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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더에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올리는 작은 단편소설 2

엘단이
2019-08-20 14:31:43 112 0 0

Chapter 1. 주마등

1화


"그래서, 그 담배가 자네 가문 최고의 재료로 만든 거라고?"

빅토코 슈메이커가 잘 다듬은 나노 강철을 마네킹에 조심스럽게 얹으며 물었다.


고풍스러운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시가 연기를 코로 천천히 뿜었다. 그는 손에 든 위스키를 한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 은하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맛있고 질 좋은 담배일 걸세."


빅토코는 껄껄 웃었다. "지구만 가봐라. 그런 담배는 널려 있을테니."

라프트 비샤는 재떨이에 담뱃재를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는 지구에서 몇천만 광년 떨어져 있으니까 그 가치가 있는거지."


낮은 진동음이 거대한 정거장의 중심부를 따라 전해졌다. 빅토코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게이트에서 서서히 빛이 사라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게이트를 통과해 성간 이동을 완료한 우주선들이 각자의 도크로 천천히 향하는 것이 보였다.

"있지, 비샤. 그 담배 한 상자만 놓고 가게."


비샤는 씨익 웃었다. "그렇게 나와야지." 그는 가방에서 고급진 나무 상자를 꺼내 빅토코의 작업대 위에 놓았다. 빅토코는 상자를 열고 한개비를 꺼낸 다음 불을 붙였다.

"내일이면 슈트가 다 완성될 거네. 값은 수선비로 퉁치는 걸로 하지." 수선장이는 껄껄 웃으며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비샤는 상관 없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빅토코가 서 있는 창가로 건들거리며 걸어갔다.

둘은 잠시 말없이 시가를 즐기며 창밖의 거대한 정거장과 그 너머로 보이는 끝없는 검은 우주를 감상했다.


문득 빅토코의 눈에 처음 보는 성체가 보였다. 형언할 수 없는 괴이한 흰 빛을 띄는 그 천체는 마치 성운 같았지만, 빛을 발하는 모습이 불규칙적인 파동 같아 보였다.


"어이, 저거 보여?"

비샤는 눈을 찌푸리고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뭔가... 기다란 촉수 같이 생긴 구름이로군."

.

.

.


2시간 뒤, 성간 다차원 이동 게이트에서 하얀 가루 같은것이 스며 나오는 현상이 목격되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크이케 즈치의 모든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안전한 다른 은하로 이동 가능한 유일한 수단인 게이트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빅토코와 비샤가 기이한 천체를 처음 목격한 지 5시간이 되었을 때,

최초의 성간 다차원 이동 게이트를 보유한 초대형 우주 정거장이자, 1000만의 민간인과 300만의 정예 기동대가 거주중이던, 최초의 외우주 전초기지로 작동하던 난공불락의 아이콘 '크이케 즈치'는 사라졌다.

천문학자들은 훗날 이 현상을 이렇게 불렀다.


<회이트아웃>

.

.

.

"맙소사."

크이케 즈치에서 약 15광년 떨어진 인근 정거장 '타람 카 자스민' 에서 이 현상을 목격한, 한 군인은 이렇게 진술했다.

"그곳에는 하얀 빛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눈부시게 빛나는 흰색이 아닌, 너무나도 소름끼치고, 마치 죽음을 연상하게 만드는, 탁한 하얀 빛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저는 누군가의 응시를 느꼈습니다."



이 진술 이후, 3시간이 지났을 때, 타람 카 자스민 정거장의 신호가 모두 단절되었다.

.

.

.

빅토코와 비샤가 기이한 천체를 처음 목격한 지 12시간이 지났을 때,

외우주 '게코 IV' 에 있는 7개의 정거장 모두가 사라졌다.



그리고 지구에 있는 천문학자들은 게코 IV의 중심에서 갑자기 나타난 퀘이사를 발견했다.



소름끼치는 흰 빛의 그 퀘이사를 사람들은 <퀘이사 블랑> 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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