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애 0

외국 나가서 거리를 다니실때 한국말로 크게 떠들지 마세요.

한국 말 알아 들을 사람 없다고 생각하시면, 가끔 민망해 질 수 있어요.

몇 년 전 겨울 이야기인데요.

화장실이 꽤나 그리웠던 까닭에 스타벅스에 들려 급했던 용무를 일단 해결하고,

용무를 해결했으니 들어온 김에 몸도 녹일꼄,

회색빛 양탄자같은 하늘 사이로 잠시 머무르는 햇빛이 아쉽기도 해서

커피한잔 천천히 마시고 일어서는 오후의 소소한 사치를 즐기기로 맘먹었던 때였어요.

이런저런 생각을 추수리기도 하고 , 

방금 전 수분이 빠져나간 체내의 세포 하나하나를  카페인이 혈관을 타고 흐르며 다시 깨우는 그 짜릿한 느낌을 구석진  카우치에 몸을 가누고 즐기고 있던 차에,

마침 제 앞 테이블 앞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동양인 커플이 자리를 잡고 앉더라구요. 한국 관광객 분들 이셨어요. 어쩌면 신혼 여행중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애초에 관심을 가지진 않았는데 남자분이 꽤나 자신감있는, 매우 크고 웅장한 목소리로 말을 하셔서 안 들을 수가 없더라구요

    '너 알아? 남자의 얼굴은 차야 차!...'

    '어디가서 자존심 세우려면 차가 기본은 되야 해'

   '남자가 면이 있지, BMW 3는  챙피해서 봇 타구 다녀! 최소한 5 씨리즈는 몰구 다녀야 어깨 펴고 다닐수 있는 거라구...'

아아!!...그럼 그렇지, 추운 겨울 날 오후,  평화 롭게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저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거 였군요..

그 이후에도 그 남자분, 자신의 독특한 자동차 철학 (이라 쓰고 개소리라 읽는다) 를 여자분에게 꽤나 길게 설명하던데, 그러고 보면 여자분 참을성도 꽤나 좋으신 듯, 여튼 그 대화 내용을 차마 이자리에서 더 옮기기도 뭐하고, 저역시 계속 듣고 있기가 불편해서 좀 지나 일어섰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죠! 차는 어떤 부류의 사람에게는 자존심이고, 자신을 증명하는 상징이기도 하겠고.....저두 BMW 5타면 어깨에 저절로 힘 들어가는 그런 단순해서 행복한 (?)삶을 살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각설하고 매년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문턱 즈음에  수 많은 올드카 애호가들이 모여서 런던에서 브라이턴(Brighton) 까지 랠리를 하는 이벤트가 있어요.

물론 그 전에 런던 시내에 모여서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전시 행사도 하구요.

제가 매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꼭 가보는 이벤트 중 하나인데요, 몇년 전 그때의 모습 사진이 몇 장 있어서 올려 볼께요. 그때 제가 작업용으로 쓰는 낡디 낡은 디카로 찍은 거라 별로 해상도나 색감이 이쁘지 않은점 양해해 주세요.

차 앞에서 댄스 퍼포먼스를 준비중이었는데...막상 춤추는 건 못찍었어요.

 프랑스 뿌죠, 연식이 아마도 1900년 즈음 모델인 듯 싶기도..잘 보시면 맨 왼쪽으로부터 싸이드 브레이크, 기어 스틱, 그리고  매우 독특한 핸들 동축이 보입니다. 

귀여운 캐딜락이네요. 참가자들은 자동차 뿐 아니라 코스튬도 그 당시 차림으로 하는데요, 차에 대해서 물어 보면 굉장히 친절하게 안내도 해 주시고 

재미없는 개저씨 농담도 잘 해 주시고... 그나 저나 저 아주머니는 호주에서 부터 오셨군요.  그 다음 날 아침, 저렇게 입고 런던에서 브라이턴 까지 달릴려면 춥겠당 히터도 안 나 올텐데..

이차는 꽤나 신형(?) 이군요 아마도 제조 년도가 1900년 이후 인듯..

나니?? 이건 구루마가 아닌데?

앞에달린 네모난 박스는 라디에이터 그릴인걸까요?? 

다들 재미있게 보셨다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