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선인장 0

군대썰이라 쓰고 사실 고해성사에 가깝습니다.

때는 상병 4호봉, 야외훈련을 끝마친 다음 날 훈련도 뛰었으니 총기점검을 실시한다 해서 소대끼리 모여서 총기수입을 하고 있었죠. 저 역시 그때 별 생각없이 총을 꺼내고 수입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때 뭔가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 가스조절기가 어느순간에 사라진 겁니다.

물론 가스조절기는 어차피 소모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욕을 안먹진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물면 상꺾을 다가가는 당시 제 짬으로썬 가조기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기열찐빠짓이였기 때문에 그 순간 식은땀이 쥬르륵 흘렀습니다.

하지만 바퀴벌레도 죽기 직전엔 아이큐가 300 가까이 올라간다는데 인간이라고 그런 일 없겠습니까. 전 곧바로 해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부주의하게 가조기를 방치한다는 기열짓을 하는 다른 사람의 가조기를 긴빠이 치는 것이었습니다. 

곧바로 수입하는 척 하며 눈알을 굴리면서 주변을 탐색합니다. 근데 생각보다 다들 가조기를 간수 잘 하더라고요? 절망감에 쌓일 때 누군가가 부주의하게 가조기를 방치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바로 제 조카군번이였죠.

타겟을 정한 저는 속으로 날 용서해다오 넌 아직 짬이 덜 차서 이런 찐빠짓을 당해도 그냥저냥 넘어가잖니 하곤 슬금슬금 다가가 K201(유탄)을 받은 지 얼마 안된지라 수입법을 잘 모르는 조카에게 친절히 수입법을 설명함과 동시에 가조기를 긴빠이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수입이 다 끝날때즈음 당연하게도 조카는 가조기가 사라졌다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없는 가조기를 찾기 위해 생활관 전체를 뒤졌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없겠죠 제가 긴빠이 쳤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제 동기가 보급계 선임이랑 작업하다가 몇 개 얻은 가조기가 있길래 그걸 조카에게 주는 것으로 해프닝이 끝났습니다. 당연히 2주동안 조카는 온갖 욕을 다 먹었고 전 그 이후로 전역할때까지 그 조카한테 PX도 많이 멕여주고 잘 챙겨주었습니다.

전역한지 조금 됬지만 제가 고의적으로 기열찐빠짓을 한 몇 안되는 일이기에 이벤트 겸 고해성사를 합니다.

인장님 이벤트 보는 게 끝난것 같긴 한데 그래도 생각나는 김에 늦게나마 올립니다. 닉네임은 deadringer이고 친추 되어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