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수다 엘리베이터의 그 남자

wweerr3
2018-05-22 23:24:52 288 0 0

고등학교 2학년 1학기에 재학중이던 당시 강원도 속초의 한 아파트에 살던 저는, 학교가 끝나면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에 들러 장사 및 뒷정리를 도와드리고는 가게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집으로 부모님과 함께 걸어가는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그 날도 저는 어김없이 부모님의 가게에서 열심히 일을 끝마치고는, 볼일이 있다고 하시는 부모님을 배웅하고 혼자 집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렇게 약 10분 정도를 걸어 제가 사는 동으로 들어가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제가 사는 층인 8층을 누르려 손을 뻗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기요! 잠시만요! 같이가요!“


서서히 닫혀가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간절함이 가득담긴 고함을 내지르는 남성분의 목소리가 들리길래, 전 무의식적으로 '저 분을 태워서 같이가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고, 열림 버튼을 눌러 남성분을 태워드렸습니다.


“허억.. 허억.. 정말.. 고마워요. 학생“


급하게 달려오느라 숨을 헐떡이시는 와중에도 감사인사를 하신 남성분은 곧바로 11층 버튼을 누르셧고, 괴담을 좋아해서인지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엘리베이터 괴담이 생각났던 저는 그 남성분이 먼저 층을 누르시는것을 본 다음에야 8층을 눌렀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또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평소에 남을 무의식적으로 하나하나 뜯어보는 습관을 가지고있던 저는 옆에 계신 남성분을 벽면에 붙은 거울을 통해 요목조목 뜯어보고 있었습니다. 깔끔하게 왁스로 정갈히 정돈된 머리에 정장 차림이신걸로 보아, 영락없는 회사원의 포스가 느껴졌죠. 그리고 몇 초뒤, 8층에 도착했다는 음성과 함께 문이 열렸습니다. 저는 바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저희 집인 803호에 도착했고, 바로 주머니에서 집 열쇠를 꺼내 현관 손잡이에 끼운 뒤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돌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


'뚜벅.. 뚜벅..'


제 쪽으로 다가오는 기분나쁜, 그러나 매우 공포스러운 발소리가 몇 차례 들리는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저는 그분이 제 바로 옆까지 다가와 멈추시던 단 2~3초 사이에 '나 결국 이렇게 납치당하는건가? 설마 죽는거야?' 와 비슷한 생각을 수백번은 더 하고있는채, 문을 열려던 그 자세 그대로 굳어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들려온 그 남성분의 한마디가 제 긴장을 한번에 풀리게 만들었습니다.


"에..? 여기 11층 아니었네?.. 잘못들었나..“


너무나 어이없고 황당한 상황에 하마터면 그자리에서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뻔했지만, 저는 차마 그런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었던 터라 그 남성분이 아파트 복도 중간에 위치한 비상계단쪽 문으로 들어가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꿋꿋이 다리에 힘을 준 채로 버텼고, 이윽고 시야에서 그 분이 사라지자 힘이 풀려 1분여를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가 일어난 저는, 괜히 쓸데없는 망상을 펼쳤던 제 뇌를 마음속으로 자책하며 현관손잡이에 꽂혀있는 열쇠를 다시 돌리려했습니다. 하지만, 문득 어떤 생각과 함께 오싹함이 제 전신을 강타했습니다.


'가만.. 그러고보니, 저분 왜 비상계단으로 올라가시는 소리가 안들리는거지? 분명 구두를 신고 계셨는데..'


그리고 저는, 약 30분 뒤에 부모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시기 전까지 문을 열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있어야 했습니다.


집으로 들어간 직후, 존재하는 모든 잠금장치를 다 잠구고 부모님께 방금 벌어진 사건을 얘기드렸고, 그 뒤로는 부모님께 무슨일이 생겨도 꼭 저를 집에 완전히 데려다주고 다시 나가도록 하자는 규칙이 생겼습니다.



https://seob.modoo.at/?link=dnmqb4jj&messageNo=1046&mode=view&query=&queryType=0&myList=0&page=7

후원댓글 0
댓글 0개  
이전 댓글 더 보기
이 글에 댓글을 달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해 보세요.
공지방송일정따찌의 일기수다이벤트트수타그램그림팬아트/팬영상컨텐츠추천사연있어요
0
수다
asmr 2탄>
미스터비
05-22
0
수다
내가 겪은 가위
wweerr3
05-22
»
05-22
0
수다
무셔운 이야기
블라썸_㉭
05-22
0
수다
asmr!
미스터비
05-22
0
수다
후욱후욱 3시3분
뮨디얼굴보면기모링
05-22
0
수다
따흐찌 이모티콘 [1]
칼빈슨함
05-22
0
뱅송일기 5/21 [1]
Broadcaster 따찌님
05-22
1
05-22
0
05-21
0
수다
따찌 굿즈 잘받앗습니다^^ [5]
블라썸_㉭
05-21
1
05-21
1
05-21
0
뱅송일기 5/20 [1]
Broadcaster 따찌님
05-21
0
05-21
0
수다
쪼..쪼콤만!!! [6]
블라썸_㉭
05-20
0
05-20
0
수다
모델링 진행중~ [3]
칼빈슨함
05-20
1
05-19
1
공지
5/19 토요일 휴방 [5]
Broadcaster 따찌님
05-19
4
뱅송일기 5/18 [2]
Broadcaster 따찌님
05-19
0
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6]
wweerr3
05-19
인기글 글 쓰기