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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라디오♥ 오랜만에 올리는 자전적 사연

RIVMA94914
2019-11-16 01:12:41 117 1 2

사연 읽으시기 전에 틀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Alcest라는 프랑스 밴드가 부른 Sur L’Ocean Couleur de fer라는 곡입니다.

https://youtu.be/waGDKnFv_Vg

바다 위에서 쓸쓸하게 있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의 노래입니다.




저는 염세주의자입니다.

저는 말도 어느 정도 잘 하고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마주보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만 받아들이기 싫어하고, 친해져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합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오래 전으로 거슬러 가야할 거 같네요.


군대에 있을 때만 해도 저는 이프님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남을 설득하는 능력이 상당히 떨어졌고, 눈치도 없어서 의도가 뭐고 어떻게 달랠지에 대해 생각도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제가 억울하게 당한 일임에도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설명하는 말빨 자체가 없었고, 선임이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저를 갈궈도 모든게 제 잘못이고 정말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받아들였다는 거죠.

더 서러웠던 것은, 제가 그 말을 들음으로서 대답은 제가 잘못했다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상처를  계속 받았고, 제가 뭘 고쳐야 할지 모르는 그 무지함에 너무나도 화가 났다는 겁니다.

결국 제가 집에다 전화를 걸어서 군생활 못해먹겠다고 다 털어놓았고, 그동안의 서러움을 다 방출한 뒤에 부모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주장을 하는데 있어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이성적 사고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염없이 숫자만 보면서 공부했던 학교 공부와는 달리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대화도 조금씩 시도하면서 서서히 사람이 말하는 의도를 파악하고, 눈치를 파악하는 것이 쉬워졌습니다.


그리고 그때 머릿속을 정리하면서 제가 대화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자기 할 말만 몇 십분째 하면서 상대가 입을 열 기회조차 안 주는 사람.

두번째, 상대의 말을 가로채는 사람.

세번째, 답정너.

이 세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대화의 예의가 없는 거로 보고 바로 손절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제가 사귀고 있던 여친이 있었습니다.

키는 작지만 귀엽고, 지적인데다 논리적으로 말할 줄 알고, 취향이고 생각이고 참 소박한 사람이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군대에서 눈치와 이성적인 사고를 기르면서, 말하는 거로 싸우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제가 동정심에 연민을 가지고 먼저 고백을 해서 사귀게 된 거였고, 항상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지켜주겠다고 했지만,

제 여친은 제가 싫어하는 대화 유형에 세가지 모두 해당되는 케이스였습니다.


군대에 있으면서 대화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터라 여친에게 말하는 거로 인해 내가 기분이 언짢아질 수 있고,

나는 대학원도 준비할 거라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는건 너무나도 무리라고 말했지만,

여자친구는 알겠다고 하면서도 며칠 뒤면 저의 말을 끊고 본인의 이야기를 수십분 늘어놓다가, 본인에 대한 사랑의 확인 차 뜬금없는 질문을 계속 하면서 본인이 예상했던 답을 제가 하지 않으면 화를 내곤 했고, 풀어지는 것도 엄청나게 오래 걸렸습니다.

사랑 안한다는 얘기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 생각을 말했을 뿐이었는데도요.

또한 저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럼 대학원 졸업하고 바로 결혼하자고 했지요.


다시 군대에 있을 때의 악몽이 떠오르고 제가 원하는 삶이 깨어질거 같다는 두려움이 들면서

더 이상 연애를 하면 제가 불행해질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역 후 진해로 벚꽃축제를 갔다온 뒤에 여친의 크고작은 실수로 인해(버스표를 놔두고 와서 차를 제때 못 탈 뻔하고, 앞에서 안했으면 좋겠다 싶은 대화를 또 시도하는 등) 크게 싸운 뒤로, 며칠 뒤 헤어졌습니다.


이때 제가 깨달은 것은, 사람은 적어도 누군가의 바람과 노력만으로는 바뀔 수 없다는 것이었고,

제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휘둘리는 거에 크게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눈치가 없어서 고통받았다면, 이젠 눈치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의도대로 말하고 행동하기 싫어졌습니다.

언제나 제가 한발 뒤로 물러서야 하고, 상대는 그걸 당연하게 여기면서 여전히 자기 뜻을 굽히지 않으니까

사람을 만나면서 또.뭔 갈등이 생길까 불안해졌고, 그런 일을 수시로 겪고 그러면서도 상대를 이해해야 하는 연애라는 행위에 염증을 느끼게 된 거죠.


그리고 사람에게 굉장히 무관심해져서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절대로 제가 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과 굳이 친해져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대화의 기회를 얻고자 노력하는 것도 귀찮아졌습니다.

물론 제가 이렇게 바뀌기 전에 친했던 친구들과는 계속 친하게 지내지만,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은 거의 없고, 예전부터 친했지만 이후로 딱히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과는 망설임없이 연락을 끊었습니다. 아무런 후회도 미련도 안 느껴지더라고요.

그저 사람에게 철저하게 선을 긋고 감정을 배제한 저의 판단을 믿으면서 어떠한 후회도 없이 제 행동에 책임지고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운명적인 사랑도 믿지 않고, 낭만도 없습니다. 연애에 대한 환상도 연애할 때의 기쁨도 다 박살나버렸습니다.

제 눈에 예쁘거나 멋있는 사람이 종종 눈에 띄지만, 그 사람과 만나기 위해 노력하기 싫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한 명의 사람일 뿐인거죠.

이성과 한 공간에서 대화를 하더라도 그 이상의 감정은 느끼지 않습니다. 사실 그게 당연한 거고 저는 잘해줄 능력도 의지도 없으니까요.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거 외에 어떠한 의도도 없습니다.


이젠 제가 마주치는 그 어떠한 사람과도 깊게 엮이기 싫고, 조금이라도 휘말리기도 싫습니다.

그저 귀찮습니다.




사연 끝나고 신청곡은

역시 프랑스 출신 밴드 Les Discrets의 Rue Octavio Mey라는 노래입니다.

요즘은 이런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노래가 끌리네요.

https://youtu.be/oZj-44Slu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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