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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고민/일상 비오는 날 떠오르는 그녀

밍토리집사님
2018-07-08 23:42:43 766 0 0

안녕하세요 저는 24년 묵은 트수입니다. 현재 대체복무로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일하지 않을때 간간히 트위치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타지에서 지인도 친구도 가족도 없이 혼자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어둠 속에서 지내다 보니 외로움이 저를 삼키더라구요. 그래두 이렇게 방송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ㅎㅎ 

트위치를 보게 된 계기는 10년지기 친구가 방송을 시작했다며 방송에 놀러오라 해서 작년 말부터 트위치를 시청한 것 같습니다. 그때 당시엔 친구가 시청자를 많이 모으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화질이 좋지도 않았고 버퍼링도 많이 걸렸기 때문에 간간히 인사만 하러 들어갔다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친구의 방송에 들어갔더니 방송의 규모가 커져서 제휴 스트리머가 되어 있더라구요. 시청자들도 많고 방송시청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기에 점차 방송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그곳의 청자분들이랑도 친해지고 그곳에 놀러오는 다른 스트리머님들의 방송에도 놀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든 분의 방송에 둥지를 틀고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지더라구요. 어짜피 퇴근하면 볼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었기에 모든 휴식시간을 트위치에서 보내기 시작했어요. 특히 게임을 하지 않고 사람들과 떠들고 노는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라디오와 그림을 주 컨텐츠로 삼으셨던 그 분의 방송에서 터줏대감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며칠간 지내다보니 친구의 방송에서 그랬던 것 처럼 그곳 시청자들과도 친해졌고 스트리머분도 다같이 친구처럼 지내는걸 지향한다며 친목을 허용해주었기 때문에 정을 많이 붙혔던 것 같습니다. 여느때처럼 사람들과 스트리머와 하루 일상을 공유하면서 시청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저와 투닥거리던 트수 한분이 저에게 이해할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저 술먹고 있는데, 디코로 소리 들어보실래요?" 지금도 여전히 그분께서 저에게 어떠한 이유로 저런 제안을 하신것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당시엔 '심심한데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디스코드를 처음 설치하고, 통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여자였네?' 라는 생각이 스쳤지나갔습니다. 이전까지 트수는 트수라고 생각했을뿐 트수의 성별에 대하여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웃고 떠든 후부터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시작했고 시참 컨텐츠에서도 자주 마주치며 서로 같이 대화하고 노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그녀가 술자리 약속이 있다는 연락을 보고서 '아, 오늘은 늦게 들어오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방송을 보고 있었습니다. 12시가 지났을 무렵 트위치 메세지가 도착하더군요. "전화 가능하세요? 저 너무 속상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니.... 제가 오늘 남자친구 사귀고 싶어서 친구 동창회에 갔거든요? 근데, 거기서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잘 안풀렸어요.... 그래서 너무 속상해요." 그녀의 썰은 어른들의 사정을 담고 있었으나 사연으로 담기엔 곤란하기에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런 대화를 듣고있자니 갑작스레 속이 상하더군요. '지가 남정네랑 재미 못본 얘기를 나한테 왜하는걸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 날 이후로 그분이 이성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와 동시에 그분은 저를 점점 더 찾기 시작하고 제가 보는 방송에 따라 들어오고 이런저런 게임을 같이해보자며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를 찾아주는 사람은 처음이였으니까 점점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더군요. 어느 시점부터는 자연스럽게 서로 퇴근시간이 맞물리면 통화를 하면서 거의 모든 신상과 주변 인물들, 직장, 과거사, 고민, 꿈등 많은것들을 공유하고 일상 소음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잠들기 전까지 대화를 하다 한쪽이 잠들면 끊지않고 잠에 들고 일어나서 출근길과 직장에 도착하고 나서 업무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통화를 계속 했습니다. 

그런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그녀는 어느세 지치고 힘든 저의 삶에 소중한 존재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분은 마치 깜깜한 어둠속을 비추어주는 달과 같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야심한 밤에 서로의 일상을 보듬어주고 적막한 방에 소리를 채워 줄 상대가 있다는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선 이게 어떤 관계인지 정의내리지 못하겠더군요. 친구 보다는 가깝고, 연인보단 먼 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부풀어 가던 제 마음을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얼굴이나 보고 나서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기에 조심스럽게 제안을 건냈습니다. "나 당신 얼굴 보고싶은데 괜찮아요?" 거절당하진 않을까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할만큼 그녀는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심지어 그녀는 휴가가 3일이나 있으니 본인이 부산에 내려오겠다며 어디서 무엇을 하고 뭘 먹을지 어디서 잠을 자야할지 우리들만의 데이트 코스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이 바라던 것과는 달리 약속 이틀 전 그날도 그녀와 여전히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제 곧 휴가라며 내일만 버티면 쉴 수 있으니까 자축하기 위해 소맥을 말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과로가 문제였는지 그녀는 체하기 시작했고 몸이 너무 아프다며 토하고 앓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 한켠으로 스멀스멀 우리의 일정이 꼬이는건 아닐까 하는 이기적인 마음도 생겨나며 머릿속이 어지러워졌습니다. 

그녀를 달래고 간신히 재우고서 치켜뜬 눈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급하게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몸은 어때요?" "여전히 안좋아요..."라는 그녀의 대답과 함께 기꺼이 출근을 해야겠다는 대답을 들었을땐 정말 모든게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6일제에 빨간날도 쉬지않는 저희 회사의 특성상 휴가를 쓰지 않으면 어디 갈 수 없기 때문이였습니다. 더욱이나 그녀는 간호사였기에 언제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만이 저를 괴롭힐 뿐이였습니다. 

회사에서 쫓겨나 강제귀가당했다는 그녀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한시름 놓고서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 날 밤은 편히 쉬라고 다른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약속날이 되어서도 여전히 몸은 좋지 않다는 그녀에게 그럼 푹 쉬고 다음에 보는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하였지만 그녀는 내려갈 수는 없지만 저보고 올라온다면 볼 수 있다고 하는겁니다. 그렇게 퇴근을 하고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KTX를 탔습니다. 

부산에서 대전까지 가는 그 시간이 얼마나 설렜는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주륵주륵 내리는 비를 신경쓸 여유도 없어 빈손으로 올라가 그녀를 마주했을때,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는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술을 나누고 그녀를 돌려 보낸 후 첫차에 몸을 기대어 내려왔을때 큰 공허가 다가오더군요. 

그녀와 함께 있을때 행복할수록 그녀와 떨어져있고 연락할 수 없는 시간들이 너무나도 큰 고통으로 다가오는 겁니다. 대전과 부산의 거리와 주6일제 근로자와 간호사라는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기에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기 힘들다면 여기서 관계를 정리하는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연락하지 말자는 말을 끝으로 트위치를 한동안 떠나있다가 근무환경이 주간에서 야간으로 변경되며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복귀한 이후로 그녀에게 간간히 연락을 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일 훈련소에 들어가는데 그전에 목소리한번 듣고싶다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군요. 그렇게 오랜만에 연락하고 또 술한번 먹자는 약속을 잡았기 때문에 이 관계가 어떻게 또다시 이어질까 하는 호기심을 품고서 사연을 적어봤습니다. 길고 지루한 얘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청곡은 IU - rain drop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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