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나_ 0

눅눅한 냄새가 났다. 곰팡이와 혼자사는 남자의 냄새가 섞인듯한 냄새를 맡으며 들어간곳은 

5년전 찬수의 폭로기사를 기사로 내어 세상에 알렸던 신문기자 대근의 집이었다.

커피를 타서 찬수 앞으로 내밀고 대근은 물었다.

"왜 다시 찾아 온거지?"

한참을 입술을 달싹걸리며 머뭇거리던 찬수는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폭로 기사를 써 줄수 있나요?"

"헛소리 하지마, 그때 이후로 내 꼴이 어떻게 됐는지 알잖아!"

대근은 나름 정의로운 기자였지만 5년전 찬수의 폭로는 특종이기도 했고, 사명감과 기자로서의 명예를 모두 얻을 수 있는

대어였다. 하지만 기사를 내고나서 생각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았다.

증거는 있었지만 다국적기업 에이나와 에로단 그리고 에크리트와 그들이 벌인일을 모두 엮을 핵심 증거는 발견못했으며

정계와 언론을 움직여오던 에로단의 힘 앞에 점점 관심이 시들어져 가다가 약 한달여만에 유명 연예인 마약기사로 완전히

덮여 버렸다.

대근은 정확한 팩트를 좋아하고 신중해서 원래 같았으면 더 파헤치고 썼을만한 기사를 단독특종과 명예욕에 마음이 급해

성급하게 기사화 했고, 결국 그것은 치명적으로 돌아왔다.

촉망받던 기자였던 대근은 아직도 기자생활은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퇴물취급 받는 기자였다.

"에이나와 에로단은 더이상 파지마, 너도 그들을 이길수 없다는거 잘 알잖아"

그의 목소리는 피로감과 무기력감으로 얼룩져있었다. 하지만 찬수는 굴하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점점 결정적인 증거로 다가가고 있어요. 어쩌면 올해안에 그들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식어가고 있던 커피를 한모금 더 마시고 이어서 말했다.

"그 사건 이후로 빈 퍼즐조각을 맞춰줄 사람을 찾고있어요, 같이 해달라고 말안할게요 그사람이 어디사는지 알려줘요"

대근은 몇 초간 지그시 찬수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찬수의 말이 진실인지 파악하려는건지 찬수를 도우려고 하는걸 망설이는 건지

알수 없었다.

"그는 서부 25구역에 살고 있어, 내 명함을 줄테니 한번 찾아가봐. 그리고 나를 다시는 찾아오지마"

찬수는 명함을 받고 고맙다는 듯이 살짝 끄덕이며 집을 나섰고 한마디 덧붙였다.

"진짜 증거를 찾아오면 그때는 기사로 낼수 밖에 없을걸요"

찬수가 닫고 나간 문을 보며  대근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차가워진 커피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