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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메모 겸 소설 연습

유리는매일내일
2019-08-10 19:33:48 158 0 0

(중략) - 더 정확히는 이 이야기는 시작점이란 것을 어디로 잡아야 할 지 모르겠으므로


나는 턱 주위에서 손을 이래저래 바꾸어가며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척 하는 한편으로는 그의 이야기의 출처를 밝혀보려 애썼다. 그의 이야기가 나아가는 방향을 계속해서 뒤로감기를 해보아도 그는 여전히 뒤로 걷고 있다. 


그런 나의 의식을 사로잡기 위해 그는 비장의 표식을 선보였다. 힘줄이 그 자체로 바깥으로 드러난 것 같으면서도 왼쪽(즉 그의 입장에선 오른쪽)에 홈이 파인 목이었다. 이것은 신의 예지대로 "갈비뼈"에서 만들어낸 흔적이라며 자랑스럽고 웅장하게 그는 자신의 표식을 선보였다. 그것을 들여다보면서 그것의 존재 자체는 가짜가 아니며 마치 나무의 파인 흔적을 보는 것과 같은 신비함을 분명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의 말이 어느 정도 미리 계산된 허구임을 밝혀낼 수 있었다. 이것은 내 얄팍안 성경에 대한 지식 중 하나인 아담의 갈비뼈에서 이브 내지는 하와-너무 얄팍한 나머지 창조 자체를 제외하고는 이 의미가 다른 두 여성 중 어느 쪽인지를 기억할 수가 없다-를 만들었다는 내용, 그것에서 변형해 만든 것임이 분명했다. 그는 내가 머리가 좋은 이과라며 나에게 빠른 계산을 요구했지만 그는 이미 그전부터 고도의 집단지성의 연구에 의해 만든 설화를 나에게 들고 와 해석을 권유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는 것과는 별개로 절대로 그 근원에까지 접근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주 특별하게 머리가 기민하냐고 하면 적어도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는 형식의 두뇌를 들고 있는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그에게 미안했다. 

아차 싶은 불안감과 결국 그런 이야기에 다다르는가 하는 예상대로라는 지루함이 동시에 나에게 손을 건넸다. 그런 감정을 그의 표식을 보면서 생각나는 비슷한 것을 뒤쫓다 김영하의 소설 하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번개를 맞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모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가장 큰 "표식"을 지닌 이가 리더였다. 그는 이 단체에서 번개를 맞는 여행을 간 후 번개를 잘 맞을 수 있는 곳에서 기다리다 네 번째 낙뢰를 맞았는데 이번에는 실금한 후 한동안 일어서지를 못 했다는 게 결말이었다. 그는 오히려 지체장애 2급에서 그 표식을 포함한 하나님의 지시에 의해 여기에 다시 올 수 있었노라 하였다. 그것을 일일이 부정할 수는 없었다. 분명 그런 체험들은 기술의 진보와는 별개로 일반적으로 정립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번개를 맞기엔 너무 두려움이 많은 인간이고 또 그가 정작 신의 존재를 설명하면서 예시를 든 음과 양과 순간적으로 계산하기엔 너무 많은 계산해야 될 상징들이 머리가 지끈거려 헤어져버렸다. 그는 그런 나를 말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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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호출>, <인셉션:슈팅 스크립트> 등을 읽었습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의 표현 양식은 상당히 강력했습니다. 그 소설이 45개국에서 번역되었다던가 4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던가 같은 유명세와는 별개로 이런 표현 방식을 통해 토속적, 사회적 영역을 묘사할 수 있다라는 사실은 꽤 신선했습니다. 

<호출>은 마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불가능한 초현실성과 리얼리즘이 공존하는 (솔직하게 하면 소설집의 소개를 어느 정도 빌린 건 맞습니다) 김영하씨의 첫 소설집인데 개인적으로는 <내 사랑 십자드라이버>와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국>, <나는 아름답다>에 꽤 주목했습니다. 있어야 할 것 같으면서도 붕괴된 현재에 대한 감성적인 면모 없는 건조한 말투는 오히려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인셉션:슈팅 스크립트>는 솔직히 말하면 희곡 쓰는 데에 도움이 될 동기를 주지 않을까 해서 샀습니다만 제 목적을 기준으로 하면 너무 참혹한 실수였습니다. 작가 인터뷰는 10쪽밖에 안 되다니 저도 참 망했습니다. 

그래도 내용 자체는 좋았습니다. <인셉션>의 세계관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꽤 흥미를 돋구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맛있는 건 못 먹었습니다. 내일은 그래도 뭘 좀 사먹을까 생각합니다. 

내일이면 수필 갤러리 개설 신청 한 달이 되는군요 참 축하스럽게도 여전히 통과를 운영진들이 안 시켜줍니다. 희곡 갤러리를 어떻게 굴려야 통과시켜줄까 싶지만 희곡 갤러리가 활성화되리라는 기대는 안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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