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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내가 겪은 가위

wweerr3
2018-05-22 23:29:49 312 0 0

다들 가위 한 번씩 눌려보신 적 있으시죠?

특이하게도 저는 가위눌릴 때 진행되는 일종의 레파토리가 있습니다.


먼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기분나쁜 소름이 한 차례 쫙 스쳐내려갑니다.

그 다음으로 몸이 경직됩니다.

괄약근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굳어버리죠.


참, 저는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일반인의 60% 정도밖에 들리지 않아서, 오른쪽으로 들리는 웬만한 귓속말은 인지조차 할 수 없죠.

그런데 그 오른쪽 귀로, 남녀의 대화소리가 들립니다.

정확히 뭐라고 하는 진 알아들을 수 없지만,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긴 대화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계속 반복되어 들려옵니다.


가령, 대화가 '죽어' 라는 말로 끝난다면...

그 말이 계속 반복되서 들려오는 겁니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이렇게요.

그러면서 그 톤이 점점 높아지고, 마지막에 가선 초음파 수준이 되어 이명처럼 삐- 하고 울림과 동시에 처음과는 반대로 발 끝부터 머리 끝까지 기분 나쁜 소름이 다시 쫙 올라가며 귓가에 울리는 소리도, 가위도 모두 사라집니다.


그런데 가끔, 이 가위가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는 절대 반갑지 않은데 말이죠... 흑흑.


그 날도 가위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항상 들려오던 대화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둔해도 너무 둔한 저는, 아무것도 모른 체 '아, 오늘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나 보다' 라고만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가위를 풀기 위해 열심히 꼼지락대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찬바람같은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가위 경험자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가위 눌린 상태에서는 눈을 감고 있어도 주변 상황이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비춰집니다.

머리 위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저는 머리맡으로 하얀 손이 다가온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 흔한 주기도문 하나 몰랐기에 꿩 대신 닭으로 겁에 질려 미친듯이 속으로 알고 있는 욕이란 욕은 죄다 퍼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손은 아랑곳않고 계속해서 제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하얀 손은, 두 손바닥으로 제 머리 양쪽을 스윽 스쳐내려가더니...

갑자기 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삭삭 빗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간이 비비탄만해진 저는, 더 이상 육두문자조차 쏟아내지 못하고 빌기만 했습니다.

'아 제발 빨리 가라, 빨리 가라, 빨리 가라......'

속으로 얼마나 수없이 외쳐댔을까요.

한 순간 제 머리를 계속해서 빗어대던 손이 멈추더니, 귓가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좋냐?"


가위눌리다 기절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일어날 수 있었고, 침대에서 내려와 이불을 개려는 순간 울고싶어졌습니다.

극세사 담요의 결을 반대로 쓸면 그 모양대로 진한 색의 흔적이 남는다는 건 다들 아실겁니다.

제 침대에 깔린 요가 극세사 담요였고, 머리맡 쪽엔 어젯밤 내내 절 괴롭힌 그 손이 있던 자리에 쓸린 듯한 자국이 아주 선명하게 남아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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