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합니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 소리도 좋고, 비 내리는 풍경도 좋고. 비 구경을 하기 위해 마시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뜻한 차도 참 좋아합니다.
비 오는 날. 우산 없는 너와 하교를 함께 하던 길.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어둑어둑 해진 길을 따라 내려갔죠.
저는 아무렇지 않아하느라 혼이 났습니다. 바짝 붙은 어깨가 신경 쓰이고 그 사람의 향수 냄새가 괜히 더 진하게 느껴지고. 표정 하나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눈이 마주칠까 서둘러 눈길을 피하고 우산을 잡고 있는 손을 한참 쳐다봤었어요. 티를 내지 않아야 한다며 설레는 콩콩 되는 가슴을 꾹꾹 눌렀었네요. 비가 오면 단 둘이 있는 것 같았던 우산 속 세상이 생각 납니다.
너무 오글거려서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읽어주시는 건 늘보님이고 들어주시는 건 사육사님이시니 올렸습니다.
오글거림은 제 몫이 아니라 여러분 몫임.
신청곡 : 노르웨이숲 - 소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