던 물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자 악몽의 불쾌함이 조금은 가시는게 느껴졌다.

''......그나마 살겠네.''

빈 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옷을 걸쳐입었다.
오늘은 마침내 학교를 졸업하는 여동생을 보러 가야하기 때문에 바쁜 일정이 될 예정이었다.

여행경비로 금화를 몇개 챙긴 나는 나가려다 말고 어느 방을 바라보았다.
깔끔히 정리되어있는 방에는 찬공기만이 머물고있었다.

''.......''

지금은 없는, 어머니의 방이었다.
나는 '그 날'이후 왕국의 감옥에 15년을 갇혀있었다
아버지가 모아놓은 재산이 있었기에 생계에 지장은 없었지만, 결국 병이 들어 돌아가셨다고 한다.

''.......다녀올게요.''

짧게 고개를 까딱이고 집밖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눈이 쌓여있었다.
해는 중천이었지만, 지금부터 마차를 타고간다면 얼추 맞을 것이다.

사박사박 소리를 내며 눈길을 지나가자 주위에서 이상한 눈초리들이 비수처럼 꼿혔다.

''저 패륜아는 어째서 죽지않고 살아있는걸까......''
''아버지를 죽인 녀석이다. 평생을 참회하며 살아가야 하거늘......쯧!''

전부 무시했다.
이런건 감옥에서 출소하고 난 이후로 수도없이 들어왔기에 내성이 생길대로 생겼다.

-콰직!

계란 하나가 날아들어 몸에 부딪혔다.

''나쁜 새끼! 로디악 아저씨를, 우리 마을의 영웅을 죽인 살인마! 그대로 감옥에서 썪었다면 좋았을텐데!''

스물 넷인 나와 동갑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노려보았다.
저녀석은......분명 자신의 어미가 아버지에게 구함받았었지.
도를 넘은 처사였지만 주위의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기분 잡치네......'

그들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마을을 구한 영웅이 그런짓을 하지 않았다고, 우리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철저하게 믿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를 따라오던 마을의 주민들이 움찔, 하며 같이 멈추었다.

나는 눈을 매섭게 뜨며 살기를 일으켰다.

''적당히 해라, 죽고 싶지 않다면. 나의 아비처럼 바람구멍을 뚫어주리?''
''뭣!? 저, 저놈이......''

주민들이 공포를 드러내며 뒷걸음질 쳤다.
그들의 공포와 분노가 내게 스며들어와 마력의 먹이가 되었다.

-화르륵!

마력의 불꽃이 거세게 타올랐다.

'뭐, 뭐야?'

다행히 표정이 흐트러지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적잖이 당황한 상태였다.

마력의 움직임이 평소보다 활발했다.

감옥에서 수십년을 헛으로 지내지는 않았다.
막 마력을 개화했던 시기에는 통제가 되지 않았기에 마력을 컨트롤하는 기술을 연마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래?'

쯧, 혀를 찼다.
마력에 의해 흔들리는 정신을 다잡으며 몸을 돌렸다.
주위의 누구도 더 이상 덤벼들지 않았다.

'아까의 꿈 때문인가.......'

무언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아니 훨씬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겠어.'

***

여동생이 다니는 학교는 마을과 하루 거리에 떨어진 아스카에 위치해있었다.
아스카는 대륙의 3분의 1을 차지한 자이카 왕국의 수도로, 어지간한 소국과 맞먹는 크기를 가진 도시였다.

''.......어서오시오, 아스카에.''

수도경비문에 도착하고나서 건넨 신분증을 들여다 본 병사는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곧 범죄를 저지를 죄수를 보는 시선.

나는 피하지 않고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수상한 짓은 하지 마시오.''
''하, 당연하지.''

신분증에는 범죄 기록이 마법적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결코 숨길 수 없었다.
병사에게서 신분증을 낚아채듯이 가져간 나는 그제서야 아스카로 진입할 수 있었다.

학교는 멀지 않았다.
커다란 대로를 따라 걸으니 웅장하면서도 엄숙한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학교를 찾을 수 있었다.

''오라버니!''

로아가 활짝 웃으며 학교의 정문에서 뛰어왔다.
나는 나에게 뛰어드는 여동생을 마주 끌어안아주고는 살짝 몸을 떨어뜨렸다.

''축하해, 로아. 드디어 졸업이구나.''
''네! 어서 학교를 졸업해서 오라버니와 함께 집에서 꽁냥대고 싶어요!''
''하하! 그것도 진학하기 전까지지만.......''

로아에게 듣기로 로니에 국립 학교는 졸업하고 3달간 휴식기간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 이후엔 학교에서 배운 6년간의 성적과 특성을 토대로 국가에서 직업을 알선해주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것이다.

''그러니 그 전까지는 잔뜩 즐길거라구요!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하면 오라버니는 제가 책임질게요!''

로아는 전자로, 특성 전문 연구 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된다.
학생인데 달마다 월급이 들어온다고 했던가.

'아직 남아있는 재산은 많지만.'

아버지였던 인간은 모험가였다.
모험가는 몬스터와 싸우며 목숨을 거는만큼, 많은 돈을 벌수 있었기에 그가 남긴 재산은 10년을 쓰고도 남았다.

'뭐, 녀석도 그걸 모르고 한 말은 아닐테지.'

로아는 흥분한듯이 콧김을 내뿜으며 헤실거리는 표정으로 나의 배에 얼굴을 비볐다.
나는 미소를 지은 채 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빠가 되어서 동생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지. 로아, 나도 다음 주부터 일을 할거야.''
''정말인가요, 오빠?''

로아가 놀란듯이 고개를 들었다.

''응, 마수를 퇴치하는 일거리는 잔뜩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그런건 위험할텐데.......''

그녀의 얼굴에 걱정이 어렸다.
나는 무릎을 굽히고 로아와 시선을 맞추었다.
살포시, 재차 끌어안으며 로아의 머릿결을 따라 쓰다듬었다.

''괜찮아. 나는 '그 힘'을 쓰지않아도 충분히 강하니까. 이 오라버니는 의외로 강한 사람이다?''
''.......응! 오라버니는 굉장히 강해요!''

로아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로아의 손을 잡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교내의 복도에서 로아는 아쉽다는듯이 손을 놓으며 나를 향해 팔을 흔들었다.

''그럼 저는 교실로 돌아가야해서 이만 가볼게요, 오라버니.''
''그래, 졸업식은 대강당에서 한다고 했지? 거기서 기다릴게.''

나는 교실이 있는 2층계단을 올라가는 로아를 잠시 바라보고는 바로 옆 건물인 대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녀석!''

파악! 나의 등을 때리는 감각을 느껴 뒤를 돌아보았다.

''오랜만이다, 리오. 출소 때 만난 이후로 처음이지?''
''테리!''

테리는 어렸을적 함께 어울렸던 유일한 친구였었고, 리오는 내 애칭이었다.

율리우스.
그저 그뿐인 평범한 이름이었다.

''언제왔어?''
''나는 하루쯤 일찍. 수도 관광좀 하며 돌아다녔지.''
''분명 테스도 로아와 같은 나이였지? ''
''그래, 그것뿐만이 아니라 둘이 같은 반이었다고. 몰랐었냐?''
''전혀 듣지 못했는데......''

테리의 동생인 테스와 로아는 같은 19살이니 같은 반인것도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니다.

그 후로도 나와 테리는 대강당의 학부모석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졸업식은 조금 시간이 지나고나서 진행되었다.

무대에서 은사의 은혜를 기리는 송별가 합창이 진행되었고, 모든 학생들에게 졸업장이 수여되었다.

로아가 졸업장을 받고 나에게 작게 손을 흔들자 웃으며 마주 흔들어주었다.

[이상으로 졸업식을 마칩니다. 여러분들은 아직 보석의 원석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욱 자신을 갈고 닦아서 대륙에 명성을 떨치시길 저희 로니에 국립 학교에서 기원합니다.]

음성 증폭 마법이라고 했었던가?
마법을 사용한 대머리 교장의 목소리가 대강당에 울려퍼졌다.
졸업식이 끝나자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로아와 테스도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오라버니! 아, 테리 아저씨도 안녕하세요.''
''난 너희 오빠랑 같은 나이다만.......''

테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동생을 맞이했다.

''테스는 율리우스에게 인사 안하냐?''
''.......''

테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고 겁먹은 표정을 짓더니 테리의 뒤에 몸을 숨겼다.

''이 새끼가......미안하다. 리오.''
''아니, 괜찮아.''

나를 두려워하는 테스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야 무서워할만도 하지.'

나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다.
비록 친아버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자신의 부모를 죽인 패륜아를 누가 반겨줄까?
충분히 테스의 감정을 이해해줄 수 있었다.

나는 분위기를 환기하듯이 화제를 돌렸다.

''너는 이제부터 어쩔꺼냐? 나와 로아는 수도를 좀 돌아보려고 하는데.''
''마음같아선 함께 다니고 싶지만......''

테리는 뒤를 돌아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마을에서 보자.''
''그래. 열심히들 즐겨라.''

우리가 대강당을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인간들이여.]

중후한 목소리가 대강당에 울려퍼졌다.

''천......사?''
''......진짜인가?''

학부모와 학생들이 수선거리며 혼란에 빠져들었다.

''저거 진짜냐.......''

테리가 어느 한곳을 바라보며 멍하니 내뱉었다.

그곳에는.

[신의 대행자를 영접하라.]

천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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